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중국인들, 공산당 무신론 선전에도 사원 찾아 설맞이 ‘두향’

2025년 01월 31일 오전 11:56

유명 사원 입장권 예매 50%가 20~30대
“사회 진출보다 출가가 낫다” 자조 섞인 농담도

무신론 국가이자 진화론에 따른 역사관이 절대적 진리로 자리 잡은 중국에서 설맞이 사원 찾기 열풍이 불었다. 새해 첫 향을 올리는 ‘두향(頭香·터우샹)’을 위해서다.

30일 RFA에 따르면, 을사년 뱀의 해인 2025년 설 연휴 기간 중국 전역의 유명 사원에는 새해 첫 향을 올리려는 사람들이 몰렸다. 일부 사원에는 밤샘 대기열까지 생겼다.

설날이었던 지난 29일 오전 7시께 베이징 둥청구의 한 유명 사원 용허궁(雍和宮)에는 영하 10도의 맹추위에도 불구하고 새해 첫 향을 올리려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 사원에는 전날 9시부터 10시간 가까이 대기 줄이 늘어서며 약 4만 명이 방문해 새해 첫 향을 올렸다.

상하이 용화사(龍華寺)도 새해 전날(28일) 오후 10시부터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경찰은 질서 유지를 위해 사찰 주변 교통을 통제했으며 미리 입장권을 예약한 사람들만 확인 후 입장하도록 했다. 현지 언론은 28일에만 3만 명, 설 당일에는 10만 명이 이 절을 찾았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설날, 그 해의 첫 번째 향을 올리는 것을 두향이라고 부르며, 이를 통해 신불(神佛·신과 부처)에게 예를 올리고 존경을 표함으로써 큰 공덕을 쌓고 축복을 받을 수 있다고 여긴다.

이러한 풍습은 송나라 때부터 이어져 왔으나 꼭 불교나 도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많은 이가 따르고 있으며, 최근에는 특히 청년층 사이에서 크게 유행 중이다.

온라인 매체 펑파이(澎湃)에 따르면, 중국 온라인 여행 플랫폼에서 사원 방문을 테마로 한 여행 상품은 2023년과 비교해 현재 310% 증가했다. 주요 소비층은 20~30대로 올해 2월부터 연말까지 구매자의 50%를 차지했다.

베이징과 상하이 유명 사찰 외에도 항저우 영은사(靈隱寺·영은사), 쑤저우 서원사(西園寺), 시안 대흥선사(大興善寺), 산시 오대산(五臺山), 네이멍구 후허하오터의 대소무량사(大召無量寺) 등 이른바 영험한 절도 문전성시를 이뤘다.

재미 중국인 종교학자 궈바오셩(郭寶勝)은 RFA에 “이는 미래에 대한 중국인들의 두려움과 불안감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궈바오셩은 “중국 공산당은 무신론을 선전하고 있으나, 지난 2년간 경기 침체와 주하이 등지에서 일어난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살인 사건 등 흉흉한 일들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이 심리적으로 의지할 곳을 찾고 있다”며 “종교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대안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2025년 1월 29일, 뱀의 해 첫날을 맞아 베이징 시민들이 둥청구의 유명 사원 용허궁에서 향을 피우며 기도를 올리고 있다. | GREG BAKER/AFP via Getty Images

실제로 온라인에서는 심각한 취업난으로 인한 불안정한 현실을 비판하며 정권의 무신론 선전에도 종교와 신앙에서 위안을 찾으려는 청년층의 자조적인 풍자가 유행하고 있다.

“상급학교에 진학(上進)하느니 차라리 향이나 올리자(上香)”는 말은 대학이나 대학원을 나와도 백수로 전락하니 향을 올려 복을 기원하는 게 더 낫겠다는 의미다. “출가(出家)가 사회인이 되는 것(入世)보다 낫다”는 말도 등장했다.

중국 청년층 이용자가 대부분인 소셜미디어 샤오훙수에는 ‘절에서 빌다(#寺祈求)’는 해시태그가 1천만 건 이상의 게시물과 9억6천만 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청년 구직자들에게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 중국에서는 ’35세의 위기’ 혹은 ’35세의 문턱’, ’35세의 저주’, ’35세의 비극’이라는 용어가 최근 부쩍 자주 언급된다. 35세부터 승진과 재직, 취업 문턱이 급격하게 높아지는 현상을 가리킨다.

멀쩡한 직장인이나 공공 기관 근로자도 35세가 되면 해고의 압박을 받을 위험에 노출된다. 넘쳐나는 구직자들을 해소하려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정리해고를 단행할 때 35세 이상이 주요 대상이다. 이렇게 쫓겨난 이들은 35세 이상으로, 재취업이 거의 불가능해 경제적으로 몰락한다.

궈바오셩은 “35세 위기론은 많은 이들에게 악몽 같은 일이 되고 있다”며 “많은 직장인이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청년들은 열심히 일하지만, 소득은 느리게 증가하고 주택 마련과 결혼, 은퇴 준비 등 현실적인 압력은 높아지는 것을 발견한다”고 덧붙였다.

‘종교는 미신’ 탄압하지만, 정작 공산당원 상당수 점술 신봉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원을 찾아 향을 올리는 중국 청년들 상당수는 ‘신앙’ 때문이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다. 연구기관 아이미디어컨설팅(艾媒諮詢) 조사에서 응답자 56.5%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라고 답했고, 절반 이상이 어떤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당원들에게 반드시 무신론자일 것을 요구하며, 향 올리기와 부처님 숭배를 ‘미신 행위’로 금지하는 중국공산당은 점치기를 매우 좋아하는 집단으로 알려져 있다. 2007년 한 중국 언론 조사에서는 중국 지방 관리 52%가 점치기를 믿는다는 결과가 나왔다.

2012년 집권한 시진핑은 한 연설에서 중국공산당 당원에게 “흔들림 없는 마르크스주의 무신론자”가 될 것을 강조했다. 바꿔 말하면 공산당의 무신론 이념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의미다.

올해 1월 중국공산당의 공직자 사정기구인 중앙기율검사위원회는 전국인민대표대회 화교위원회 부위원장 뤄바오밍(羅保銘) 등 해임된 관리 8명의 징계 사유를 발표했는데, 모두 ‘미신 행위’, ‘봉건적 미신 행위’ 등의 사유가 포함돼 있었다.

미국 퓨리서치 센터는 2023년 중국 학술 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중국 공산당원의 종교적 신념과 종교 활동의 범위를 분석했는데 40%가 풍수를 신봉하고 35%는 신과 부처를 믿는 것으로 나타났다.

에포크타임스가 연재한 사설 ‘9평 공산당’에서는 중국공산당을 단순한 정치 집단, 정당이 아니라 일종의 사교(邪敎·사악한 종교), 사이비 종교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마르크스를 정신적인 지주이자 신(神)으로 여기고, 사후 세계인 천국 대신 현생의 ‘유토피아’를 일종의 천국으로 삼는다. 정부 기관은 물론 기업, 단체, 주민 모임에까지 설치된 ‘당 위원회’가 종교시설 기능을 한다. 또한 마르크스주의, 마오쩌둥 사상 등이 교리다.

다른 이념과 견해를 철저히 배격하며, 공산당 지도자 혹은 언론에 침투한 대리인들의 목소리만 믿고 따른다. 그들의 연설과 발언을 수시로 들으며 자신을 세뇌하고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포기하고 무지성으로 추종한다.

일반적인 정통 종교는 신을 믿고 선(善)을 추구하며 높은 도덕성을 이룸으로써 영혼의 구원을 받는 것이 목표다. 반면 공산당은 투쟁, 비난, 조롱으로 패거리를 이루며 질서와 가치관을 전복하는 것이 목적이다. 공정과 정의를 내세우지만, 혁명의 결과물은 소수만 나눠 갖는 것도 특징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산사교(邪敎) 아래에서 수십 년간 세뇌와 개종을 강요받았던 중국인들이 비록 진정한 신앙에는 도달하지 못했더라도 정통 종교로 돌아오고 있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일로 평가된다.

미국에 거주하는 인권 운동가이자 역사가인 리잉즈(李英之)는 RFA에 “이는 중국공산당에 대한 믿음이 붕괴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자란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당과 공산주의를 믿도록 교육을 받았다. 그런데 지금은 많은 청년과 공산당원들이 신불에게 향을 피우며 기도하고 있다. 공산당의 허황한 말에 더는 속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