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의원, 케네디센터에 “中 국립발레단 공연 허용은 무책임” 질타

크리스 스미스(공화-뉴저지)와 존 물레나르(공화-미시건) 하원의원은 1월 24일(현지 시간) 존 F. 케네디 공연예술센터의 중국 국립발레단 공연 유치 결정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며 “이 무용단은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도구의 일부”라고 지적했다.
스미스 의원은 미중 의회·행정부 위원회(CECC) 위원장이며, 물레나르 의원은 하원 중국공산당 특별위원회 위원장이다.
이들 두 의원은 케네디센터의 데이비드 루빈스타인 이사장과 데보라 러터 회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케네디센터가 공공 건물로서 기능하도록 하기 위해 국가가 2024 회계연도에 4400만 달러의 예산을 지원했으며, 이 건물에서 진행되는 일에 대해 케네디센터는 납세자들에게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케네디센터는 2025 회계연도에 약 4573만 달러의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고 있다.
의원들은 중국공산당(CCP)이 자유로운 예술 표현을 용납하지 않으며, 예술을 ‘해외에서는 당의 선전을 전파하고 국내에서는 대중을 동원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치적 도구’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들은 “시진핑의 중국에서 예술은 선전이며 오직 중국공산당을 위해서만 봉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국립발레단은 1월 29일부터 2월 2일까지 케네디센터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서한에 따르면, 이 발레단에는 중국공산당 당원인 지도자가 3명 있으며, 펑잉 단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와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라는 두 개의 중국공산당 기관에서 직책을 맡은 바 있다. 또 이 발레단은 당의 지시 준수를 보장하는 책임을 지닌 당위원회 사무실을 내부에 두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의원들은 “중국 국립발레단은 분명히 중국공산당의 정치적 도구의 일부”라며 “발레를 통해 미국 대중에게 우호적인 면모를 보이려 하지만, 중국공산당은 중화인민공화국(PRC) 내에서뿐만 아니라 미국을 포함한 해외에서도 당의 노선에 반대하는 작가, 예술가 등을 적극적으로 탄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한은 작곡가 류스팡, 작사가 쉬린 등 중국 정권의 표적이 된 중국 예술가들을 언급했다. 이들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옹호하는 노래를 만들어 말썽을 일으키고 분란을 조장한 혐의’로 2017년 형사 구금됐다.
서한에서 언급된 또 다른 예술가는 미국에 거주하는 조각가 천웨이밍으로, 그는 시진핑의 얼굴을 연상시키는 ‘CCP 바이러스’라는 흉상을 제작했다. 2022년 미 법무부는 플로리다 교정직 전직 공무원을 포함한 3명의 중국공산당 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을 천웨이밍을 비방하고 명예를 실추시키려 공모한 혐의로 기소했다.
의원들은 “중국공산당의 선전을 지원하고, 예술가와 지식인을 상대로 시진핑이 벌이는 전쟁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우리의 견해로는 책임 있는 관리가 아니다”라고 질타했다.
그들은 케네디센터의 전통을 강조하며 공산주의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공연을 선보이는 데 사용돼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서한은 “케네디센터는 공공건물이자 무용가, 시인, 음악가, 작가, 화가들이 미국 민주주의의 호민관이라고 믿었던 존 F. 케네디 대통령을 기리는 기념관”이라고 강조했다.
의원들은 루빈스타인 이사장과 러터 회장에게 1월 28일까지 중국 발레단의 공연에 연방 자금이 사용되고 있는지 여부를 포함한 여러 질문에 답변할 것을 요구했다. 1월 29일 의원들의 우려에 대한 답신에서, 러터 회장은 케네디센터의 설립 법령에 따라 연방 자금을 특정 공연을 위해 사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의원들은 중국 발레단 공연의 후원자들에 대해 질문했으며, 특히 중국 통일전선공작부와 연계된 단체들이 포함돼 있는지를 물었다.
2023년 11월, 하원 중국공산당 특별위원회는 중국의 통일전선에 대해 미국인들에게 경고하는 메모를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외견상 독립적인 목소리를 통해 중화인민공화국에 대해 호의적인 서사를 유포하는 것도 통일전선공작의 일환이다.
의원들이 제기한 또 다른 질문은 케네디센터가 2026 회계연도 예산에 중국이나 중국공산당 관련 단체들로부터의 기부금을 포함할 것인지 여부다.
이들은 서한에서 “케네디센터 경영진은 미국에서 당연하게 여기는 권리를 행사했다는 이유로 중국 감옥에서 자의적으로 구금되고 심지어 고문당하는 가족들을 둔, 미국에 거주하는 중국 반체제 인사들을 만날 의향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러터는 “케네디센터는 문화외교의 일환으로, 수년간 많은 중국, 중국계 미국인, 대만, 그리고 여타 아시아 예술가들과 단체들을 초청해 왔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러터는 오는 2월 20일부터 3월 2일까지 케네디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할 예정인 뉴욕 소재 션윈예술단을 언급했다.
중국공산당은 해외에서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한 공작을 치열하게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캘리포니아 지역 정치인의 측근인 마이크 쑨이 US뉴스센터라는 언론사를 운영하면서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중국의 주장을 유포한 혐의로 체포됐다. 그는 이 지역에서 중국공산당의 지도력을 기념하는 다수의 문화 공연을 지휘했다. 중국영사관 관리들이 자주 이러한 행사에 참여했으며, 중국 언론은 이를 홍보하는 기사들을 실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