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소위 ‘정지척 우클릭’ 보폭이 빨라졌다. 보수층 끌어안기에 어느 때보다 공을 들이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4일 민주당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은 친기업 행보에서 돋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민주당은 국익을 위해 K 방산을 적극 지원하고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방산 현안은 보통 국방·안보 분야에 역점을 둔 보수정당에서 선점한 비전으로 통한다. 따라서 이재명 대표의 이번 방산 발언은 우클릭 기조의 일환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전날엔 국회에서 반도체특별법 핵심 쟁점인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에 대해 소신을 피력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반도체법은) 특정 시기에 밤샘이라도 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고, (주 52시간) 범위 내에서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이재명 대표의 해당 발언 무게추가 당내 우호 세력인 노동계가 아닌 재계에 조금 더 쏠린 것으로 평가했다.
이재명 대표가 친기업 행보에 공들이자 민주당 지도부도 보폭을 맞췄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 때 “신속한 민생 추경(추가경정예산)과 함께 미래 먹거리를 위한 반도체법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 드라이브는 지난달 23일 신년 기자회견을 통해 예열을 마쳤다. 당시 그는 ‘탈이념’ ‘실용주의’ ‘친기업’ 등 단어를 구사하며 보수층 시선을 사로잡는 데 주력했다. 이때 그는 ““이념과 진영이 밥 먹여주지 않는다. 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아니냐”라며 “탈이념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고 흑묘백묘론(실용주의 노선)을 설파했다.
국민의힘에선 이재명 대표의 우클릭 행보에 견제구를 던졌다. 이재명 대표 행보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라는 것이다.
박민영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이재명 대표가 연일 야누스의 두 얼굴로 국민을 기망하고 있다”며 “기본사회를 재검토한다면서 민간 주도 성장, 한미동맹 강화, 한일관계 정상화를 주장하더니 급기야 52시간제를 유연화하고 방산 수출까지 강화하겠다고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하나 같이 윤석열 정권의 국정과제로, 지난 3년간 일관되게 추진한 국책 사업들”이라고 강조했다.
박민영 대변인은 재차 “흑색이든 백색이든 도둑고양이는 도둑고양이일 뿐”이라며 “잡으라는 쥐는 안 잡고 기회주의적으로 분칠하며 주인집 생선만 탐하는 도둑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겼을 때 어떤 파국이 도래할 지 안 봐도 비디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