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서 한 달여 만에 50% 육박…尹 지지율 급상승한 까닭은

이윤정
2025년 01월 27일 오전 12:04 업데이트: 2025년 01월 27일 오후 3:43
TextSize
Print

적극 대응 나선 민주당…민생 행보 부각
진영갈등·여야대결 아닌 ‘체제전쟁’ 인식 확산
시민들계엄령 아닌 계몽령공산세력 막아내야

탄핵 정국 속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2030 세대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연말 계엄사태 직후와 비교해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계엄 선포 후 한 달 새 뒤바뀐 여론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 직후 윤 대통령 지지율은 급락해 12월 5~6일 조사(리얼미터)에서 17.3%를 기록하며 취임 후 처음으로 10%대를 기록했다. 한국갤럽의 12월 10~12일 여론 조사에선 11%로 최저치를 나타냈다. 부정 평가 사유로는 응답자의 절반(49%)이 ‘비상계엄 사태’를 꼽았다.

정당 지지도를 보면,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12월 14일)한 후 실시한 한국갤럽 조사(17~19일)에서 민주당 지지율(48%)은 국민의힘(24%)의 2배였다.

그러다 12월 말부터 지지율 변화가 감지됐다. 여론조사공정은 12월 30일, 국민의힘 지지율이 30.3%를 기록해 직전 조사 대비 6.7%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 이유를 “대통령 탄핵 가결 후 동정심과 위기감 고조에 따른 보수층 결집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며칠 뒤 대통령 지지율도 ‘40%대’를 돌파했고, 지난 1월 10일 갤럽이 발표한 여론조사에선 국민의힘 34%, 민주당 36%로, 양당 지지율 격차가 3주 만에 24%p에서 2%p로 대폭(22%p) 줄었다.

1월 16일엔 양당 지지율이 교차된 여론조사가 등장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의 1월 13~15일 조사에서 국민의힘 35% 민주당 32%로 집계됐다. ‘민주당의 과도한 입법 행보’가 주된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해 국무위원들을 대상으로 29번 탄핵 시도를 했고, 최근엔 카카오톡 등을 통해 내란 선동 관련 가짜뉴스를 퍼뜨린다는 이유로 일반인을 고발한 것도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불과 며칠 만에 양당 지지율이 12·3 비상계엄 이후 처음으로 역전됐다. 이는 전국지표조사(NBS), 갤럽, 리얼미터 등 이른바 ‘3대 여론조사’에서 모두 나타난 현상이다.

최근 조사(미디어리서치)에선 국민의힘이 48.5%, 더불어민주당이 38.8%를 각각 기록했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50%에 육박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랐다.

양당의 반응은

지난해 12월 3일,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국민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서거 이후 45년 만의 계엄 선포로, 1987년 군사정권 종식 이후 한국에서 발생한 가장 심각한 정치적 위기 중 하나로 인식됐다.

계엄 이후 급락하던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반등하자 정치권에선 여권의 강성 지지층들이 결집했다는 분석이 우세했다.

국민의힘은 지지율 반등에 반색하면서도 경계하는 분위기다. 당내에서도 자력으로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기보다는 여권의 위기에 따른 지지층 결집과 야당의 일방적 독주에 대한 반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낸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지난 19일 한 언론과의 통화에서 “우리가 특별히 잘한 것은 없다”며 “대선에 마음이 급한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자꾸 서두르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카톡 검열’ 논란 등 실수를 연발한 결과”라고 밝혔다.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내란죄 혐의로 구속된 후에도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 여론이 동반 상승하는 흐름이 이어지자 민주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운데)가 1월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처음엔 민주당도 당 지지율 부진의 원인을 ‘보수층 결집’ 탓으로 돌리며 ‘보수 응답자의 과표집’에 따른 일시적 착시현상’으로 평가절하했다. 다만 일부에선 민주당의 잇따른 국무위원 탄핵 등 강경 일변도 전략이 피로감을 키웠고, 의원들이 막말 등 경솔한 행동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당내에서도 여론조사 결과를 무시할 게 아니라 자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수 측 인사들은 민주당 지지율 하락의 원인으로 거대 야당의 국정 마비 입법 폭주와 그로 인한 국정 마비를 꼽는다. 주로 ▲민주당 의원들의 잔인한 언사 ▲고위공직자 탄핵소추안 29건 발의 ▲‘카톡계엄’으로 불리는 일반국민 SNS 검열 위협 ▲예산 대폭 삭감 등을 언급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대국민담화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거대 야당의 의회 독재와 폭거로 국정이 마비되고 사회 질서가 교란되어, 행정과 사법의 정상적인 수행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 ‘정권 연장’을 바라는 응답이 ‘정권 교체’를 넘어서자 민주당은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당내 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여론조사를 검증하겠다고 나섰고, 지난 22일엔 여론조사 업체 관리를 강화하는 법안까지 발의했다. 아울러 이재명 대표가 경제와 외교·안보 이슈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정국 안정과 민생 챙기기를 부각하고 있다. 이 대표는 23일 국회에서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현 정국 관련 구상과 민생 경제 회복 대책을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내 분위기를 묻자 “현 사태를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향후 일어날 수 있는 대선 과정이나 정부 운영 방향 관련해서 다급해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보수 측과 국민의힘에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한번 당해 봤기 때문에 이대로 죽으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계속 결집할 것”으로 전망하며 “(지지율 변화는) 민주당에 ‘좀 더 대안을 제시해 달라’는 국민들의 바람이 표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밝힌 ‘비상계엄 이유’ 먹혔나

윤석열 대통령이 12월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12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이번 비상계엄에 대해 “국정 마비의 망국적 비상 상황에서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국정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통령의 법적 권한으로 행사한 조치”라며 “그럼으로써 자유민주주의 헌정 질서의 붕괴를 막고, 국가 기능을 정상화하고자 하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 목적은 국민들에게 거대 야당의 반국가적 패악을 알려 이를 멈추도록 경고하는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시간이 갈수록 대한민국의 상황을 단순히 진영 논리에 따른 보수 진보 간 대결이나 여야 간 세력 싸움이 아니라 ‘체제전쟁’으로 보는 시각이 점차 확산하고 있다.

지난 18일 윤 대통령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두고 집회에 참석한 치과 의사 이상득 씨(73세)는 “윤 대통령이 선포한 게 계엄령이 아니라 계몽령이라고 그러잖나”라며 “우리를 지배하려는 중국 외세, 공산세력을 철저히 막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들이 깨우치지 못하면 중국 공산당의 노예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집회에 참석한 프로그래머 이석진 씨(20대)는 “원래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지금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가 위험하다는 생각은 확실하다”며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자유민주주의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 이 나라의 미래가 어둡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생 이우현 씨는 “(이번 사태에) 외부 세력에 영향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자유민주주의 체제에서 살고 싶어서 나라를 지킨다는 마음으로 여기에 나왔다”고 했다.

지금까지 민주당을 지지했었다는 한 20대 여성은 셀카 영상을 통해 “지금은 단순한 내부 싸움 정도가 아니라 체제 전쟁 중”이라며 “우리는 지금 중국과 북한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여성은 “우리가 진짜 싸워야 할 대상은 대한민국을 집어삼키려고 하고 있는 중국과 북한, 그리고 그들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민주당입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중국의 초한전’의 저자 이지용 계명대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에 “대한민국이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느냐, 아니면 중국과 북한과 함께 친중종속 유사전체주의 국가로 변질되느냐의 기로에 서 있다”며 “반(反)자유주의 세력의 중심축인 중국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연대를 깨기 위해 윤석열 정부를 무력화시키는 ‘통일전선공작’을 전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3년 출간된 ‘중국의 초한전’은 중국 공산당의 세계 패권 장악 전략과 그 위험성, 한국의 대응 방안을 집대성한 책이다.

이진곤 전 국민일보 주필은 23일 통화에서 지지율 변화와 관련해 “정치적 만행으로 볼 수 있는 민주당의 행보에 국민들의 반발심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며 “보수층 결집에다 중도층이 보수로 기울어진 결과”로 분석했다.

이 전 주필은 “(국민들이) 중국의 행태에 대한 우려도 현실로 인식한 듯하다”며 “설마 했던 ‘중국이 우리나라 내정에 간섭한다’는 주장이 하나씩 현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를 고집하는 한, 조기 대선을 치른다 해도 민주당 뜻대로는 되지 않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이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달려있겠지만, 지금 추세로 봤을 때는 당분간 상승세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주현 변호사는 윤 대통령 지지율 급등의 원인에 대해 중국의 선거 개입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국 변호사로는 유일하게 47대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과 무도회에 초청받은 박 변호사는 지난 24일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스카이데일리의 ‘선거연수원에서 중국인 간첩 99명이 체포돼 주일미군기지에 압송됐다’라는 보도의 진위를 아직 가릴 수는 없다”면서도 “탄핵 소추가 되고 아무런 힘도 없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상승한다는 건 뭔가 건드려진 걸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선거연수원의 생활동 시설이 외국인 공동주택인 점 △에이웹(A-WEB·세계선거기관협의회) 서울센터가 선거연수원 안에 있는 점 △자국민 약 100명이 간첩으로 체포됐다는 보도에도 중국 당국이 침묵하는 점 등을 들어 해당 보도가 사실무근이 아닐 개연성을 짚었다.

헌정사 최초 현직 대통령이 체포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지고 탄핵심판까지 받는 초유의 상황에서 지지율이 급등하는 예상 밖의 일이 발생했다.

위기 의식을 느낀 ‘보수층의 결집’이나 ‘언더독 효과(Underdog effect·사람들이 약자라고 믿는 주체를 응원하게 되는 현상)’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이례적인 현상이다. 공수처의 수사, 법원 등 사법기관의 과도한 법 집행과 공정성을 잃은 듯한 처사도 윤 대통령 지지율 상승에 한몫했을 것이다. 이는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때와는 결을 달리한다. 특히 진보 성향이 강한 것으로 알려진 20~30대 청년층조차도 윤 대통령을 지지한다며 태극기를 들고 나오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론의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누구도 예상치 못한 현상이 대한민국에서 발생했고, 진행되고 있는 건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