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조 산업에 중국발 저가 공세가 전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글로벌 인공지능(AI) 기업들과 ‘오픈 파트너십’을 체결하며 TV에 AI 기능을 대대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이는 중국산 가전의 저가 공세에 맞서 새로운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행보라는 게 중론이다.
실제 중국발 TV의 저가 공세는 국내 시장에 깊게 침투했다는 평가를 낳았다. 중국 가전기업인 TCL은 작년 말부터 용산역을 비롯해 서울 시내 주요 지하철역에서 ‘글로벌 2위 TV TCL’란 광고를 대대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TCL의 경쟁력은 단연 가격이다. 자사의 75인치 4K UHD TV는 네이버스토어에서 87만9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반면 국산 제품 가격은 최소 100만 원대다.
이에 삼성전자는 개인 맞춤형 AI인 ‘비전 AI 컴패니언’을 공개하며 소비자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다. 해당 AI 서비스는 ‘사용자 질문을 이해하고 이를 시각화해주는 것’이 핵심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공지능 기업들과 오픈 파트너십을 체결한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 가능하다.
중국발 저가 공세에 국내 자동차 기업들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 최대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가 3000만 원대 전기차를 앞세워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비야디코리아는 지난 16일 오전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BYD 승용 브랜드 론칭 미디어 쇼케이스’를 열고 국내 사업 전략과 신차 출시 계획을 발표했다.
비야디코리아가 올해 국내 시장에 처음 선보일 모델은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아토3’이다. 2022년 처음 시장에 공개된 아토3는 전 세계에서 100만 대 이상 판매된 비야디의 간판 모델로 통한다.
해양 산업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저가 공세는 매섭다.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 기관 클라크슨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글로벌 시장에서 발주된 신규 선박 규모’는 6581만 CGT(표준선 환산 톤수·2412척)다. 이는 과거 조선업 호황으로 여겨지는 2014년경(3969만CGT) 대비 약 66% 증가했다.
단, 국내 수주 점유율은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수주 점유율은 2014년 29.7%에서 지난해 17%로 대폭 하락했다. 반면 중국은 같은 기간 1531만 CGT에서 4645만 CGT(1711척)로 대폭 수주가 증가했다. 점유율은 38%에서 70%로 올랐다. 업계에선 중국 조선업계는 벌크선 등 저부가가치 선박의 대량 공세를 바탕으로 글로벌 조선 시장을 빠르게 잠식 중인 것으로 점쳤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국발 저가 공세에 대비하는 것을 시장에만 온전히 맡기는 것은 위험하다”며 “민관이 협력해 공동으로 중국발 저가 공세에 대비해야 한다. 대비를 신속히 할수록 한국 경제가 숨 고를 시간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