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침체 장기화에 “국유 금융기업 연봉 제한하고 급여 삭감”

강우찬
2025년 01월 24일 오전 9:19 업데이트: 2025년 01월 24일 오후 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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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고 직장’으로 선망받던 중앙정부 소유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직원 연봉 상한제가 시작된다.

정부 재정 악화로 공무원 급여 체불이 속출하는 가운데, 대표적인 고소득 직장을 ‘손보기’함으로써 소득 격차 심화에 따른 사회적 불만 여론을 추스르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로이터통신은 22일 3명의 소식통을 인용, 중국 정부가 중앙 금융기업 직원의 연봉을 최대 100만 위안(약 1억 9700만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에서 기업은 소유 방식에 따라 국유기업, 민영기업, 외자기업 등으로 나뉜다. 국유기업과 달리 민간 소유 기업을 ‘민영’이라고 부르는 것은 경영만 맡겼을 뿐 여전히 국가 소유라는 사상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 모든 것은 국가(공산당) 소유다.

각종 보조금과 대출 등 혜택을 받으면서 독과점 형태로 운영되는 국유기업들은 민간기업에 비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하며, 이 중에서도 특히 중앙정부가 소유하는 중앙 국유기업(중앙기업)은 세계 500대 기업에 다수 포함될 정도의 규모를 지니고 있다.

중앙기업은 또한 권력자들의 낙하산 인사의 집중적인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그로 인한 부패와 비효율성과 방만한 경영 등이 문제로 지적돼 왔다.

특히 중앙 금융기업은 중국 1위 상하이 평균 연봉을 훌쩍 뛰어넘는 억대 연봉 소득자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취업난과 적은 급여에 시달리는 일반 직장인들에게 부러움과 질타를 받아 왔다.

이번 조치는 중국 5대 국유은행인 공상은행, 건설은행, 농업은행, 교통은행, 중국은행을 비롯해 6개 주요 보험사, 4개 부실채권 관리사 등 총 27개 금융기업이 대상이다.

해당 기관에서 이미 100만 위안 이상을 받고 있는 이들은 연봉이 상한선 이하로 삭감되며, 그 밖의 직원들도 보상 체계 개편에 따라 소득이 절반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아울러 연봉 삭감에 맞춘 구조조정과 집단 해고도 이뤄지게 된다.

로이터 통신은 이번 계획을 전한 소식통 3명 중 2명이 정보를 직접 획득했다면서도 민감한 사안이므로 소식통의 신원 보호를 위해 익명으로 보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연봉 제한은 시진핑의 ‘공동 부유’ 정책의 일환으로도 이해된다. 중국에서는 2021년 시진핑의 공동 부유를 정책 발표 후 국유기업과 민영기업 모두 급여와 성과급을 삭감하고 직원들에게 고가의 의류와 시계 착용 등 ‘재력 과시’ 금지를 권고했다.

이번 국유 금융기관의 연봉 상한제 실시가 인재가 가장 중요한 금융기업의 효율성과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견해도 나온다.

실제로 중국 금융기관의 임원급 연봉은 통상 70만~90만 위안(약 1억4천만~1억8천만원) 선이며, 100만 위안 이상 고소득자들은 기업 회장, 사장이 아닌 핵심 사업 분야의 주요 인력들로 성과급에 따라 300만~500만 위안(약 6억~10억원)까지 받는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가장 뛰어난 실적을 거두는 인재들이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구조다. 그로 인해 민영기업으로의 인재 유출 우려도 제기된다.

모두가 손해를 입은 것만은 아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공무원 기본급은 약 500위안(약 10만원) 인상됐다. 수혜 대상자는 수백만 명으로 추산된다.

다만, 지난 수년간 재정난을 겪은 중국 지방정부들이 교사와 경찰 등 상당수 공무원들의 급여를 상여금과 성과급 위주로 삭감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치가 일종의 ‘돌려막기’라는 견해도 있다.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이 누적되자 공기업(국유기업)의 억대 연봉자들의 소득을 가져다가 10만 원씩 나눠준 셈이라는 것이다.

에포크타임스 칼럼니스트 왕허는 “이번 급여 인상은 일종의 정치적 행위”라며 “공무원과 경찰들의 불만 여론이 악화되면 통치에 문제가 커진다. 사회를 안정시켜 통치권을 유지하려는 것이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