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타임스(NYT)가 공연단 ‘션윈 퍼포밍 아츠(션윈 예술단)’에 대한 공세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지난해 말 NYT는 ‘션윈이 종교적 열정을 이용해 2억 6천만 달러를 벌여들인 방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중국계 미국인 니콜 훙(중국명 훙첸첸·洪芊芊)과 동료 기자가 쓴 것으로 그녀의 아버지는 중국 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 자금을 받는 조직의 임원으로 확인됐다.
니콜 훙은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션윈을 겨냥한 장편 기사만 9편을 쏟아냈다. 그사이에 션윈을 제외한 기사는 뉴저지 화재 사건을 다룬 기사 등 3편에 그쳤다. 션윈에만 집중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녀의 기사 중 션윈의 긍정적인 면을 다룬 내용은 한 편도 없었다.
이른바 ‘2억 6천만 달러’ 기사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연방법에 따라 공개된 자료에 기초하고 있다. 션윈은 중국 고전무용과 클래식 음악을 선보이는 미국의 공연회사로 ‘연방세법’ 제501(c) 조항에 따라 비영리 단체로 등록돼 있다. 법령에 따라 회사 재무 상황을 신고하고 있다.
뉴욕타임스의 니콜 훙은 이 자료를 토대로 션윈의 현금 흐름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따르면 션윈은 순자산은 2015년(이하 회계연도 기준) 6천만 달러(약 875억원)에서 2022년 2억 6600만 달러(약 3885억원)로 증가했다.
션윈의 2022년 총수익은 5150만 달러, 비용은 1810만 달러였다. 내역별로 살펴보면 3890만 달러(75%)가 공연 수익으로 대부분은 공연표 판매로 거둬들였다. 그 밖에 기부금 및 보조금 920만 달러(17%), 로열티 수익 220만 달러(4%), 투자 소득 120만 달러(2%), 기타(약 1%) 등이었다.
션윈은 지난 10년간 세계적 인지도를 구축했으며 설립 초기를 제외하면 공짜표나 할인이 거의 없는 것으로 유명했다. 실제로도 전체 수익의 70% 가까운 금액을 공연표 판매로 거둬들이고 있었음이 국세청 신고 내역에서 확인된 것이다. 이는 세계 공연계에서 매우 두드러지는 부분이다.
세계 10대 오케스트라 중에서도 흥행성과 수익면에서 최고인 LA 필하모닉의 경우, 2018 회계연도 총수익 1억 5천만 달러(2188억원) 가운데 공연 수익은 7천만 달러로 46%였다.
LA 필하모닉은 또한 같은 해 기부금 및 후원금 수익이 5600만 달러로 37%였고 나머지 16%는 기타 수익 2400만 달러였다. 즉 총수익에서 공연 수익보다 기부금 등 수익이 더 큰 비중을 차지했다.
세계 경제 상황이 지금보다 훨씬 나았던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도 흥행 성적이 가장 뛰어난 LA 필하모닉마저도 공연 수익이 절반을 넘지 못했던 것이 세계 공연업계의 실상이다.
뉴욕타임스 역시 이에 주목하며 “지난 10년간 무용 그룹인 션윈 퍼포밍 아츠는 엄청난 속도로 돈을 벌어 왔다”며 그 비결을 “전 세계 공연장을 가득 채우는 능력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신문은 이 능력의 원천을 공연 내부에서 찾지 않았다. 니콜 훙 기자는 추종자들의 ‘종교적 열정과 무보수 자원봉사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션윈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의 공연에 대한 높은 평가와 열렬한 반응, 그로 인한 세계적인 흥행은 기사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
종교적 열정은 잘못일까?…션윈의 특별한 사명
션윈 대변인 천잉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파룬궁 수련자들은 25년 이상 지구상에서 가장 큰 전체주의 정권(중국 공산당)의 박해에 평화적으로 저항하기 위해 투쟁해 왔으며, 션윈은 그 노력의 핵심적 부분”이라고 말했다.
공산당의 폭력적인 박해에 같은 폭력으로 맞서는 것이 아니라,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문화 예술을 통해 박해의 비극성을 알리고 수련자들의 진실된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뉴욕타임스는 션윈이 거둬들인 이익에만 초점을 맞췄고, 천 대변인은 이를 “션윈을 거대한 돈벌이 계획으로 낙인찍으려는 시도”라고 해당 기사에서 비판했다.
션윈은 2006년 설립됐다. 소속 예술가 상당수는 중국 공산당의 박해를 피해 해외로 망명한 수련자들이다. 이들 중에는 가족이 투옥되거나 심지어 박해를 받아 사망한 사례가 적지 않다.
이들이 션윈을 설립하고 세계적 공연단으로 성공시키기까지 신앙의 힘, 종교적 열정을 원동력으로 삼은 것은 사실이다. 그것은 중국 공산당이 말살한 중국의 전통 가치는 소중하고 계승해야 할 만한 것이며 오늘날 현대사회에도 꼭 필요하다는 믿음이었다.
션윈은 중국 전통문화를 소재로 삼으면서도 처음부터 글로벌 관객을 겨냥했다. 문화적 장벽을 뛰어넘기 위해 공연 프로그램은 무용과 음악을 중점으로 하는 넌버벌(비언어적) 작품들로 구성했다. 또한 중국 고전무용을 서양 발레와 쌍벽을 이루는 클래식 예술로 소개하면서 실제로도 세계적 수준의 무용을 선보였다.
당시 중국 공연단 하면 ‘서커스’, ‘기예’를 떠올리던 서양 관객들에게 션윈은 충격이었다. 당시로서 서구권에 잘 알려지지 않았던 중국 고전무용을 접한 관객들은 발레에 필적하는, 역사는 더 오래된 고전무용이 중국에서 전해지고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을 보였고 그 완성도에 경탄했다.
하지만 신흥 공연단이 단숨에 명성을 쌓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전 세계에 수많은 공연단과 예술단체가 있지만 이름만 듣고 알아차리는 단체는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다. 하나의 예술단체가 세계적 명성을 얻기까지는 최소한 수십 년이 걸린다. 막대한 재정적 지원도 필요하다.
명성을 구축하기까지 100년 이상의 세월이 필요했던 단체도 드물지 않다. 러시아 최고 무용단 볼쇼이 발레단은 1776년 설립됐지만 국제적으로 알려지게 된 것은 1900년대 초반의 일이다. 참고로 볼쇼이 발레단은 러시아의 국영 발레단으로 정확한 수익 내역이 공개되지 않고 있다.
션윈의 예술가들은 예술 공연을 통해 중국 전통문화를 부흥하는 한편 중국에서 벌어지는 공산당의 파룬궁 박해를 전 세계에 알리려 했다. 자신의 가족과 동료를 구하려는 목적이었다. 그 취지에 공감한 파룬궁 수련자들이 자발적으로 돕고 나섰다.
뉴욕타임스는 이를 일종의 ‘전략’으로 바라봤다. 션윈이 “처음부터 엄청난 수익을 거두기 위해 성공 전략을 추구해 왔다”며 “공연 비용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가해 왔다”고 주장했다.
척박한 환경에서 맨손으로 일궈낸 성공 신화
중국을 떠나온 이민자들로 구성된 션윈은 미국 현지에 기반이 약한 상태에서 독자적인 브랜드를 구축하고, 초기 1개였던 공연팀을 8개로 성장시키며 직원들 급여와 매년 새로운 안무, 의상, 음악(작곡)을 위한 제작비를 마련해야 했다.
여기에 기존 무용교육기관에서는 배양할 수 없었던 중국 고전무용수를 육성하고 훈련하기 위해 자체 교육시설인 페이톈 칼리지와 페이톈 아트 아카데미를 설립하고 운영 자금을 지원해야 했다. 중국 본토 예술기관에서는 순수한 전통문화 교육이 소실됐기 때문이었다.
페이톈 칼리지 등 션윈과 협력관계의 교육시설은 음악과 무용만 가르치는 것은 아니다. 일부 재학생들은 다른 분야에서 자신의 적성과 소질을 찾기도 한다. 이 때문에 페이톈 칼리지 등은 미국의 일반 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도 교육해 학생들이 사회 진출에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실제로 이 학교 출신들은 미국의 일반 기업에 취업하고 있다.
또한 션윈은 자질을 갖춘 젊은이들을 영입해, 장학금과 생활비를 제공하며 미래의 예술가로 키워내는 투자도 병행해야 했다. 그렇게 수입과 지출을 맞춰가며 10년 이상의 투자를 거쳐 국제적인 명성을 구축한 후에야 회사는 큰 성공과 수익을 거둘 수 있었다.
뉴욕타임스는 이러한 션윈의 성공 비결을 ‘상업적’ 관점에서만 접근했으며, 수익 규모에만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상업적 성공은 국제적 명성을 갖춘 예술단체의 특징 중 하나다.
비영리단체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인 코즈 IQ에 따르면,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인 뉴욕필하모닉의 2022년 매출은 1억 2080만 달러(1762억원)였다. 같은 해 LA 필하모닉은 1억 3천만 달러(1896억원), 세계적 최정상 무용단인 뉴욕시티발레단의 매출은 7700만 달러(1123억원)였다.
특히, 뉴욕시티발레단의 경우 같은 해 지출은 약 9800만 달러(약 1429억원)로 1100만 달러(약 160억원) 적자였다. 션윈이 2010년대 이후 적자가 아닌 흑자를 기록하고 상당한 순자산을 비축한 점이 다른 공연단의 적자 살림과 두드러진 대비를 이루는 것만은 틀림없다.
하지만 이를 ‘종교적 열정’으로 비판한 뉴욕타임스가 놓친 점이 있다. ‘민주주의와 공공의 이익을 수호하는 언론으로서의 사명감’을 강조하는 뉴욕타임스의 정체성과 어긋나고 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왜 미국의 가치에 딴지를 걸게 됐나
미국은 1620년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도착한 청교도들이 신앙과 근면함에 기초해 건국된 나라다. 그 이전에 식민지 개척을 위해 도착한 사람들이 있었으나, 이른바 미국의 건국 정신, 가치의 기초를 닦은 이들이 청교도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막스 베버는 ‘프로테스탄트 유리와 자본주의 정신’에서 자본주의 정신에 대해 신의 명령을 받드는 마음으로 근검절약하며 성실하게 열심히 사는 태도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개척 정신 이면에는 자유의 땅을 허용한 신에 대한 청교도들의 종교적 열정이 뒷받침이 됐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인 벤저민 프랭클린 역시 근면함을 덕목으로 여겼다. 그는 평생 성실과 정직을 실천했고 그렇게 모은 자금으로 도서관과 대학을 설립했고, 다초점렌즈와 피뢰침 등 과학 발명품을 만들어내 많은 사람의 삶을 개선했다.
션윈은 미국에 설립된 공연단으로서 그 창립 정신과 운영 과정에서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의 개척 정신을 이어왔다. 션윈의 설립자들은 중국 태생이었지만 미국에 뿌리를 내렸으며 이는 영국을 떠난 청교도들과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이러한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역량을 갖춘 이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어우러짐을 통해 오늘날 세계 최강대국의 부유함을 일궈낼 수 있었다.
이상한 점은 뉴욕타임스가 미국을 대표하는 신문으로서 이러한 미국의 전통을 잘 인식하고 션윈이 미국에 가져온 다문화주의와 성공 신화를 응원하는 대신, 션윈이 거둔 경제적 성공만 두드러지게 부각시키며 악마화하는 선택을 했다는 것이다. 이마저도 미국의 성공한 공연단에 비하면 적은 금액이다.
한 중국계 언론인은 “중국 공산당은 매년 자국민 탄압에 거액의 ‘안정 유지 자금’을 사용한다”며 “인권과 자유를 중시하는 뉴욕타임스가 공산당이 거액을 들여, 그것도 자국민 세금을 거둬 자국민의 인권탄압에 사용하는 일을 추적하고 보도한 기사는 본 적이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션윈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박해에 맞서 싸우기 위해, 그 구성원들이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하면서 모은 금액은 중국의 인권탄압에 사용되는 부당하고도 막대한 자금에 비하면 정당한 평가를 받을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를 인용해 “언론의 가장 큰 문제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선별적으로 보도하는 것”이라며 “뉴욕타임스가 션윈에 대해 보도한다면, 왜 설립 과정에서의 고된 노력과 성공, 그 구성원들이 전하는 긍정적인 경험은 외면하고 전하지 않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뉴욕타임스가 미국의 언론이라면 종교의 자유를 찾아 미국에 정착한 파룬궁 수련자들, 정당하게 시민권을 획득한 사람들을 탄압하고 미국의 가치를 훼손하며 심지어 간첩을 심어 미국 사회의 질서를 흔드는 중국 공산당에 대해서는 제대로 따지지 않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