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 외교부는 미국에 불법 입국했거나 합법적으로 입국한 후 불법 체류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송환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불법 이민자 송환을 거부했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및 미국 비자 취소 등 강력한 조치에 ‘항복 선언’을 한 콜롬비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지난 27일 중공 외교부는 정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앞세워 콜롬비아를 압박해 자국민 불법 이민자를 데려가도록 했는데, 중국도 불법 이민자를 데려갈 것인가’라는 질문에 사실상 긍정의 신호를 발신했다.
마오닝 중공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원칙적으로 모든 형태의 불법 이민 활동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미국을 포함한 관련 국가의 이민법 집행 기관과 협력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어 “검증을 거쳐 중국 본토 출신으로 확인된 중국 국민은 받아들인다”고 덧붙였다.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는 세계적 강대국으로 발돋움하고 있으나, 자유를 찾아 미국으로 탈출하는 중국인들이 늘어나는 모순을 지니고 있다. 사상과 신념, 종교의 자유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미국은 급증하는 중국인 불법 입국자로 인한 고민이 깊어진다. 자유와 성공을 찾아 입국하는 이들 사이에 미국에서 혼란을 부추기고 내부 붕괴를 꾀하는 중공 간첩과 중공 인민해방군 군인들이 섞여 있다는 우려에서다.
미국 연방 상원 국토안보위원회는 지난해 3월 ‘중국인 밀입국자 급증’에 관한 청문회에서 중국인 밀입국자 급증을 “심각한 국가 안보 위협”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에 따르면, 미국 남부 국경을 불법으로 넘다가 적발된 중국인 밀입국 사례는 2007~2021년 연평균 1천 건에 그쳤으나 2023년에 2만4천 건으로 무려 20배 이상 폭증했다.
지난해 2월에는 중국인 밀입국자 중 일부가 중국 조직범죄단 소속으로 드러나 자금 세탁 혐의로 기소됐으며, 미국 전역에서는 중국인들이 운영하는 마리화나 농장이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체포한 중국인 범죄자들을 본국으로 송환하는 문제에서 중공은 미국에 비협조적 태도를 유지해 왔다. 중국인 불법 입국자 수용을 거부하거나, 근본적 해결을 위한 논의에 시간을 끌며 미뤄왔기 때문이다.
미국 국토안보부는 불법 입국 문제와 관련해 중국을 ‘비협조적’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알레한드로 마요르카스 당시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은 NBC 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인 송환을 위한 양국 고위층 간 대화에서 중국이 수용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러한 지금까지의 배경은 27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본토 출신 중국인은 받아들인다”는 중공 외교부 대변인의 대답이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 따른 태도 변화로 해석되는 이유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콜롬비아가 미국에서 불법 이민자를 받아들이도록 강제하기 위해 일련의 강압적 조치를 사용했다.
26일 콜롬비아는 미국에서 추방된 불법 이민자들을 태운 미군 비행기의 착륙을 거부함으로써 군용기를 미국으로 되돌아가도록 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콜롬비아산 제품에 대한 25%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일주일 후 50%로 인상하도록 했다. 콜롬비아를 상대로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에 따른 재무, 은행 및 금융 제재 전면 시행도 지시했다.
또한 미국 국무부는 콜롬비아 정부 관리는 물론 콜롬비아의 동맹국과 지지자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고 이미 발급된 비자를 취소하도록 했다. 아울러 모든 콜롬비아 국민과 화물에 대한 세관 및 국경보호 검사를 강화했다.
콜롬비아 대통령 구스타보 페트로는 즉각 반격에 나섰다.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검토하겠다고 맞불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그는 9시간 만에 군용기 송환을 포함해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겠다며 항복했다.
이를 두고 해외 언론계에서는 관세 인상 위협보다 비자 취소와 금융 제재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콜롬비아를 움직이는 부패 권력층이 자식을 미국에 보내두고 미국에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입국이 금지되고 달러 자산까지 동결될 위기에 처하자 페트로 대통령에게 압박을 가했다는 것이다.
이는 가족과 자산을 미국에 빼돌려두고 있는 중공 고위층이 미국 입국 금지와 금융 제재를 매우 두려워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실제로 홍콩 행정장관 캐리 람은 홍콩의 자유와 민주적 절차를 억압했다가 지난 2020년 8월 미국 재무부 제재를 받게 된 이후, 은행의 금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돼 현금을 사용하며 생활하고 있다는 사연이 전해진 바 있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콜롬비아 사례를 다른 국가들이 자국민 불법 이민자 수용을 거부하지 못하도록 본보기로 삼으려 한다고 보도했다.
중공의 태도 변화는 ‘힘에 의한 평화’와 강한 미국 재건을 내세우는 트럼프의 전략이 작용하는 한 사례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