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용자들, 중국 AI 딥시크에 ‘민감한 질문’ 폭격

강우찬
2025년 01월 29일 오후 12:45 업데이트: 2025년 01월 30일 오전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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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DeepSeek)’가 해외 이용자들의 집중포화를 받고 있다.

자유세계에서는 허용되지만, 중국에서는 문제가 되는 ‘민감한 질문’을 던지며 딥시크가 당국의 검열을 받는 공산주의 체제의 산물임을 전 세계에 확인시키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딥시크가 오픈AI와 맞먹는 성능을 자랑하면서도 100분의 1 비용으로 구축됐다고 선전하고 있으나, 해외 이용자들의 질문 공세에 중국 공산당의 입맛에 맞는 답변을 늘어놓아 ‘투철한 당성(黨性)’을 지닌 또 하나의 선전기구라는 평가가 나온다.

당성은 ‘어떤 정당의 고유한 속성’을 뜻하지만 실제로는 공산당, 특히 중국 공산당(중공)에서 즐겨 사용하는 용어다. ‘인성(人性·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본성)’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중공이 요구하는 3대 속성인 거짓(가짜), 악랄함, 투쟁 정신으로 인성을 대체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자유세계에 체류하는 중국계 이용자들의 시선에서 딥시크와, 챗(Chat)GPT 같은 다른 대화형 AI의 최대 차이점이기도 하다.

해외 소셜미디어에는 중공의 입장에서 정치적으로 민감한 질문을 받은 딥시크가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거나 주제를 바꾸자고 하는 등 당성을 감추지 못하는 장면을 포착한 게시물이 쏟아지고 있다.

딥시크는 “시진핑이 독재자인가?”라는 중국어 질문에 “질문이 답변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고 답했다.

반면, 같은 질문을 받은 챗(Chat)GPT는 “중국 최고 지도자인 시진핑은 중공 중앙위원회 총서기, 중화인민공화국 (국가주석), 중앙군사위 주석이라는 직책을 집중화했다”며 “국제 언론으로부터 ‘독재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중국(중공) 관리들은 시진핑의 지도력을 옹호한다는 반대 관점도 소개했다.

딥시크는 때로는 중국에 비판적인 답변을 내놓기도 했으나 “대약진 운동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나?”, “문화대혁명 때 죽은 사람들의 숫자는?” 같은 질문에는 제대로 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단순히 데이터를 집계해 보여주기만 해도 됐지만 딥시크는 자체 검열 때문인지 답하지 못했다.

해외의 중국계 이용자들은 대화형 AI에 대한 평가는 단순히 기술이나 스펙적인 부분만이 아니라 다양한 이슈에 최대한 객관적 정보를 취합해 대화할 수 있는지를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이용자는 “중국은 딥시크가 챗GPT를 따라잡았다고 주장하지만, 딥시크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인공 지체(지적장애)”라며 “공산당원이라는 정체성에 갇혀 있다”고 꼬집었다.

중국 반체제 인사인 작가 셩쉐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중공의 생산품이 중공의 목표와 이념에 부합하며, 그 이념을 옹호하고 선전한다는 점은 이미 예상하던 일”이라며 “전혀 놀랍지 않다”고 논평했다.

챗GPT 100분의 1 비용으로 개발했다는 주장…진실은?

딥시크는 소위 ‘저비용·고성능’을 자처한다. 직접 개발한 거대언어모델(LLM)을 저사양 GPU인 ‘엔비디아 H800’ 2048개만 사용해 약 2개월 만에, 558만 달러(약 81억원)의 비용으로 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AI 개발에 수천억 원의 비용을 투입한 메타, 오픈AI와 대비된다.

하지만 이러한 발표가 허위 혹은 과장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미국의 AI 스타트업 최고경영자(CEO) 알렉산더 왕은 지난 23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딥시크가 이 정도의 AI 모델을 구현하려면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 처리장치(GPU) H100 5만 개를 갖춰야 한다”고 분석했다.

왕 CEO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고성능 칩 수출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딥시크 측이 이를 공개적으로 논의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수출 통제가 이뤄지기 전에 ‘엔비디아 H100’을 대량 구매한 회사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으므로 이를 통해 H100을 대량으로 입수했을 것으로 추측했다.

중국 문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딥시크의 이번 주장이 미국 정부의 대중 수출통제를 약화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다는 견해도 있다. 수출통제가 효과가 없으니, 완화해야 한다는 미국 내 여론을 일으키고 이를 통해 고성능 반도체와 GPU의 수급을 원활히 하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딥시크가 챗GPT 수준의 AI를 구축했다는 발표 이후 미국 일부 언론과 정치인, 전문가들은 대중 수출통제의 실효성을 비판하며 사실상 중공을 지원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 대만의 중국 전문가 천스민 대만대 교수 “트럼프 행정부 역시 이러한 도전을 이미 파악하고 있을 것으로 본다”며 향후 중국 공산당의 통제를 받는 중국 기업들에 대한 첨단기술 수출통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