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핵심 측근 숙청 나선 시진핑…이를 둘러싼 해석들

제임스 고리(James Gorrie)
2025년 02월 01일 오후 12:27 업데이트: 2025년 02월 01일 오후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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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가 자신의 핵심 측근들을 숙청하고 있다. 실제로 현재 중국의 숙청 수준은 4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가?

최고위층에서의 숙청

이와 관련해 정보 출처에 따라 다양한 설명이 존재한다. 우선 숙청에 대한 공식적인 설명은 부패를 의미하는 ‘기율 위반’이다. 하지만 이는 진짜 이유라기보다는 표면적인 이유에 가깝다. 부패의 가장 큰 수혜자는 시진핑 자신을 포함한 군사 및 정치 엘리트들이고, 중국 경제와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진핑은 단순히 하급이나 중급 군사 지도자들을 겨냥하는 것이 아니라, 인민해방군 해군과 로켓군의 최고위층을 포함한 중국의 정치·군사 엘리트들을 표적으로 삼고 있다.

예를 들어, 작년 11월 시진핑은 수십 년간 신뢰해 온 측근인 먀오화 제독을 숙청했다. 시진핑은 먀오를 중앙군사위원회(CMC) 위원이자 정치공작부 주임으로 임명해 인민해방군의 충성도를 강화하고 고위 장교들의 인사를 감독하게 한 바 있다.

하지만 먀오는 시진핑의 최근 숙청 대상자 중 하나일 뿐이다. 2024년 하반기에만 시진핑은 자신이 중앙군사위원회에 임명한 두 사람을 포함해 십여 명이 넘는 최고위 국방 관료들을 제거했다.

시진핑은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권력, 편집증, 그리고 마오의 유령

역사는 1인 독재 체제에서 숙청이 정적들을 제거하는 수단으로 흔히 사용됐음을 보여준다. 소련의 요시프 스탈린과 중국의 첫 공산주의 독재자 마오쩌둥이 집권 기간 동안 숙청을 애용했고, 2012년 반부패 숙청을 통해 정적들을 제거함으로써 중국공산당 지도부에 오를 수 있었던 시진핑도 마찬가지다.

그 이후로도 시진핑의 숙청은 계속됐는데, 때로는 하급 수준에서, 또 오늘날처럼 때로는 매우 높은 수준에서 이뤄졌다. 더욱이 디지털과 감시 기술의 발전 덕분에 시진핑은 마오가 통치 절정기에 가졌던 것보다도 더 높은 수준의 권력을 획득하고 공고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왜 시진핑은 지금 자신이 직접 선택한 군사·정치 측근들을 숙청하고 있는가? 자신에 대한 명백하고 현존하는 도전에 직면해 있는 건가?

나이가 들어가고 육체적·정신적 힘이 약해지면서 가장 가까운 측근들에 대해서조차 불충을 의심하게 된 것인가?

그럴 수 있다. 우선, 시진핑은 자신의 장군들이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했으며, 기회가 주어지면 이를 이용해 자신을 권력에서 축출할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다. 이것이 사실일 수도 있고, 단순히 1인 통치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편집증일 수도 있다. 아니면 둘 다 사실일 수도 있다.

국내적으로 시진핑의 지지도가 낮은데, 특히 20% 이상이 실업 상태인 Z세대 사이에서 더욱 그렇다. 반부패 숙청이 실업 문제 해결에 어떤 도움이 될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그럼에도, 당국이 경제를 개선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이는 중국공산당의 과대 선전에도 불구하고 실패로 끝난 ‘공동부유’ 캠페인을 연상시킨다.

군부에 대한 불신임인가?

또 다른 가능성은 시진핑이 군 지도부의 신뢰성과 충성심을 의심하고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들이 가까운 미래에 전쟁 또는 그에 준하는 명령을 따를 것인가? 그들이 미국을, 그리고 일본을 물리칠 만큼 충분한 능력이 있는가?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이번 숙청은 망설이고 있는 군 지도자들을 시진핑의 말대로 “전쟁을 하고 승리할” 인물들로 교체하는 것일 수 있다. 그 첫 번째가 시진핑이 새해 전야 국민 연설에서 다시 한번 암시한 대만 침공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최고위 군 지도자들을 숙청하면 중국의 전쟁 수행 능력을 약화하지 않을까?

이 문제에 대한 견해는 엇갈린다. 주목할 만한 점은 군부 숙청이 작전 수준이 아닌 최고 지휘부 수준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므로, 지도부 수준의 숙청이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지켜봐야 한다.

전쟁을 준비하는 것인가?

게다가 그 이유는 다면적이고 위에서 언급한 모든 것과 관련돼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시진핑에 대한 실제 충성도 위협이 있을 수 있다. 군사 지도자들이 자신들의 지위를 이용해 통치자를 몰아내는 것이 처음은 아닐 것이다. 만약 시진핑의 최고위 군사 지도자 중 한 명 이상이 전쟁에 대한 그의 생각에 의구심을 갖거나 반대한다면, 그들은 이미 시진핑을 제거하기 위한 태세를 갖추었을 수 있다.

또한 군수산업 공급망 내에 분명히 존재하는 만연한 부패로 인한 작전상의 위협이 있을 수 있다. 현재의 숙청은 시진핑의 전략 핵전력과 중국 국가안보의 핵심인 중국 최정예 군사 조직, 인민해방군 로켓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제로 로켓군 사령원을 지낸 리위차오 장군을 포함해 숙청된 9명의 인민해방군 관료 중 5명이 로켓군과 연관돼 있었다.

비슷한 숙청이 인민해방군 해군의 남해함대에서도 발생했는데, 이 역시 군수품 공급망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사실들을 고려하면, 이번 숙청은 해군과 로켓군을 중심으로 국가의 다양한 군사 조직의 준비태세와 전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로 볼 수 있다. 2027년까지 대만을 본토와 통일하겠다는 시진핑의 약속은 그로 하여금 인민해방군과 그 군수 부문을 강화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는 모든 요소를 제거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게 했을 것이다.

만약 이것들이 정말로 시진핑의 고위급 숙청의 이유라면, 세계는 이를 주목해야 한다. 대만은 확실히 경계하고 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