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고 부자도시 상하이서 일가족 3명 투신 사망…생활고 추정

강우찬
2025년 01월 23일 오후 6:33 업데이트: 2025년 01월 23일 오후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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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사건 초기 “성적 비관” 보도…경제난 감추려는 물타기 의혹

중국 정부의 한국인 무비자 정책으로 한국인 여행객이 몰리고 있는 상하이에서 일가족 3명이 모두 투신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18일 왕이, 중궈바오 등 중국 현지 미디어에서는 ‘딸이 시험에서 만점을 받지 못해 세 식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기사가 게재됐다.

이 기사는 소셜미디어 게시물을 인용한 것으로 앞서 14일 상하이 민항구에서 아빠와 엄마, 초등학교 5학년 딸 등 세 식구가 차례로 고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숨졌다며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보며 찍은 사진이 담겨 있었다.

사진에는 아파트 잔디밭에 경찰들이 1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시신으로 추정되는 3구의 형체가 파란 천에 덮인 모습이 보였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초등학생 딸이 기말고사에서 100점을 받지 못하자 격분한 엄마가 오랜 시간 심하게 꾸짖었으며, 이를 견디지 못한 딸이 투신하자 엄마도 뛰어내렸고 이를 알게 된 아빠까지 따라서 뛰어내렸다고 내용이 전해졌다.

또한 해당 소식을 전한 게시물에는 이번 참사의 원인을 중국의 교육시스템과 과도한 경쟁에 돌리는 비판적 댓글과 함께 “성적이 전부는 아니다”, “아이들의 정신적 건강도 돌봐줘야 한다”는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일부 네티즌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딸을 혼낸 엄마가 뛰어내리고 아빠까지 따라서 뛰어내렸다는 게 믿기 힘들다”고 의구심을 나타냈으나, 교육 현실을 비판하는 다수의 목소리에 묻혀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며칠 후 반전이 일어났다. 사정을 아는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살길이 막막해진 가족이 생활고에 절망해 동반 투신한 것”이라는 폭로가 나온 것이다.

해당 사건을 처리한 관할 관청의 공무원으로 추정된 이 제보자는 메신저 대화창을 캡처한 이미지를 올리고 사건의 경위를 밝혔다.

이에 따르면, 숨진 남성은 최근까지 해외에서 일을 하다가 귀국했으나 아내가 직장에서 해고되고 자신의 급료로는 가족 부양은커녕 아파트 월세 5천 위안(약 98만원)마저 감당할 수 없어 돌이킬 수 없는 결정을 내렸다.

투신한 남성 옆에 있던 서류 가방에는 여러 가지를 정리한 서류가 담겼고, 정황상 딸을 품에 껴안고 뛰어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 발생 초반, 자녀의 학교 성적과 관련한 것으로 전해진 것에 대해, 중화권 언론인들은 경제난에 대한 불만 여론을 교육 시스템으로 돌리기 위한 당국의 조작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중국에서는 불특정 다수를 향한 차량 돌진, 잇따른 자살이 발생하는 가운데 경기 침체에 따른 생활고와 좌절감이 원인으로 지목됐으나, 당국은 ‘안정 유지’를 이유로 이러한 사건들을 축소하거나 은폐하는 데 주력해 왔다.

중국 공산당은 반간첩법 강화 이후 외국 기업과 자본이 이탈하고 외국인 관광객이 급격히 감소하자, 무비자 정책을 도입해 새로운 관광객을 불러들여 경제에 수혈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특히 가까운 한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면서, 관영매체 CCTV는 상하이 거리에 북적거리는 한국인 관광객의 모습을 정권 선전에 이용하느라 바쁘다.

하지만 중국에서 물가가 가장 비싼 도시인 상하이를 찾은 한국인들이 ‘싼 맛에 올 만하다’는 반응을 보인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중국인들은 한국인이 몰리는 상하이 거리를 고급 외제 스포츠카를 몰고 다니며 ‘잘사는 모습’을 보여주려 총력전을 펼친다.

그사이 정작 상하이에 사는 일가족이 생활고로 투신한 사건은 오히려 뒤덮이면서, 모두가 잘사는 평등한 공산주의 사회를 내세우면서도 세계에서 가장 빈부격차가 심각한 중화인민공화국의 아이러니가 짙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