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위 ‘여우 사냥 작전’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중국인이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여우 사냥’은 중국공산당이 해외로 탈출한 중국인들을 송환하기 위해 벌이는 불법적 공작을 지칭할 때 쓰는 이름이다.
미 뉴욕 동부 연방지방법원 파멜라 첸 판사는 1월 15일(현지 시간) 주용(朱勇·68)에게 사전 신고 없이 외국 정부 요원으로 활동한 혐의와 스토킹 혐의 등 4개 죄목을 적용해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주용은 오는 4월 15일 수감될 예정이다.
중국인으로서 미국 영주권자인 주용은 2023년 뉴저지주 교외에 거주하는 쉬진(許進)이라는 전직 중국 관리와 그의 가족을 감시하고 괴롭힌 혐의로 다른 2명과 함께 기소됐다.
공동 피고인인 중국인 정충잉(鄭聰穎)과 뉴욕경찰청(NYPD) 출신 사설탐정 마이클 맥매흔은 이번 겨울 후반에 선고를 받을 예정이다.
검찰은 이번 사건을 중국공산당의 초국가적 탄압 사례로 규정했다. 2024년 미 국무부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자국 영토 밖에서도 물리적 협박과 디지털 협박, 대리인을 통한 강압, 최신 기술을 활용한 감시, 원인 모를 실종 등의 수법으로 탄압을 자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공산당은 2014년 ‘여우 사냥 작전’을 개시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당시 FBI 국장은 2022년 1월 미국 내 수백 명이 중국의 공식 ‘여우 사냥’ 리스트에 올라 있으며, 공식 명단에는 없지만 감시 대상이 된 이들은 더 많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매체에 따르면 중국 당국은 쉬진 부부를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로 기소했다. 이 부부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쉬진이 중국공산당 내부 파벌 싸움의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들 부부는 2010년 중국을 떠났다.
중국공산당은 “중국으로 돌아와 10년간 감옥에서 지내면, 당신의 아내와 자녀들은 무사할 것이다. 그렇게 해야 이 일이 끝난다”고 적힌 협박성 쪽지를 그의 집 문에 붙이는 등의 방식으로 쉬진을 괴롭혔다. 그의 딸 페이스북 친구들에게 그를 비방하는 메시지들을 보내기도 했다.
첸 판사는 피고인들의 범죄를 “이 나라의 국가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하며, 중국을 위해 쉬진의 추적을 돕기로 했을 당시 어떤 생각이었는지 주용에게 물었다.
재판 과정에서는 증언하지 않았던 주용은 판사에게 단순히 쉬진의 소재 파악만 부탁받았을 뿐, 그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전혀 몰랐다고 대답했다. 주용은 쉬진이 제3자에게 돈을 빚졌다는 말을 들었다고 진술했다.
판사는 주용에게 “당신의 행동이 누군가에게 해를 끼칠 수 있다고 생각한 적 없나?”라고 물었다. 그는 “체포된 후에야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라고 답했다.
1월 15일 주용의 변호인 벤자민 실버만은 ”주용은 중국공산당 관리들이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쉬진이 강제로 중국으로 송환될 가능성이 얼마나 심각한지는 인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변호인은 재판 후 “의뢰인이 자신이 한 일에 대해 매우 후회하고 있다”고 전했다.
판사는 주용이 해를 끼칠 의도는 없었지만 “자신의 행위의 범위와 심각성, 그리고 피해자들과 이 나라에 끼친 실제 피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다”며 “순진했다”고 결론내렸다.
선고에 앞서 검찰은 공소장에서 주용에 대한 선고가 향후 중국공산당에 대한 억지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피고인의 범죄의 심각성을 고려할 때, 미국 영토 내에서 불법적으로 외국 정부를 위해 활동함으로써 국가 안보 이익을 훼손하고, 피해자와 그 가족을 스토킹해 미국 내 피해자들에게 상당한 해를 끼치는 행위를 억제할 수 있는 수준의 징역형이 필요하다”고 기술했다. 검찰은 약 6년의 형을 구형했다. 주용의 혐의들은 최고 2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