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분간 취임 연설…1기 때와 다른 자신감과 낙관적 분위기
“국민에게 믿음과 부, 민주주의, 자유 되돌려주기 위해 복귀”
“지금까지의 배신에 책임 물을 것”…사법당국 향해 준엄한 경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각)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날 취임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단속을 우선 과제로 삼고 지난 수년간 경험한 배신과 쇠퇴에서 미국을 구하겠다고 약속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참석자들에게 먼저 감사의 뜻을 표한 후 “미국의 황금 시대가 지금 시작된다”는 말로 30분간의 취임 연설을 시작했다. 그는 “우리 나라(미국)는 다시 번영하고 전 세계에서 존경을 받게 될 것”이라며 “더는 이용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미국 우선주의를 언급했다.
이어 “정의의 저울은 다시 균형을 이룰 것”이라며 “법무부와 우리 정부의 악의적이고 폭력적이며 불공정한 무기화는 끝날 것”이라는 말로 지난 2016년 첫 대통령 당선 이후 민주당에 기울어지고 좌편향된 사법부와 정부기관들이 자신을 겨냥해 퍼부었던 정치 공세의 종말을 예고했다.
한국도 부정선거 수사가 필요하다며 계염령을 발동한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 소추안 가결로 혼란스럽지만, 트럼프 역시 2번의 탄핵과 2번의 암살 시도를 견뎌 냈으며 자택 압수수색, 무리한 형사 기소에 이은 유죄 판결, 2020년 대선이 사기와 불공정으로 얼룩졌다는 부정선거 폭로 등 그가 ‘늪’이라고 부르는 미국의 기득권 카르텔(딥 스테이트) 청산을 시도했다가 엄청난 압박과 괴롭힘에 시달린 바 있다.
그럼에도 2024년 대선 승리를 통해 화려한 정치적 복귀를 일궈낸 트럼프는 재선에 실패했다가 다시 집권에 성공한 두 번째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그는 “우리가 국가적 성공이라는 짜릿한 새로운 시대의 시작점에 서 있다는 자신감과 낙관적인 마음으로 대통령직에 복귀한다”며 재선 승리 소감을 밝혔다. “전 세계에 햇빛이 쏟아지고 있다”는 표현도 사용했다.
이는 그가 지난 1기 취임 당시 범죄, 갱단, 마약 등으로 얼룩진 미국의 상황을 ‘미국의 대학살’이라고 부르며 비판하던 어둡고 심각한 분위기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물론 트럼프는 1기 때 품었던 미국 사회를 향한 문제의식을 더 발전시킨, 새로운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급진적이고 부패한 기득권층이 우리 시민들로부터 권력과 부를 빼앗아 왔다”며 “(그들은) 전 세계에서 불법으로 미국에 입국한 많은 수감자와 정신병원에서 나온 위험한 범죄자들에게 피난처와 보호를 제공한다”는 말로 2020년 이후 미국에서 펼쳐진 비극적 사건들을 조망했다.
뒤이어 LA 산불을 언급하며 대형 재난에 대응하지 못한 재난 대응 시스템,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면서도 효과를 내지 못하는 공공 의료 시스템, 미국의 탄생과 역사를 부정하는 교육 시스템 등을 언급하며 “이 모든 것을 오늘부터, 매우 빠르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다.
“신에 의해 구원받았다…살아남은 데에는 이유 있을 것”
트럼프는 지난 7월 펜실베이니아 유세 도중 암살자의 총알이 자신의 귀를 스친 것을 언급하며 “그때 느꼈고 지금 더욱 확신하는 것은, 내 목숨이 구원받은 데에는 이유가 있다는 것”이라며 “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신에 의해 구원을 받았다. 감사하다.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한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위엄, 힘, 강인함으로 모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모든 인종, 종교, 피부색, 신념을 가진 시민들에게 희망과 번영, 안전, 평화를 되찾아 주기 위해 목표 의식을 갖고 빠르게 움직이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실행할 구체적인 정책들도 소개했다. 트럼프는 먼저 남부(미국-멕시코) 국경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모든 불법 입국을 즉각 중단시키고 수백만 명의 범죄자 외국인들을 그들이 왔던 곳으로 되돌려 보내는 과정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남부 국경에 군대 파견과 멕시코 카르텔의 외국 테러조직 지정도 예고했다.
또한 인플레이션 위기 해소를 위한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보유한 가스와 석유를 다시 사용해 에너지 가격을 낮춰 인플레이션을 떨어뜨리고, 전략적 비축량도 다시 최고치로 보유하겠다고 약속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을 끝내고, 전기차 의무 구매제도도 폐지하겠다고 했다.
관세도 언급했다. 트럼프는 이를 “미국 노동자와 가족을 보호하기 위한 무역 시스템의 개편”이라고 불렀다. 미국 국민들에게 세금을 부과해 다른 나라를 부유하게 만드는 대신, 외국에 관세를 부과해 미국 국민을 부유하게 만들겠다며, 관세 징수를 위한 대외수입청을 설립하고 ‘아메리칸 드림’을 회복하겠다고 약속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강제적인 다양성 정책에도 종말을 고했다. 트럼프는 “인종과 성별을 사회적으로 조작하려는 정부 정책을 종식하겠다”며 “피부색에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평가받는 사회를 만들겠다. 오늘부로 미국 정부의 공식 정책은 남성과 여성, 두 가지 성별만 존재한다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만성적인 질병의 유행을 끝내고, 우주비행사를 화성에 보내며, 미국 건국의 원동력인 개척정신을 다시 장려해 불가능한 일들을 성취하겠다고 약속했다.
멕시코만의 이름을 미국만으로 바꾸고, 파나마 운하의 통제권을 되찾겠다는 의지도 재차 확인했다. 이날 트럼프는 파나마 운하와 관련해 중국을 두 차례 언급했다.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하고 있으므로 미국이 되찾아야 한다고 했다.
중국 기업들은 파나마 양쪽 항구에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에 따라 파나마 운하를 오가는 미국 군함과 민간 선박을 감시하고 긴급 상황 시 운하를 통제하거나 파괴하는 등 미국의 국가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돼 왔다.
부정선거 의혹 강조, 의사당 습격으로 체포된 지지자에게도 관심
트럼프는 이날 취임 연설에 앞서 낮 12시 1분 바이든 전 대통령과 카멀라 해리스 전 부통령 그리고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등 역대 대통령과 트럼프 내각 후보자들, 각국 정부 축하사절이 지켜보는 가운데, 존 로버츠 대법원장 주관으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했다. 그 직전에는 JD 밴스 부통령이 선서했다.
국회의사당 중앙홀에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3인방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아마존 설립자 제프 베이조스, 메타 CEO 마크 저커버그도 트럼프 가족 옆에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있었다.
취임 연설을 마친 후 트럼프는 대통령실로 이동해 내각 후보자 지명과 행정명령에 서명하기 전, 국회의사당 방문자 센터를 들러 지지자들과 한층 편안한 분위기에서 비공식 발언을 이어갔다. 이 자리에서는 부정선거 의혹과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을 습격했다가 체포된 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오갔다.
한국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회의사당 기습 당시에는 경찰과 배후의 워싱턴 기득권 세력이 일부러 문을 열어주거나 의사당 내부를 안내하는 등 폭동을 조장한 미심쩍은 정황들이 드러났다. 에포크타임스 영문판은 이에 관해 여러 차례 심층적인 보도를 내놓은 바 있다.
트럼프는 이 사건에 대한 민주당 주도의 하원 조사가 “불법”이라고 비판하며, 중앙홀에서 한 취임 연설보다 이 자리에서 지지자들에게 한 발언이 “더 좋았던 것 같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이날 취임식으로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여느 공화당 정권과는 달리 흑인과 히스패닉 유권자들에게서 상당한 지지를 얻어내며 큰 선거인단 득표차로 승리한 트럼프 대통령을 주축으로, 상원과 하원 모두 다수당을 차지하며 강력한 임기를 시작했다.
2기 행정부 관료들은 트럼프가 고문들에게 자문해 직접 발탁한 충성스러운 인물이 포진한 것이 특징이다. 1기 때 기대와 달리, 행정부 관료들이 트럼프를 배신하거나 사사건건 트집을 잡은 경험이 바탕이 됐다. 트럼프 2기 행정부 관료들은 모두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의제를 잘 이해하고 충실하게 실행할 인사들이다.
더 강력해진 트럼프의 영향력은 취임 전부터 입증되고 있다. 지난 15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는 휴전 협상에 합의했다. 트럼프는 앞서 7일 기자회견에서 “20일까지 하마스가 억류 중인 인질들을 석방하지 않으면 중동에서 지옥 문이 열릴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트럼프는 취임 전날 대선 승리 축하 행사에서 “역사적인 속도와 힘으로 우리 나라가 직면한 모든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4년간 이어진 미국 쇠퇴라는 기나긴 막은 내려지고 미국의 힘과 번영, 존엄과 자부심을 영원히 다시 가져올 새로운 날이 시작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100개에 가까운 행정명령 서명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