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포크타임스

中 외교부·관영매체, 루비오 美 국무장관 이름 중국어 표기 변경

2025년 01월 23일 오후 5:11

상원 인준 통과한 날, 홈페이지에서 슬그머니 바꿔
‘바꾼 것 맞냐’는 외신 질문에 中 외교부는 답변 회피

대중 초강경파인 마르코 루비오 장관이 상원 인준을 통과한 가운데, 중국 외교부가 루비오 장관의 이름 중국어 표기법을 변경해 눈길을 끈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지난 16일 중국 외교부 공식 홈페이지에서 루비오 장관의 이름 중국어 표기가 변경됐다는 소식이 뒤늦게 확산되며 인기 화제로 떠올랐다.

이전까지는 ‘盧比奥(루비아오)’로 표기했는데, ‘鲁比奥(루비아오)’로 첫 글자만 바뀐 것이다. 발음은 첫 글자의 성조만 달라졌을 뿐 거의 똑같다.

마침 이날은 미국 현지시각으로 15일 상원에서 루비오 지명자의 인준 청문회가 열린 날이었다. 인준 청문회는 시종일관 우호적인 분위기로 진행됐으며, 외신에서는 “무난한 통과가 예상된다”는 보도가 쏟아졌다.

중국 네티즌들은 “외교부가 눈치를 보다가, 인준 통과가 확실해지자 루비오 장관의 이름 중국어 표기를 바꾼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관영매체 신화통신에서도 이날부터 루비오 장관을 호칭할 때 변경된 중국어 표기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화제의 초점은 왜 갑자기 아무런 설명도 없이 루비오 장관의 이름 중국어 표기법을 바꿨냐는 것이다.

중국 소셜미디어에서는 루비오 장관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를 해제하지 않으면서 그의 방중을 허용하기 위한 ‘꼼수’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현재 루비오 장관은 중국 외교부의 ‘블랙리스트’에 올라 중국 입국이 금지돼 있다. 지난 2020년, 미국이 캐리 람 행정장관 등 홍콩 고위관리 11명을 무더기 제재한 데 따른 보복 조치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 초강경파인 루비오 상원의원을 미국 외교를 이끄는 국무장관에 지명하면서 중국 공산당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경제 위기 해소를 위해 미국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하는데, 대화 상대를 입국 금지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국제관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외교부가 입국 금지를 해제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름 표기법만 바꾸는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았지만, 중국 네티즌들은 “이름이 달라졌으니,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억지를 부리려는 의도”라고 꼬집고 있다.

네티즌들의 우스갯소리로만 취급하기에는 중국 외교부의 대응도 미심쩍다.

외교부 대변인 마오닝은 지난 22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루비오 장관의 이름 공식 표기를 바꾼 것이 사실인가’라는 질문에 “어, 어”라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이후 마오닝 대변인은 “중국의 (외국인) 제재는 중국의 정상적인 권익을 훼손하는 언행을 겨냥한 것”이라며 엉뚱한 대답을 내놨다.

호주로 망명한 중국 전 외교관 천융린(陳用林)은 이와 관련해 RFA에 “중국 외교부와 신화통신은 외국 정치인의 이름 표기법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있다”며 “루비오 장관의 이름 표기를 바꾼 것은 공식적인 내부 논의를 거쳤음이 확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