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베이징대 법대 교수 위안훙빙, 내부 소식통 인용
“트럼프 거인이라면 시진핑은 꼬마…상대 안 된다는 인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집권 후 미국의 기세가 급속히 상승하면서, 시진핑 지도부의 미래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 베이징 관료 사회 내부에 급격히 확산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호주에서 망명 생활 중인 전 베이징대(북경대) 법대 교수 위안훙빙(袁紅冰)은 에포크타임스에 “현재 베이징 정관계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문화대혁명 말기 때와 비슷하다는 이야기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위안홍빙은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한 후 취임 전부터 전 세계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장되는 모습이 포착됐다. 특히 트럼프의 강력한 의지가 느껴졌다는 게 베이징 관료 사회의 견해”라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베이징 고위층은 미국과 중국 간 주도권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지도자의 의지를 꼽고 있는데 시진핑과 트럼프의 의지력은 비교 불가라는 게 중국 고위층의 인식이다. “공산당 원로들의 시선에 트럼프가 거인이라면 시진핑은 꼬마”라고 위안훙빙은 내부 소식통의 말을 전했다.
위안훙빙의 평가에 따르면 시진핑은 자기 권력을 놓칠까 봐 불안감에 시달리며 측근까지 숙청 대상으로 삼고 있는 반면, 트럼프는 카리스마와 지도력을 발휘하며 인재들을 끌어당기고 있다. 집단지도체제였던 중국공산당의 권력 구조를 1인 독재로 바꾼 것이 결국 패착이 됐다는 해석이다.
현재 트럼프 외교 정책의 우선순위는 첫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종식, 둘째, 중동 전쟁(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포함) 종식, 마지막으로 중국공산당의 위협에 대한 대처다.
위안훙빙은 “중동 전쟁은 이제 휴전 국면에 접어들었고,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재에 힘을 쏟고 있는데 그 목적은 미국의 최대 안보 위협인 중국공산당에 대응하는 데 온 힘을 집중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공산당을 억제함으로써 오늘날 세계에서 악의 축인 북-중-러-이란 동맹을 철저히 해체할 토대를 마련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위안훙빙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다음 날 시진핑은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장시간 영상 통화를 했다”며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시진핑은 푸틴이 트럼프의 위협과 회유에 넘어가 중국공산당과 협력을 중단하고 러-우 전쟁 휴전을 카드로 트럼프와 협상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이징 법대 교수 출신인 위안훙빙은 호주 망명 전 중국 고위층과 폭넓은 인맥 관계를 형성했으며, 중국 내 양심적인 인사들로부터 중국공산당 고위층 내부의 비밀스러운 소식들을 제보받고 있다.
문화대혁명은 ‘혁명’이라는 명칭이 붙었지만, 실상은 연이은 실정 끝에 권좌에서 쫓겨날 것을 우려한 마오쩌둥이 일으킨 민중 폭동이다. 마오쩌둥은 중국 경제를 약진하게 만들어 영국을 따라잡겠다는 ‘대약진 운동’을 주도했으나, 비현실적인 정책으로 인해 오히려 최소 3천만~4천만 명이 굶어 죽고 경제가 수십 년 퇴보하는 참극을 초래했다.
마오쩌둥은 그 책임을 지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권력에 대한 욕망으로 ‘문화대혁명’을 일으켰다. ‘낡은 것을 타파하는 혁명’을 표방했지만 정치적 경쟁자를 몰락시키려는 일종의 정변이었다. 광기에 휘말린 중국인들은 자신의 전통문화를 스스로 멸절하는 기괴한 폭동을 일으켰고 마오쩌둥은 다시 권력을 손에 쥐었으나, 그로 인해 중국은 경제에 이어 가치관마저 무너진 국가로 전락했다.
위안훙빙이 말한 “요즘 중국이 문화대혁명 말기와 비슷하다”는 베이징 관료사회의 평가는 자신을 ‘위대한 인물’이라고 철석같이 믿은 마오쩌둥의 노욕과 착각이 중국을 수렁으로 빠뜨린 것처럼, 시진핑 역시 자신을 ‘위대한 인물’로 굳게 믿고 중국을 망국의 길로 이끌고 있다는 의미다.
시진핑의 권력욕이 깊어질수록, 이를 견제하는 이들의 움직임에도 점차 속도가 붙고 있다. 위안훙빙은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현재 중국공산당의 훙얼다이(紅二代·공산당 혁명원로 2세) 중에는 덩샤오핑 노선으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세력이 커지고 있다”며 “그 중심에 덩샤오핑의 아들 덩푸팡(鄧朴方·80)과 천윈(陳雲)의 아들 천위안(陳元·80)이 있다”고 말했다.
천윈은 덩샤오핑, 양상쿤 등과 함께 중국공산당 8대 원로 중 한 명이다. 그의 장남인 천위안은 중국인민은행 부총재(부행장)를 거쳐 중국개발은행 회장 겸 행장을 맡고 있다.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부위원장도 역임했다. 덩샤오핑 장남 덩푸팡 역시 정협에서 부주석과 상무위원을 맡았었다.
덩샤오핑의 노선은 공산당 일당제를 유지하면서 개혁·개방(경제 발전)을 통해 강대국이 되자는 것이다. 실용주의 노선으로도 불린다. 덩샤오핑은 또한 미국과 대결을 피하고 힘을 키운다는 ‘도광양회(韜光養晦)’로도 잘 알려졌다. 이 말의 원뜻은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이다.
즉, 천위안과 덩푸팡이 추진하는 덩샤오핑 노선으로의 복귀는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지 말고 경제 개발에 집중하면서 더 힘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시진핑이 구축한 1인 독재에서 다시 집단 지도체제로 돌아가야 중국공산당의 통치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도 담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위안훙빙에 따르면, 훙얼다이 세력 중에는 중국공산당을 서구식 사회민주당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그룹도 있다. 류사오치(劉少奇)의 아들 류위안(劉源), 후야오방(胡耀邦)의 아들 후더핑(胡德平), 마원루이(馬文瑞)의 딸 마샤오리(馬曉力) 등이다.
류사오치는 마오쩌둥에 이은 중화인민공화국 2대 주석이다. 대약진 운동 이후 마오쩌둥의 노선을 비판하며 덩샤오핑과 함께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며 중국 경제를 빠르게 회복시킨 온건파 지도자였다. 그러나 마오쩌둥과 홍위병 세력에 의해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다.
위안훙빙은 “훙얼다이 내부에서도 중국이 추구해야 할 노선에 대한 견해가 다양하다”면서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오는 2027년 중국공산당 제21차 대표대회(전당대회)에서 시진핑이 재집권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위안훙빙은 2025년 새해를 맞은 시진핑의 첫 번째 지시도 전했다. 그는 “시진핑이 공안부에 ‘중대 정치 사건에 대한 단호하고 신속한 처리를 공안 업무의 최우선 과제로 하라’고 지시했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중국 대학가에서 발견된 ‘반시진핑 전단’ 유포 사건을 가리킨 것으로 보인다.
중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를 앞두고 베이징, 스자좡, 정저우, 우한, 창사 등 주요 도시 대학 캠퍼스에 ‘시진핑 독재를 무장 타도하자’는 동일한 내용의 전단이 발견됐다. 일부 도시에서는 ‘중국민주혁명당’이라는 명의가 적혀 있었다.
재미 중국 평론가 왕요췬은 “중국의 경제·사회 위기가 길어지면서 정치적 위기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라며 “시진핑은 트럼프와의 거래로 권력을 유지할 수 있기를 꿈꾸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중국공산당의 통치력이 약해졌다는 의미”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