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처리수가 방류된 해역에서 채집한 첫 번째 표본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해양 생물에 미치는 징후도 없었다고 밝혔다.
23일 환구시보 등 공산당 관영언론에 따르면 중국국가원자능기구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별도로 실시한 자체 표본 채집 및 검사에서 삼중수소와 세슘-137, 스트론튬-90 등 핵종 활성농도에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중국 측 전문가들은 또한 현재까지 다양한 모니터링 자료를 바탕으로 검토한 결과, 후쿠시마 처리수(중국에서는 ‘오염수’로 부름) 방류가 해양 생물에 어떠한 영향을 줬다는 징후 역시 발견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앞서 중국은 국제원자력기구의 검사와는 별개로 자체 검사를 실시하는 조건으로 일본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 해제를 검토하겠다고 했으며, 국제원자력기구와 협의하에 중국 전문가들이 처리수 방류 해역에서 조사를 벌였다.
그러나 중국 전문가들은 “일본처럼 일방적으로 핵폐기물을 바다에 방류한 전례가 없다”며 “적법성과 합리성이 부족하므로 신중한 자세와 과학적 접근을 유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3년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의 오염수를 다핵종 처리시설(ALPS)을 통해 걸러낸 후 나오는 처리수를 바다에 방류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은 핵폐기물, 핵오염수라는 용어를 고집하며 극렬하게 반대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의 ALPS와 처리수를 검사한 종합평가보고서에서 국제 기준에 따라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으나, 중국 전문가들은 “졸속한 평가”, “충분한 협의가 없었다”며 비판했다.
당시 중국 최고의 원자력 전문가인 류셴린(劉森林) 중국 원자능과학원 원장은 일본의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를 허용한 IAEA 종합평가보고서를 가리켜 “일본 정부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조사”라며 깎아내렸다.
2023년 8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 방류가 시작되자, 중국에서는 이러한 소위 ‘체제 내 과학자들’의 반대 의견에 힘입은 반일감정이 폭발했다. 중국에서 거의 유일하게 군중이 모이는 것이 허용되는 축구 경기장에서 “일본을 타도하자”는 구호가 터져 나왔다.
중국의 음식점들은 ‘일본인 출입금지’ 안내문을 내걸었고 일본 단체여행 취소 및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불붙었다. 중국 포탈 바이두는 핵오염수로 오염된 식품을 섭취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결과를 경고하는 ‘전문가’ 영상들이 쏟아졌다.
다만, 중국 공산당의 엄밀한 사회 감시로 인해 대규모 시위는 이뤄지지 않았다. 그 대신 중국 온라인 매체와 소셜미디어에는 후쿠시마 처리수 방류에 항의하는 한국 야당과 시민단체의 대규모 시위를 전하는 기사가 게재됐다.
이 밖에도 일본이 방류한 ‘핵 오염수’가 언제 중국에 도달하는지를 과학적으로 분석한 기사들이 많은 조회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오염수 광풍’이 지나고 1년이 지나 IAEA 검사를 사실상 못 믿겠다며 중국 스스로 실시한 검사에서 “이상 없다”는 결론이 나온 것이다.
그사이 중국에서는 일본에 대한 적개심을 품은 중국인들이 중국 내 일본인들을 무차별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광저우 선전에서는 지난해 9월 등굣길에 중국인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찔린 초등학생이 하루 만에 숨졌다.
앞서 같은 해 6월에는 쑤저우의 일본인학교 스쿨버스 정류장에서 5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여 일본인 모자가 다치고 이를 막으려던 스쿨버스 안내원(중국인) 1명이 숨졌다.
이 50대 남성은 이달 23일 중국 쑤저우 중급인민법원에서 사형이 선고됐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이날 자체 검사 결과를 공개하면서도 중국 측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한 번의 테스트 결과에서 참고할 수 있는 의의는 제한적”이라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