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앞둔 중국, 경제 자신감 하락에 명절 분위기 실종

강우찬
2025년 01월 18일 오후 4:34 업데이트: 2025년 01월 18일 오후 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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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지속적인 하락세 속에 중국 공산당의 부양책이 잇따라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서 미래에 대한 중국인들의 자신감은 점점 더 약해지고 있다.

오는 29일 설날을 앞두고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명절 분위기 실종’, ‘경기 침체로 불황 심각’ 같은 우울한 현실을 고발하는 게시물이 급증하고 있다.

상하이 주민 우(吳)모씨는 최근 RFA와의 인터뷰에서 “그런(명절) 분위기가 없다. 이틀 전에 물건을 사러 나갔다가 슈퍼마켓 여러 곳이 문을 닫고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우씨는 영업 중인 곳을 발견해 쇼핑했지만 달라진 분위기는 여전했다며 “전에는 계산대에 줄을 서서 30분은 기다려야 했는데, 이제는 바로 계산을 마쳤다”며 “사람들의 구매력이 예전만 못하다”고 전했다.

남부 광둥성의 한 주민은 “예전에는 음력 12월이 되면 마을 곳곳에서 터지는 폭죽 소리로 곧 새해가 다가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는데, 이제는 거리가 적막하다. 모든 게 변했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 17일 발표한 지난해 12월 청년(16~24세, 학생제외) 실업률은 15.7% 였으나, 청년들이 피부로 느끼는 실업률은 훨씬 높다.

광저우를 상징하는 복합 쇼핑몰이자 명품 상점이 즐비한 완다 플라자는 상점들이 줄줄이 문을 닫아 을씨년스러운 상가가 됐다.

이곳에서 영상을 촬영한 한 블로거는 “돌아다니는 사람이 보이는 게 10명도 되지 않는다며 “월 1만3천~1만4천 위안(약 260만~270만원) 하던 점포 임대료가 4천 위안(약 79만원)에도 들어오려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중국 둥베이 지역 최대 유통시장인 선양 우아이 시장, 후이저우 뚱진 시장도 한산하거나 텅 빈 모습이었다. 일부 쇼핑몰은 1층을 제외하면 사람의 발길이 끊겼고 3, 4층 이상은 모든 상점이 철수해 불이 꺼진 채로 방치돼 있었다.

한 상점 주인은 “주말인데도 오늘 매출액이 60위안(약 1만2천원)이라며 소비 위축이 아니라 소비 실종”이라고 한탄했다.

소셜미디어 영상에는 “거리에 사람이 없다. 쇼핑하러 나온 사람보다 가게 사장님이 더 많다. 사람이 워낙 없어서 바닥에 옷핀 떨어지는 소리가 울려서 들릴 정도”라며 “수십 년 만에 처음 보는 불황”이라고 말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일상 식료품에 해당하지 않는 체리 같은 농산물 가격은 출하 초기보다 70~80% 폭락한 가격에도 소비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중국 허베이성 우한은 연중 각종 엑스포가 끊이지 않는 상업 중심지이지만, 지난달 엑스포 현장에서는 설날 대목을 노린 가판대가 판매량 부진으로 설치 이틀 만에 모두 철수됐다.

설 연휴 중국인들의 주요 귀향 수단으로 애용되는 철도의 경우, 씨트립닷컴을 통해 확인한 결과 주요 노선 고속철은 좌석에 여유가 있었지만, 요금이 3분의 1 수준인 일반 급행은 거의 표를 찾아볼 수 없었다.

산둥성의 한 주민은 “당국은 고속철 판매를 늘리려 일부러 일반 급행 운행 횟수를 줄이고 있다”며 “돈 없는 사람들도 어쩔 수 없이 고속철을 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