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美 연준 고문, 中 스파이 혐의로 피소…경제 기밀 유출 혐의

미국 검찰은 1월 31일, 전직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고위 간부를 체포했다. 중국이 미국 금융시장을 조종하는 데 쓸 수 있는 기밀을 훔쳐 중국 측 요원들에게 전달한 혐의다.
존 해롤드 로저스(63)는 미국 연방은행의 의사결정 기구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의 국제금융국 수석고문으로 11년간 근무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로저스는 늦어도 2018년부터 중국 공모자들과 함께 일하기 시작했다. 이 중국인 조종자들은 중국 정보·보안 기관에서 일하면서 중국 소재 대학의 대학원생으로 위장했다.
로저스는 이들과 협력하면서 대외비 경제 통계, 중국 관세 심의, 특정 이사회 총재들을 위한 브리핑 자료 등의 비밀 정보를 취득하려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한 그는 7명의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총재,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 그리고 나머지 11개 준비은행 총재 중 매년 교대로 선출되는 4명으로 구성된 12인 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내부 논의와 예정된 발표 내용도 미리 알아보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러한 기밀 정보가 경제적으로 매우 가치가 있다고 지적했다. 법무부(DOJ) 성명에 따르면, 중국은 연방기금금리 변동과 같은 미국의 경제 정책을 사전에 알게 됨으로써 내부자 거래와 유사한 방식으로 미국 채권과 증권을 매매할 때 이점을 얻을 수 있다고 검찰은 밝혔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 웹사이트에 따르면, 국제금융국은 해외 경제 활동, 미국의 무역과 자본 유출, 국제 금융시장과 기관들의 발전 등의 분야에 대한 기초 연구, 정책 분석, 보고를 담당하고 있다.
로저스는 경제 스파이 행위와 허위 진술 혐의로 기소됐다. 워싱턴 연방검찰청 대변인이 에포크타임스에 밝힌 바에 따르면, 판사는 2월 4일 구금 심리가 열릴 때까지 로저스를 구금하도록 명령했다. 이 혐의들에 대해 최대 500만 달러의 벌금과 함께 총 20년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다.
지난달 20일 취임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워싱턴 D.C. 연방검사 대행 에드워드 마틴은 “이번 기소가 미국을 배신하거나 이용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경고가 되기를 바란다. 법 집행기관은 당신을 찾아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FBI 부국장 데이비드는 법무부 성명에서 “중국공산당은 미국을 약화하고 유일한 초강대국이 되기 위해 미국 정부의 금융 정책과 영업 비밀을 겨냥해 경제 스파이 활동을 확대해 왔다”고 밝혔다.

중국 방문 초대는 함정
기소장에서 공모자 1로 명시된 중국인 한 명은 중국 산둥재경대학의 대학원생으로 자신을 소개하며 중국 동부 지역을 위해 미국의 재정 정책을 배우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문서에 따르면, 그는 2013년 5월 로저스를 비롯한 몇몇 관계자들과만 거의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이메일 계정을 만든 후 로저스에게 접근했다. 로저스가 통화 정책에 관해 중국인 공동 저자와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알리자, 공모자는 로저스를 자신의 연구소에 초청하며 항공료와 호텔 숙박비를 제공하겠다고 제안했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로저스는 이 제안을 받아들여 2017년에 두 차례 중국을 방문했다. 두 번째 방문 때는 공모자에게 “그곳이 정말 좋았다!”라며 같은 호텔에 머물고 싶다고 말했다.
기소장에 따르면 공모자는 2018년 5월경 에세이를 쓰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중국 관련 이슈들에 대한 대응을 포함한 연방은행의 정책과 그 일정에 대한 정보를 요청했다.
검찰은 로저스가 동료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미중 무역 문제 ▲환율에 대한 연방은행 직원들의 생각 ▲중국 통화의 시장청산가격에 대한 견해 등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고 밝혔다. 그는 며칠 후 상하이행 비행기에 탑승했다. 2018년 5월 10일 로저스는 동료가 보내준 문서 하나를 공모자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그해 9월 두 사람은 더욱 은밀한 방식으로 그들의 만남을 포장했다. 로저스는 이러한 활동들을 ‘수업’이라고 부르자고 제안했다. ‘연준의 눈에 합법적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수사관들이 감청한 메시지 기록에 따르면, 그 시점부터 2022년 2월 사이에 그들은 중국 호텔 객실에서 약 12차례 이러한 ‘수업’을 개최하는 것에 대해 논의했다.
이러한 만남들 중 일부는 연방은행의 정책 동향 예측에 초점을 맞췄다. 2018년 11월 말에 시작된 한 만남의 주제는 ‘2019년 미국 통화정책의 동향’이었다. 기소장에 따르면, 중국인 공모자는 ‘현재 FOMC 위원들의 공식 성명과 발표 자료’를 요청했다.
로저스는 “주제가 완벽하다”고 응답했다. 그는 1994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연방준비제도의 예측 데이터에 접근하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에 대해 동료에게 이메일로 문의했다.
로저스는 2018년 12월 10일 ‘잭’이라고 확인된 남성과 해당 ‘수업’을 진행한 후 중국인 공모자와 저녁 식사를 함께했다. 그로부터 며칠 후인 12월 20일, 연준의 금리 인상 다음 날, 로저스는 공모자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
중국인 공모자는 “아하, 저녁 식사 때 우리가 이야기했던 것과 똑같네요”라고 썼다.
이 둘은 이후 몇 달 동안 상하이와 베이징에서 ‘2019년 연준의 대차대조표 축소 방안’과 2019년 상반기 미국 경제 상황을 다룰 세 번의 추가 ‘수업’에 대해 논의했다.
2019년 6월 19일, 로저스가 이러한 ‘수업’을 위해 베이징에 도착한 지 5일 후, 연방준비제도는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지만, 통화정책 전망을 설명하면서 ‘인내심’이라는 단어를 삭제했는데, 이는 향후 조치에 대한 암시였다.
공모자는 또 “당신이 예측한 것과 똑같네요!”라고 로저스를 칭찬했다.
로저스는 중국을 위해 최소 6개의 무역 기밀을 입수하거나 접근을 시도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여기에는 ▲2018년 10월 자 ‘국제 경제 이슈’라는 제목의 브리핑 자료 ▲2019년 3월 7일부로 민감자료로 분류된 유럽중앙은행 발표에 대한 요약 및 평가 ▲연방준비제도 이사회에 대한 브리핑 노트가 포함된 2019년 6월 6일 자 대외비 문서 ▲이사회만 볼 권한이 있는 정보가 담긴 스프레드시트가 포함돼 있다.
로저스는 동료가 ‘개인적 용도’로 만든 것이라며 빨간색 굵은 글씨로 ‘배포 금지’라고 적은 이사회 브리핑 자료를 입수했다. 그는 동료의 요청을 무시하고 이 문서를 자신의 개인 계정으로 전송했다. 또한 2018년 10월에는 무역정책의 불확실성과 미국 투자에 관한 내부 파일들을 모아 중국인 공모자에게 보냈다.
로저스는 2020년 2월 연방은행 이사회 감찰관실의 조사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부인했다. 녹음된 인터뷰에서, 이사회 외부의 누군가와 유출이 금지된 이사회 정보를 공유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로저스는 “절대 없다”고 답변했다.
그는 중국인 공모자가 주는 돈을 받지 않고 거절했다며 “나는 그들에게 분명히 말했다. ‘내 앞에 이 돈을 놓지 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로저스와 중국인 공모자의 관계는 계속됐다.
법원 문서에 따르면 2022년 2월 공모자는 로저스와 그의 아내를 산둥성 칭다오시로 ‘수업’을 위해 초대하는 메시지를 보냈다. “관련된 모든 비용은 우리가 부담할 것이고, 수업에 대한 대가도 지불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로저스가 이 메시지에 어떻게 응답했는지, 또는 응답을 했는지는 불분명하다. 하지만 수사관들에 따르면, 2023년 8월 로저스는 여전히 연방은행 이사회에 있는 전 동료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두 개의 내부 자료를 요청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3년 로저스는 중국의 한 대학에서 시간제 교수로 재직하며 약 45만 달러를 받았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