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대 도시 중 하나인 톈진시 보건당국이 ‘인체 장기 획득 비용’을 발표해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당국은 “비용을 표준화해 장기이식 서비스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장기 밀매를 부추기고 노골적인 장기 거래를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지난 20일 텐진시 위생건강위원회는 지역 5개 부서와 공동으로 마련한 ‘기증된 인체 장기 획득 비용 표준안’을 공개했다.
오는 2월 1일부터 2년간 시범 시행될 이 표준안은 신체 장기별 ‘획득 및 사용’ 비용을 명시했다.
간(肝)은 25만 위안(약 4980만원), 신장은 20만 위안(약 3980만원), 심장은 8만 위안(약 1590만원)이다. 또한 췌장, 각막, 폐, 소장에도 각각 단위별 ‘가격표’를 붙였다.
이날 당국은 비용 표준안과 함께 ‘인체 장기 기증 비용 및 재정 관리 시행 규칙’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장기별로 비용이 다른 것은 적출 수술 및 장기 운송비 외에도 기증자와 잠재적 기증자 평가, 장기 기능 유지·검사비, 샘플(혈액· 소변·림프샘·조직) 채취 및 보관비, 시신 처리 비용 등을 종합해 산정했기 때문이다.
기증자 가족을 위한 교통·음식·숙박비와 근로 수당도 모두 기증받는 이가 내는 돈으로 충당한다.
시행 규칙에서는 재정 관리도 자세히 규정했는데, 장기이식 병원은 소속 병원을 대신해 ‘기증된 장기’의 획득과 사용료를 징수하되, 이 돈을 별도로 관리해서는 안 되며 소속 병원 계좌에 통합해야 한다. 또한 지정된 계좌 외 계좌로 비용을 이체받거나 해서는 안 된다.
중국 문제 전문가들은 톈진시 당국이 장기 기증에 관한 비용을 표준화하고 재정 관리 규정을 발표한 것은 그만큼 장기 거래가 많이 이뤄지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시사 평론가 탕징위안은 “중국 공산당 당국은 장기 가격표를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는 정부가 장기 거래가 합법이라고 공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한국, 미국, 일본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는 장기 기증에 대한 금전적 보상을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몰래 장기를 사고파는 밀거래를 조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각국에서 범죄조직과 브로커들이 은밀하게 장기 거래를 벌이고 있으나 이는 엄밀히 불법이며 적발되면 강도 높은 처벌을 받는다.
탕징위안은 “중국 공산당은 사형수의 동의를 받아 장기를 사용한다고 주장해 왔으나,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고조되자 지난 2015년부터 이러한 관행을 금지했다”며 “하지만 이는 공식적인 입장일 뿐 지금도 사형수를 비롯해 수감자들의 장기를 강제로 적출한다는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은 세계 최대 장기 밀매 암시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다른 국가와 달리 범죄조직이 아니라 공안 등 사법당국이 수감자 장기를 밀매하는 등 장기 밀매를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며 “장기이식이 거대한 국가적 산업이 됐다는 게 국제인권단체의 조사 결과”라고 밝혔다.
탕징위안은 “사실 중국 공산당은 1980년대부터 살아있는 수감자의 장기를 적출해 왔는데, 주로는 공산당 고위 관리의 이식 수술 수요에 맞추기 위해서였다”며 “1990년대 후반 파룬궁에 대한 대규모 탄압 이후 수련자들이 주된 목표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으로 망명한 중국 언론인 출신 평론가 자오란젠은 “중국에서는 수년 전부터 특히 청년들의 실종이나 의문사가 빈번하다”며 최근의 한 사례를 전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1월 9일 왕이 등 중국 포탈에서는 갑작스러운 뇌사로 숨진 19세 대학생이 신장 2개와 각막을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는 ‘미담’ 기사가 전해졌다.
이 대학생은 설날 귀성 기차표를 예매했지만, 같은 달 3일 식욕부진과 무기력으로 후난성 중난대 부속 샹야(湘雅)병원을 찾았다가 바로 다음 날 위독한 증상을 나타냈고 5일 “정확한 병명이 알려지지 않은 채” 뇌사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은 6일 해당 대학생이 장기 기증 희망자로 등록했다고 가족에게 통지했고, 가족들은 오열하면서도 장기 기증 통보를 그저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그녀의 신체는 4명에게 나뉘어 이식됐다. 누가 어떤 장기를 이식받았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미담으로 끝날 기사를 두고 자오란젠이 “장기 밀매를 위한 의도적 살해 가능성”을 거론한 것은 지난해 10월 이 병원에서 의문의 추락사로 세상을 떠난 신장이식과 대학원생 뤄스위(羅帥宇) 사건 때문이다.
추후 그의 부모에 따르면, 뤄스위는 이 병원 인턴(수련의)으로 근무한 2년간 무려 100명의 청년 입원환자가 불법적으로 장기 적출을 당했으며 이러한 범죄를 이 병원 외상 응급의료센터 부국장 류모씨가 주도했다는 내용이 담긴 자료를 어딘가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상상을 뛰어넘는 참혹한 사건이 병원에 만연해 있었으며, 병원 인턴 뤄스위는 자신의 양심을 속이기를 거부하고 이 사건을 제보했다가 병원 측에 의해 추락사로 입막음당했다는 게 뤄스위 부모의 폭로다.
자오란젠은 이 사건을 언급한 후 “샹야 병원은 예전부터 환자를 일부러 죽게 하고 장기를 훔쳐 가거나 환자에게 알리지 않고 장기 일부를 절취해 이식용으로 판다는 소문이 나돌았다”고 말했다.
탕징위안은 “중국의 장기이식수술 발전은 자국민의 생명을 돈벌이 대상으로 취급하는 중국 공산당의 범죄에 기반하고 있다”며 “공산당이 획득하는 모든 개인정보는 이러한 통제와 착취를 위한 수단으로 악용된다”고 경고했다.
한편, 톈진시 위건위 홈페이지에서 해당 규칙과 가격표는 삭제됐지만, 이 소식을 전한 중국 일부 언론 기사는 그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