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는 20일(현지시각) 미국 47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취임식에는 기업과 글로벌 리더들이 참석하는 환영 행사와 유명 공연자들의 화려한 축하 공연이 예정됐다.
이날 취임식은 당초 국회의사당 광장에 22만 명을 초대해 성대한 행사로 치를 예정이었으나, 기온이 영하 5도까지 떨어진다는 예보에 따라 행사장이 600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의사당 내부 중앙홀로 옮겨지면서 초청 규모도 축소됐다.
실내에서 취임식이 열리는 것은 1985년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재선 취임 이후 40년 만이다. 트럼프가 내세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구호를 레이건 전 대통령 역시 선거 운동 때 사용했다는 점이 묘한 우연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기도와 다른 연설에 더해 취임 연설도 1985년 로널드 레이건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 국회의사당 원형 홀에서 진행하도록 명령했다”고 밝혔다. 취임식 공동 의회 위원회는 이러한 트럼프의 요청을 수용했다.
규모가 축소되긴 했지만, 인근 대형 실내 경기장인 ‘캐피털 원 아레나’를 빌려 취임식을 생중계하기로 하면서 다수 군중이 참여하는 열띤 분위기는 볼 수 있게 됐다. 다만, 이곳 역시 수용 인원이 2만 명 정도에 그쳐 20만 명 이상이 북적이는 장관은 볼 수 없을 전망이다.
축하 공연에는 미국을 상징하는 컨트리 음악 분야 스타인 캐리 언더우드와 리 그린우드가 앞장을 서고, 테너 크리스토퍼 마치오가 웅장함을 더할 예정이다.
트럼프의 선거 켐페인 송으로 사용된 ‘YMCA’의 그룹 빌리지 피플도 무대에 오른다. 빌리지 피플은 트럼프가 이 노래를 사용하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기면서도 이미 사용권을 내줘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었으나 결국 트럼프 덕에 역주행으로 인기를 끌자, 태도를 바꿔 반가운 일로 여기고 있다.
트럼프의 취임식에 초청받아 참석할 예정인 거물급 사업가 중에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서비스하는 기업 메타의 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아마존 설립자인 제프 베이조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 틱톡 CEO 추쇼우즈, 오픈AI CEO 샘 올트먼이 눈에 띈다. 한국에서는 정용진 신세계그룹회장 등이 참석한다.
이들 전원이 의사당 중앙홀 좌석에 앉을지는 확실치 않다. 600명이라는 수용 인원 한계상, 트럼프 당선인과 그 가족, 대법관들, 전직 대통령과 배우자, 차기 행정부 내정자들과 군 지도부, 외국 지도자와 수행원에 총 535명의 상하원 의원만으로 자리가 꽉 차기 때문이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불참을 선언했으나 좌석 여유가 많이 늘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오전 예배로 시작, 신성함 가득한 미 대통령 취임식 일정
이날 취임식은 사전 행사부터 시작한다. 당일 오전 세인트 존스 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백악관으로 이동해 전임 조 바이든 대통령 부부와 신임 트럼프 부부와 만나 차를 마신다. 전임자가 신임 대통령은 환영하는 전통에 따른 순서다.
취임식 자체는 현지 시각 낮 12시(한국시각 21일 오전 2시) 국회의사당 중앙홀에서 시작된다. 한국 시각으로 21일 오전 2시다. 합창단과 해군 군악대 공연으로 시작한 취임식은 개회 선언에 이어, 가톨릭 대주교와 개신교 목사의 기도로 본격적인 개막을 알린다.
이어 부통령 당선인 JD 밴스가 먼저 취임 선서를 하고, 이어 대통령 당선인 트럼프가 선서를 한다. 이때 부통령 당선인은 브랫 카바노 대법관이, 대통령 당선인은 대법원장(현재 존 로버츠)이 진행을 맡으며, 두 당선인 취임 선서 전후로 초청 가수와 합창단의 노래가 어우러진다.
대통령 취임선서는 당선인이 성경에 손을 얹고 대법원장이 낭독하는 취임선언문을 되풀이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헌법 제2조 1항에 선서하도록 규정된 취임선언문은 “나는 성실히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수행하고 내 능력의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지지하고 옹호하고 보위할 것을 엄숙히 선서한다”이다.
헌법에, 성경에 손을 얹으라는 규정은 없으나 1789년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이 평소 읽던 성경에 왼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한 후 “신이여 굽어살피소서(So help me God)”라고 기도한 전통에 따라 관행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1948년 5월 제헌국회 개회 때 국회의장으로서, 목사였던 이윤영 의원에게 요청해 대표 기도를 올린 기록이 남아 있다. 이후 한국 대통령 당선인이 종교적 신념에 따라 취임선서에서 신앙을 밝힌 사례는 없었다.
해군사관학교 합창단의 ‘공화국 전투찬가(미국 남북전쟁을 말세의 악에 대한 심판에 빗댄 노래, 한국 개신교에서는 ‘마귀들과 싸울지라’라는 찬송가로 불린다)’가 울려 퍼진 후 드디어 취임 선서를 마치고 당선인이 아닌 대통령 신분으로 연단에 선 트럼프의 취임 연설이 행해진다.
취임 연설은 미국의 통합이 주된 주제가 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지난 18일 NBC와 인터뷰에서 “2025년 취임 연설 주제는 ‘단결과 힘, 그리고 ‘공정성(fairness)’이라는 단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기 취임 때 트럼프는 16분 동안 미국의 공장 폐쇄와 중산층 축소를 집중적으로 거론했었다.
취임 연설 후에는 유대교 랍비, 이슬람 성직자, 로마 가톨릭 성직자의 축복이 이어지고 테너 마치오의 미국 국가 ‘별이 빛나는 깃발’과 함께 취임식이 종료된다.
트럼프, 취임식 마친 후 대통령 신분으로 백악관 입성
취임식을 마친 트럼프는 국회의사당 내 대통령실로 이동해 ‘서명식’에 참석한다. 이 순서를 통해 트럼프는 차기 내각에 대한 공식 지명서에 서명한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수석고문 제이슨 밀러에 따르면, 트럼프는 바로 이 자리에서 몇 가지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취임 첫날 역대급 행정명령 서명을 예고한 바 있다. CNN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는 19일 대선 승리 축하 집회 후 비공식 만찬에서 “거의 100개”에 서명하겠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급진적 행정명령들에 대해 “내일 이맘때면 모두 휴지 조각이 돼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이 취임 첫 주 서명한 최다 행정명령 기록은 22건으로 바이든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 그는 첫날 17개를 서명하고 같은 주에 5개를 추가로 서명해 트럼프 1기 정책들을 백지로 돌렸었다.
이후 트럼프는 부통령과 함께 미국 연방 상하원 합동으로 주최하는 오찬에 참석하고, 오찬 후 의사당 동쪽 계단을 지나며 군대를 사열한다. 관행에 따라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행진하던 대통령 퍼레이드는 한파로 인해 축소됐으며, 실내 경기장인 캐피털 원 아레나 참석으로 대체된다.
캐피털 원 아레나에서는 취임 연설 외에 또 다른 연설이 예상된다. 이곳에서 행사를 마친 트럼프는 ‘대통령 집무실 의식(the Oval Office Ceremony)’을 위해 드디어 백악관으로 향한다.
이 행사는 미국 대통령이 첫 임기를 시작한다는 상징적 절차다. 트럼프 당선인이 예고했던 “100개에 가까운” 행정명령들을 본격적으로 서명하는 시간이다. 신임 대통령의 취향에 맞춰 집무실 내부 인테리어를 변경하는 작업도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의 대화, 사진 촬영도 이뤄질 수 있다.
이후에는 3차례의 취임식 무도회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무도회는 각각의 장소에서 열리며 정확한 시간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군인들을 위한 ‘최고사령관(Commander in Chief) 무도회’, 지지자를 위한 ‘자유(Liberty) 무도회’, 기부자를 위한 ‘별빛(Starlight) 무도회’다.
무도회에서는 빌리지 피플을 비롯해 컨트리 밴드 래스칼 플랫츠와 컨트리 가수 제이슨 알딘과 파커 매컬럼, 래퍼 넬리의 공연이 이어진다. 트럼프와 멜라니아 여사의 연설도 예정돼 있다.
한편, 지금까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 외국 국가 원수가 공식 방문한 적은 없었지만, 트럼프 당선인은 아르헨티나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이탈리아의 총리 조르지아 멜로니를 초청하는 파격 행보를 보였다.
두 사람은 초대를 수락했으며 파라과이 대통령 산티아고 페냐, 에콰도르 대통령 다니엘 노보아도 참석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공산당 지도자인 시진핑도 초청을 받았지만, 시진핑은 불참하는 대신 한정 부총리를 보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