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윤석열 대통령이 조만간 보석 청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 가운데 “공수처에는 수사권이 없어 공소 기각이 예상된다”는 등 의견이 분분하다.
이 속에서 “윤 대통령이 보석을 청구하면 법원은 어떻게 답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현직 판사 5명의 답변이 공개돼 눈길을 끈다. 이들은 법 상식과 달리 의외의 답변을 내놓았다.
보석은 구속된 피고인이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자유를 회복하기 위해 법원에 청구하는 절차다. 그런데 형량이 사형, 무기 징역 등 중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건강 등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석을 허가하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서정욱 변호사(사법연수원 28기)는 지난 2월 1일 ‘송국건 TV’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보석을 청구하면 허가해 줄 것인가”에 대한 현직 판사 5명의 의견을 전했다.
서 변호사는 “‘만약 이 사건 재판장(25부 부장)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라고 물었을 때 5명 모두 보석을 허가해 주겠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들 중 좌파 성향도 있을 텐데”라고 말한 서 변호사는 판사들이 3가지 법리적 이유를 들었다고 했다.
판사들은 가장 먼저 ‘공수처’를 꼽았다. 공수처가 다른 사람들을 수사한 적이 없다는 점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과 이상민 전 장관 사건만 가져갔고, 결국 조사 한 번 못 하고 검찰로 다시 넘겼다. 군 지휘부는 검찰에서, 경찰 지휘부는 경찰에서 수사를 했다. 임병열 청주지방법원장을 비롯해 판사들은 “내란죄 수사권이 공수처에 없다”고 봤다. 판사들은 “공소 기각되면 공수처가 한 게 불법인데 6개월간 구속해 두면 나중 큰일 나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판사들은 두 번째로 “다른 사람들은 직권남용과 내란죄로 기소돼 있는데, 대통령은 내란죄로 기소됐고, 직권남용은 불소추 특권이 있어 기소가 안 됐다”는 점을 들었다고 한다. 서 변호사는 “내란죄는 거의 무혐의로 본다. 이건 내란죄가 아니지 않느냐”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직권남용죄는 불소추 특권이 있어 재판하지 못하고 내란은 혐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판사들은 세 번째 이유를 가장 중요하게 봤다”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원장인 정웅석 교수가 유일하게 공수처 관련 책을 냈는데, ‘공수처에 기소권까지 있으면 영장 청구권이 있고, 그렇게 되면 완전한 검찰이다’라고 말했다. 또 (만약 공수처에 수사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거(내란죄)는 (공수처에) 수사권밖에 없지 않은가. 이 경우엔 경찰하고 똑같다. 이럴 때는 수사만 하고 검찰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공수처는) 영장을 독자적으로 청구하지 못하고 검찰을 통해서 영장을 청구해야 하는데, 이번에 서부지방법원에 독자적으로 했지 않았냐. 이게 불법이다’라고 주장했다. 경찰처럼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면 검찰이 검토해서 필요하면 법원에 영장을 청구하면 된다는 논리다.”
서 변호사에 따르면, 판사들은 공수처가 한 일을 두고 “불법 불법 불법이 3개 겹친 거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원이 대통령을) 구속해 놓았다가 나중에 잘못되면 자신들이 덤터기를 쓰게 되므로 (판사 5명 모두) 자신이라면 보석을 해주겠다고 의견을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 변호사는 “여론이나 우두머리라는 형평성 때문에 보석을 허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사건은 법리적으로 다른 사람하고 틀리다”라고도 했다. 이어 “공수처가 한 것이 원천 불법이고 직권남용죄가 없으니 내란이 아니면 다 무죄”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공수처를 둘러싼 논쟁은 이미 법원 내부에서도 불거진 바 있다.
지난달 20일 청주지방법원 임병열(사법연수원 15기) 법원장은 법원 내부 게시판에 “언론에 의하면 공수처가 내란 사건을 검찰에 이첩하더라도 검찰이 내란죄에 대한 수사를 처음부터 다시 하겠다고 한다”며 “이것은 검찰에서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라는 의견을 올렸다.
덧붙여 임 법원장은 “만약에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공수처에서 청구한 체포영장과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들은 아무 책임이 없는 것인가요”라고 반문했다.
이는 앞서 지난달 17일 백지예 대법원 재판연구관이 공수처의 대통령에 대한 수사권에 의문을 제기한 글에 댓글 형식으로 달렸다. 당시 백 연구관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가 ‘직권남용의 관련 사건으로 내란죄를 수사할 수 있다’고 한 데 대해 법률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내란죄 사건을 형사25부 지귀현 부장판사에게 배당했다. 김용현 전 국방장관 등 내란 관련자들 사건이 배당된 그 재판부다.
지 부장판사는 서울중앙지법 발령 받은 지 2년이 돼 이번 2월 인사 대상자다. 물론 본인이 희망하는 경우 앞으로 1년 정도 같은 법원에서 계속 근무할 수도 있다.
윤 대통령 측이 보석을 청구한다면 보석 여부는 지 부장판사가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 부장판사가 이번 인사 이동 대상이 되더라도 최소 2월 24일까지는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근무하기 때문이다.
만약 지 부장판사가 떠날 경우 결국 새 재판부에서 사건을 넘겨받아 처리해야 한다. 서 변호사는 “최근 국론이 분열되면서 판결에 부담도 되고 심리적 압박도 많고 집중 심리하면서 일도 엄청나게 많아 형사부장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