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주신경(迷走神經, vagus nerve)은 우리 몸 속 주요 장기와 뇌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역할을 한다. 미주 신경을 자극하는 방법을 익히면 신체의 고질적인 증상을 완화하는 동시에 평온함과 회복력을 높일 수 있다. ‘미주 신경의 힘 활용하기‘ 2부에선 미주신경을 활성화하는 방법에 대해 소개한다. <편집자주>
30대 중반의 한 여성이 통합의학 전문의 프리얄 모디 박사를 찾았다. 그녀는 부모님과의 관계 단절, 오랜 연인과의 이별,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로 인해 삶의 큰 변화를 마주하고 있었다. 안식년을 선택해 삶을 재정비하려 했지만, 깊은 고립감과 우울감에 시달렸고, 끊임없이 자신을 비난하는 부정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모디 박사는 “그녀는 항우울제를 처방받았지만, 부작용으로 인해 힘들어 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주 1회 호흡 훈련을 진행하며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방법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강화해 온 부정적 사고 패턴을 인식하고 조절하는 데 집중했다. 10회 차에 접어들자 그녀의 증상은 눈에 띄게 호전됐다.
불안과 우울을 포함한 많은 정신 건강 문제는 신경계의 불균형에서 비롯된다. 이때 미주신경은 정서적 균형을 회복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미주신경 자극이 기분에 미치는 영향
미주신경은 뇌와 신체를 연결하는 핵심 소통 경로로, 우리의 기분과 감정 조절, 스트레스 회복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15년 경력의 호주 자연요법 의사이자 리바이탈 헬스 설립자인 조디 듀발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자연적 또는 기계적 방법으로 미주신경을 자극하면, 신체의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cortisol) 분비는 줄어들고, 반대로 진정 작용을 하는 신경 전달 물질의 분비가 증가한다. 미주신경 기능(긴장도)이 향상되면, 우울증과 불안 장애 환자들에게서 자주 나타나는 염증을 줄일 수 있다.”
모디 박사는 “‘투쟁-도피(fight-or-flight)’ 반응은 생존이 위협받는 순간에는 꼭 필요하지만, 이런 상태가 오래 지속되거나, 일상적인 스트레스나 사소한 위협에도 반복해서 일어나면 기분과 정신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이런 상태에서는 인지 기능이 저하되고, 감정 조절이 어려워지며, 정신건강이 나빠져 번 아웃, 불안, 우울로 이어지기 쉽다”며 “심지어 다른 사람의 사회적 신호를 읽는 능력마저 떨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주신경 자극(VNS)의 초기 연구와 발견
미주신경 자극술(Vagus Nerve Stimulation, VNS)의 효과에 대한 초기 연구는 부분 발작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시작됐다. 연구진들이 발작을 억제하려고 VNS를 시도하던 중, 뜻밖에도 환자들의 정신건강이 개선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VNS 치료 3개월 후, 연구에 참가한 환자들의 체내 세로토닌 활성도를 나타내는 5-하이드록시인돌아세트산(5-HIAA) 수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미주신경 자극이 세로토닌 분비를 촉진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 밖에도 환자들은 감정 조절 능력 향상, 사회적 기능 개선,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 등의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들은 이러한 효과가 미주 신경이 감정 조절과 기분을 담당하는 뇌 영역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후 미주신경 자극술(VNS)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우울증 치료에 쓰이기 시작했다. VNS의 우울증 개선 효과는 수개월에 걸쳐 천천히 나타나지만,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것이 특징이다.
호흡과 감각 자극: 미주신경을 활성화하는 자연적인 방법
‘천천히, 깊이 호흡하기’는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가장 효과적인 자연 요법이다.
듀발 박사는 “이런 호흡법을 생활화하면 즉각적인 안정 효과는 물론 지속적인 감정 조절 능력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디 박사는 “호흡 방식을 바꾸면 뇌에 새로운 신경 경로가 생기고, 신경가소성이 향상된다”며 “이를 통해 사람들은 자신의 건강을 관리하고, 삶의 어려움을 이겨낼 힘을 얻게 된다”고 덧붙였다.
신경계를 다스리는 또 다른 방법으로 ‘감각 자극’이 있다. 예를 들면▲얼굴에 차가운 물 튀기기 ▲따뜻한 물로 샤워하기 ▲차가운 음료 마시기 ▲두껍고 무거운 담요 덮기▲포옹하거나 등 긁어 주기 등 편안한 신체 접촉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런 행동들은 신경계를 안정시키고 몸의 균형을 되찾도록 돕는다.
교육 심리학자인 리달리제 그로블러 박사는 자신의 임상 경험을 공유했다.
그녀는 심한 불안과 잦은 공황 발작, 극심한 감정 기복을 겪는 7세 여아를 치료했다. 그로블러 박사는 “처음에 부모님은 아이를 단순히 ‘까다로운 아이’로 여겼지만, 실은 아이의 신경계가 심각하게 불안정하고 과부하 상태였다”며 “치료의 첫 단계는 아이의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여러 접근법을 시도해봤지만, 뜻밖에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등을 긁어 주는 단순한 행위였다고 말했다.
등을 긁어 주자 아이는 금세 차분해졌고, 정서적으로도 안정을 찾았다.
그로블러 박사는 “신경계가 흔들릴 때는 머리로 생각해서 해결하려 들지 말라. 이건 몸의 문제”라고 조언했다. 그리고 “불균형을 일으킨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신경 안정 기법을 현실 도피용으로 쓰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주신경 기능이 좋아지면 신경계가 균형을 되찾고, 사고도 더욱 명확해진다. “이를 통해 불안정한 상태가 아닌, 안정된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다룰 수 있게 된다”고 그로블러 박사는 설명했다.
균형과 소통을 되찾다
모디 박사의 환자는 미주신경을 다스리는 호흡법을 익힌 뒤 눈에 띄게 달라졌다. 그녀는 차분하고 안정된 모습을 보였고, 몸의 긴장이 풀리면서 자연스러운 자세가 됐다. 항우울제로 생긴 떨림과 언어 문제도 사라졌고, 영양제 복용 또한 회복에 도움이 됐다.
그녀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건강한 감정적 경계를 설정하는 법을 배웠다. 새 연인을 만났고, 취미 생활과 사회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 시작했다. 단계적인 지원을 받으며 약물 의존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모디 박사는 “그녀는 이제 배운 호흡법을 활용해 감정을 조절하고, 신체와의 연결을 되찾아가고 있다”며 “그녀는 행복해하고, 자기 이해가 깊어졌으며, 자신의 필요를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상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