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사년 첫 달부터 조선·철강·정유 등 국내 중후장대(‘무겁고 두텁고 길고 큰’의 줄임말) 기업들이 ‘수소 사업’에 공들이는 모양새다. 미래 먹거리를 주도할 차세대 기술로 ‘수소’가 주목을 받는 것이다.
먼저 현대자동차는 국내 통근버스 시장에 수소전기버스 도입 확대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확산에 나선다. 현대차는 22일 경기도 용인시 소재 현대차 환경기술연구소에서 환경부·원더모빌리티·효성하이드로젠·삼성물산(에버랜드)과 수소전기 통근버스 도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국내 최대 통근버스 사업자인 원더모빌리티가 운영하는 차량을 수소전기버스로 전환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원더모빌리티는 오는 2030년까지 총 2000대의 수소전기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유니버스 수소전기버스를 적기에 생산 및 공급할 방침이다.
HD현대의 경우엔 선박용 액화수소 탱크 제작 및 진공단열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수소 상용화를 앞당겼다는 평가를 낳았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14일 로이드선급 등 국제선급협회(IACS) 소속 4개 선급(로이드선급·미국선급·노르웨이선급·한국선급)으로부터 ‘액화수소 탱크의 진공단열 기술에 대한 기본승인(AIP)’을 획득했다. 이로써 HD한국조선해양은 국내 최초로 선박용 액화수소 탱크의 소재 선정 및 검증, 용접 기술을 모두 확보하게 됐다.
한국자동차연구원(한자연)은 최근 독일 자동차 엔지니어링 기업 FEV 그룹과 ‘수소 엔진 시스템 연구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지난 1978년 설립된 FEV는 독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아헨의 본사를 비롯해 미국·중국·아랍에미리트(UAE) 등 전 세계에 지사를 두고 있다.
한자연·FEV는 향후 정부에서 지원하는 수소엔진 시스템의 국제공동연구개발에 협력할 방침이다. 이어 ‘수소·재생합성 연료’를 비롯한 탄소중립 연료 동력 시스템의 신규 연구개발 프로젝트 발굴에 협력할 예정이다. 나승식 한자연 원장은 “세계적인 기술력과 인력을 보유한 FEV와의 협력으로 혁신적인 상용화 기술 개발과 생태계 활성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했다.
수소 산업의 중요성은 주요 기업 수장들의 신년사를 통해서도 언급된다. 허태수 GS그룹 회장은 2025년 신년사에서 “국내외 경기를 비롯한 사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GS 구성원 모두가 빠른 변화에 대응하는 역량을 키우고 내실을 다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맞춰 GS칼텍스는 정제마진 하락에도 불구하고 공정 효율화를 꾀하고 저탄소, 바이오연료와 같은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GS에너지는 LNG와 수소 에너지 자원을 확보해 에너지 분야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한편 ‘수소도시’를 본격 추진하는 지자체도 있다. 바로 경기도 남양주시다. 남양주시는 지난 17일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인 수소도시 조성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했다.
시에 따르면, 올해 수소 생산·공급 설비 기본 계획을 마련하고 공사 업체를 선정한 뒤 내년 착공할 계획이다. 이어 오는 2028년 수소 생산·공급이 목표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 2022년 9월 남양주 내 왕숙2지구를 3기 신도시 첫 수소도시로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