美 당국, 中 기업에 AI 기밀 빼돌린 중국계 구글 전 엔지니어 기소

강우찬
2025년 02월 05일 오전 11:51 업데이트: 2025년 02월 05일 오후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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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몰래 중국에 자기 회사 차리고 “구글 기술 복제” 선전
회사 직원들에게 중국 정부 인재 영입 프로그램 홍보도

중국계 전직 구글 엔지니어가 인공지능(AI) 기술 유출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

미 법무부는 4일(현지시각) 중국 국적의 르웨이 딩(38)이 산업 스파이 혐의와 영업 기밀 절도 혐의로 각각 7건의 기소를 당했다고 밝혔다.

르웨이 딩은 2019년 5월 구글에 입사해 2024년까지 근무하는 사이, 중국 기업 2곳에 몰래 취업해 구글의 AI 기술을 대량으로 빼돌렸다.

또한 구글에 알리지 않고 중국에 자기 회사를 설립해 투자자들을 모집했다. 이 회사는 AI 및 머신 러닝 스타트업이었다.

기소장에 따르면, 르웨이 딩은 중국의 한 투자 컨퍼런스에 참석해 “구글 연산 능력 플랫폼 개발에 참여한 경험이 있다”며 “그걸 복제해 업그레이드하기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르웨이 딩은 이러한 혐의로 지난해 3월 미국 뉴욕주 뉴어크에서 체포돼 조사를 받았으며 4건의 영업 기밀 절도 혐의로 기소됐는데, 이번에 혐의가 추가된 것이다.

새로 공개된 기소장에서는 르웨이 딩이 구글의 슈퍼컴퓨팅 회사에서 대형 AI 모델을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하드웨어 인프라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 관련 기술을 절도한 혐의도 드러났다.

검찰에 따르면, 르웨이 딩의 절도 행각은 입사 3년 차인 2022년 중반부터 중국 기업들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르웨이 딩은 이 시기 전후로 시작해 2023년 5월까지 구글 기밀 정보가 담긴 파일들을 자신의 구글 클라우드 계정에 정기적으로 업로드했다.

1000여 개가 넘는 이러한 파일들에는 구글의 TPU 반도체와 시스템, GPU 시스템 아키텍처 및 기능, 반도체 운용 소프트웨어, 수천 개의 반도체로 AI를 훈련하고 실행하도록 하는 수퍼컴퓨터용 소프트웨어 등이 포함됐다.

새 기소장에 따르면 르웨이 딩은 자신의 회사와 중국 기업 2곳뿐만 아니라 중화인민공화국 정부에 이익을 주려 한 정황이 포착됐다.

그는 구글의 AI 기술을 훔쳐내는 한편, 기술 분야 인재들에게 중국 정부의 인재 영입 프로그램을 선전했다. 회사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프리젠테이션에 중국이 AI 산업 발전을 장려한다는 내용을 삽입했으며, 상하이 당국의 인재 영입 프로그램에 지원하는 신청서도 만들어서 돌렸다.

이 선전물에는 중국 당국이 외국의 인재들에게 급여, 연구자금, 연구실과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며, 중국에 오지 않고 해외에서도 중국의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르웨이 딩은 영업 기밀 절도 혐의 1건당 최대 10년 징역형과 최대 25만 달러 벌금형, 산업 스파이 혐의 1건당 최대 15년 징역형과 최대 500만 달러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현재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사건을 계속 수사 중인 만큼 혐의가 추가될 수도 있다.

미 법무부는 이번 사건 대응을 법무부와 상무부의 부처 간 합동 테스크포스인 ‘첨단기술 탈취 대응조직’이 총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조직은 외국의 첨단기술 탈취에 전문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전담 팀으로 2023년 2월 창설됐으며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을 겨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