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 운하 반환은 거부…중국 기업에 대한 조사 약속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운하 중립성 상실은 조약 위반” 경고
파나마가 중국 공산당(중공)의 글로벌 통일전선 공작인 ‘일대일로’에서 빠지겠다고 공언했다.
중공의 영향력에 잠식돼 가는 파나마와 파나마 운하에 대한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의 강력한 경고가 먹혀든 것이다.
CNN에 따르면 파나마 대통령 호세 라울 물리노는 2일(현지시각) 중공과 체결한 ‘일대일로’ 참여 양해각서를 갱신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중공과 체결한 협정의 조기 종료 가능성도 암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물리노 대통령의 이러한 반응은 파나마를 방문 중인 미국 국무장관 마르코 루비오와의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나왔다. 루비오 장관은 1~6일 일정으로 중남미 5개국을 순방 중이며, 파나마가 첫 방문지다.
이날 물리노 대통령은 미국-파나마 간 최대 현안인 ‘파나마 운하 운영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물리노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 운영권은 파나마 정부에 있고 이는 주권 사항으로 논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미국의 운영권 반환 요구를 거절했다.
하지만, 물리노 대통령은 파나마 운하 운영이 중국의 영향권 아래에 있다는 미국 측 우려를 일부 수용했다.
그는 파나마 운하 양쪽 끝에 있는 발보아항과 크리스토발항을 운영 중인 중국 기업들을 상대로 감사를 벌여, 그 결과에 따라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두 항구는 홍콩계 투자회사 자회사가 운영하고 있으며, 미국은 이 회사가 중공의 영향권에 놓여 있어 파나마 항구의 중립성을 해치고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비판해 왔다.
루비오 국무장관 역시 이번 물리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국의 통제력은 위협적”이라며 “이는 운하의 영구적 중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미국과의 조약을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나마 운하는 처음 프랑스가 건설에 착수했다가 공사의 어려움과 전염병, 사고 등으로 포기했다. 이후 미국이 이어받아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으며 수천 명의 인명 피해를 무릅쓰고 10년 만에 완공해 1914년 정식 개통했다.
미국은 개통 이후 계속 운하의 소유권과 운영권을 보유했으나, 1977년 지미 카터 대통령이 미국-파나마 간 조약(토리호스-카터 조약)을 맺어 운하 지역 소유권을 넘겨줬고 1999년에는 파나마 운하도 넘겨줬다.
1999년 파나마 운하를 넘겨주며 체결한 조약에 따르면, 파나마는 미국이 건설한 파나마 운하의 운영에 있어 중립성을 영구적으로 유지해야 한다.
트럼프가 파나마 운하에 대한 중공의 영향력을 경고하고 반환을 요구하자, 미국 좌파 언론 등은 운하가 중국 소유가 아니라는 기사를 앞다퉈 쏟아냈다.
파나마 운하가 중국의 소유가 아닌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중국 관련 기업들은 최근 몇 년간 운하 양쪽의 항구, 터미널에 거액을 투자하며 이 지역에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중공의 일대일로 참여국이 일선 정부 관리에서부터 정부 지도자급 인사까지 통일전선(내통 세력 포섭) 공작에 노출되는 것과 무관치 않다.
미국의 외교 전문 싱크탱크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미주 연구 책임자 라이언 버그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 기업들은 파나마 운하 양쪽의 항구를 통해 운하를 통과하는 선박과 화물에 대한 전략적 정보를 대거 수집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공은 ‘데이터 보안법’을 통해 중국과 홍콩의 모든 기업에 어떠한 정보 수집 요구라도 받아들이도록 강제하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회담 결과를 전하며 “루비오 장관은 이러한 현상(파나마에서 중공의 영향력 증대)이 유지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즉시 바뀌지 않을 경우 미국은 조약에 따른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루비오 장관은 지난 31일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에서 중국이 아닌 중국 공산당을 지목해 “중국 공산당은 오랫동안 파나마 운하와 같은 곳에 외교적, 경제적 수단을 써 미국에 반대하면서 주권 국가를 속국으로 만들어 왔다”며 이번 중남미 순방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