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中, 파나마에 지속 투자…경제·군사 영향력 확대”

어텀 스프레데만(Autumn Spredemann)
2025년 02월 02일 오전 10:32 업데이트: 2025년 02월 02일 오전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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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파나마운하 통제권 회수 약속 이후 중국과 파나마 간의 긴밀한 관계가 주목받고 있다.

보안 분석가들은 미국이 파나마와 중국의 심화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에 대해 우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파나마와 중국의 파트너십은 수년간 파나마에 대한 미국의 투자가 뜸한 사이에 깊어졌다.

베이징은 미주 지역에서 자국의 경제적, 정치적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행보를 숨기지 않았다.

중국공산당 정권은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와 ‘채무 함정’ 대출을 통해 영향력의 거미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에번 엘리스 미국 육군전쟁대학 연구교수 겸 분석가는 에포크 타임스에 “문제는 중국공산당이 경제적 관계와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행사하는 영향력, 나아가 그를 통해 파나마 정부를 자신들의 의지대로 조종할 수 있는 기회에 있다”고 말했다.

파나마와 중국의 관계는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BRI)을 통해 깊어졌다. 파나마는 2017년 대만과의 외교 관계를 단절한 지 몇 달 만에 BRI에 가입한 최초의 라틴아메리카 국가다.

역사적으로 미국은 파나마의 최대 교역국이자 외국인직접투자(FDI) 제공국으로, 투자 규모는 38억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은 다리 건설, 대출, 그리고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지역에 대한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에 투자할 의사를 보이며 파나마와의 관계를 돈독히 해왔다.

대표적인 사례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파나마의 병원들이 막대한 부담을 겪던 2020년 2월부터 6월 사이 중국은 파나마에 200만 달러 규모의 의료 지원과 물자를 제공했다. 이듬해 파나마 당국은 홍콩 소재 CK 허치슨 홀딩스의 자회사인 파나마 포츠 컴퍼니와의 25년 계약을 갱신했다.

CK 허치슨 홀딩스는 자회사를 통해 파나마의 태평양과 카리브해 양측에 위치한 항구들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항구들은 운하와 인접해 있어 미국에서 우려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회의 문

에번 엘리스에 따르면, 중국의 대규모 프로젝트와 파나마의 저개발 지역에 대한 조용한 지원 효과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는 1980년대와 1990년대 경제 개발을 위한 상당한 자본이 라틴아메리카가 아닌 아시아로 흘러갔는데, 그동안 중국은 파나마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미국이 주목해야 할 심각한 분쟁도 없었기 때문에, 미국은 파나마를 대할 때 ‘심도 있는 전략적 사고’를 동원하지 않았다. 미국이 파나마를 등한시하는 동안, 중국은 기꺼이 수표를 들고 나선 것이다.

싱크탱크 범미주 대화(Inter-American Dialogue)에 따르면, 베이징은 2003년부터 2022년 사이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지역에 187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2023년 한 해에만 중국의 파나마 대상 외국인직접투자(FDI)는 14억 달러에 달했다.

현재 중국 공상은행(Industrial Commercial Bank of China)과 같은 주요 은행들, 그리고 수많은 중국 기업이 파나마의 거의 모든 경제 부문에서 활동하고 있다.

2019년 4월 1일 중국공상은행 베이징 지점 입구에 있는 중국공상은행 로고. 2019.4.1. | Florence Lo/Reuters/연합

엘리스는 “파나마에는 수십, 아니 수백 개의 중국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그 돈과 함께 다양한 종류의 영향력이 붙어 다닌다”고 지적했다.

로라 리처드슨 미 남부사령부 전 사령관도 이러한 지적에 동의했다. 2024년 하원 군사위원회에 제출한 성명에서 리처드슨은 중국을 “국제법과 규범에 대한 고려 없는 전략적 경쟁자”로 지목했다.

리처드슨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중국은 서반구에 윈윈(win-win), 고품질 투자를 제공하기 위해 진출한 것이 아니다. 그들은 착취하러 왔으며, 접근권과 영향력을 획득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

파나마운하는 미국의 해상 컨테이너 교통량의 거의 절반을, 그리고 전 세계 해상 무역의 약 6%를 차지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해상 운송로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1977년 체결된 토리호스-카터 조약에 따른 중립성 보장 약속이 위반됐다고 믿고 있다. 이 조약에 따르면, 운하의 중립성에 대한 위협을 인식했을 때 미국은 이에 대응해 군사력을 사용할 권리를 보유한다.

트럼프는 지난달 28일 트루스 소셜에서 파나마가 자유무역지대 내의 중국어 표지판을 ‘놀라운 속도로’ 제거하고 있다고 썼다. 그는 중국이 파나마운하를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증거로 중국어 표지판을 제시했다.

국가안보 분석가이자 스카랩 라이징의 창립자인 이리나 츠쿠어먼은 “중국이 이 지역에 더 많이 투자함에 따라, 처음에는 군사기지 설치가 직접적으로 포함되지 않더라도, 더 많은 군사 협력이나 일부 국가의 국방 정책에 대한 영향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에포크 타임스에 말했다.

1월 28일 상원 청문회에서도 의원들은 운하가 미국의 무역과 국가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논의했다.

테드 크루즈(텍사스주 공화당) 상원의원은 “미국 해상 컨테이너 무역의 40%를 처리하는 파나마운하는 미국의 경제와 국가 안보에 필수적”이라며 “미국은 파나마운하를 건설하고 자금을 지원했지만, 파나마는 미국을 불공정하게 대하고 있으며, 핵심 기반시설의 통제권을 중국에 넘기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군 겸용 시설

투자를 통해서 항구에 대한 전략적, 군사적 영향력을 얻는 게 새로운 전략은 아니다. 중국은 중요한 해상 운송로 근처의 항구 시설을 소유하거나 지분을 보유함으로써 각국에서 오랫동안 이러한 전술을 사용해 왔다.

츠쿠어먼은 “중국은 이미 아프리카 지부티에 군사기지를 설립하고 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그들은 파나마운하 근처의 중국 항구들에서도 비슷한 짓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녀에 따르면, 중국은 특별히 군용 항구를 건설하지 않더라도, 군사 또는 첩보 시설로 활용될 수 있는 민군 겸용 인프라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책연구소(Asia Society Policy Institute) 또한 중국의 일대일로 구상(BRI)의 무기화에 관한 보고서에서 이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중국 법률이 해외 인프라가 군사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중국 법률에 의하면, 군대가 중국 기업 소유의 선박, 시설, 그리고 기타 자산을 징발할 수 있다. 중국은 민군 통합 전략에 따라 일대일로 인프라와 관련 기술에 민군 겸용 목적의 상업 및 군사 기능을 내재화해야 한다.

중국 선원들이 2018년 12월 3일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의 파나마운하 방문 당시 새로 개통된 코콜리 수문(파나마운하 확장)에 도착하는 컨테이너선 갑판에 서 있다. | Luis Acosta/AFP via Getty Images

츠쿠어먼도 파나마운하 인근의 중국 항만 시설이 향후 중국 해군의 작전을 용이하게 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녀는 “이러한 시설들이 처음에는 상업적 목적을 표방하더라도, 나중에 군사적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이는 중국에 미국의 해군 작전 및 상업 활동을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이 핵심 병목 지점에 대한 미국의 통제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트럼프의 파나마운하에 대한 언급과 미디어의 집중적인 조명 이후, 파나마 해사청은 1월 20일 운하 양쪽의 항구에 대한 공식 감사를 발표했다. 파나마 당국은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문을 앞두고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다.

엘리스는 파나마가 중국이 현재 운하에 미치는 영향력의 범위와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 체결한 중립협정 위반 여부에 대한 중요한 질문들에 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1월 30일, 파나마 대통령 무리뇨는 운하 소유권과 관련해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그건 이미 결정됐다. 운하는 파나마의 것”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