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당선인 도널드 트럼프가 취임 직후 불법 이민자들을 대규모로 신속하게 쫓아내는 ‘광속(Light Speed)’ 추방 작전을 실행할 예정이다.
‘워싱턴포스트’는 16일(현지시간) 트럼프의 광속 추방 작전의 ‘우선순위’ 대상자를 가늠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이에 따르면, 범죄 이력을 지닌 장기 체류자보다 조 바이든 행정부 기간 국경을 넘어 입국한 이들이 더 빨리 추방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불법 이민자 추방은 실제로 국토안보부 산하 연방 법집행기관인 이민세관단속국이 실행한다. 문제는 국토안보부가 2024년 추산한 ‘잠재적 추방 대상자(합법적 지위 없이 미국에 체류하는 사람들)’가 무려 1100만 명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는 바이든 임기 동안 급격하게 치솟은 불법 입국자 수를 모두 집계하지는 못한 수치다. 즉 더 많은 이들이 불법적으로 미국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민세관단속국이 이들을 모두 추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때도 불법 입국자 추방을 추진한 바 있다. 당시 목표 인원은 200만~300만 명이었으나 4년간 실제로 추방한 인원은 150만 명에 머물렀다. 연간 37만 명 수준이다. 불법 입국자 체포, 구금, 추방 등 집행과 운영 자금 조달이 만만찮다.
미국 좌익 언론들은 기사에서 트럼프의 불법 입국자 추방을 ‘이민자 추방’이라고 보도하며 마치 합법적인 체류자도 쫓아내려는 것처럼 왜곡해왔으나 트럼프는 “나도 이민자”라며 합법 이민자는 환영하고 불법 이민은 추방하겠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번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는 추방하려는 모든 불법 이민자의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는 않았다.
지금까지는 범죄 기록이 있는 불법 입국자가 최우선 표적으로 여겨져 왔다. 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이민세관단속국이 리스트에 등록한 대상자는 65만 명이다. 연방 교도소나 주 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외국인 범죄자 43만 명으로, 형을 마치면 추방된다.
그다음은 아직 형이 확정되진 않았지만, 기소된 비시민권자 22만 명이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음주 운전 등 교통법규 위반이나 마약범죄, 이민법 위반 혐의가 다수다.
트럼프가 ‘국경 차르’로 지명한 전 이민세관단속국 국장 직무대행 톰 호먼은 미국에서 합법적 신분 획득에 실패해 추방 명령을 받고 대기 중인 140만 명을 우선 추방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 140만 명은 이민세관단속국의 ‘비구금 명단’에 오른 800만 명 중 일부다. 아직 절차가 진행 중이라 바로 추방되진 않겠지만, 당국이 그들의 이름과 주소, 전화번호, 지문 등 생체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 추방 스탠바이’ 상태다.
800만 명 중 법원의 추방 명령이 떨어지지 않은 660만 명 중 약 580만 명은 바이든 행정부 때 국경을 넘은 사람들의 일부다. ‘인도적 가석방’ 같은 임시 신분으로 미국에 체류하고 있지만, 트럼프의 정책에 따라 언제든 체류 자격이 취소될 수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집행력과 자금을 얼마만큼 동원할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광속 추방’이라는 정책 기조에 따른다면 호먼이 겨누고 있는 140만 명을 우선 추방하고 범죄 이력을 가진 불법 입국자들로 확대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이민세관단속국에서 이민법 집행을 담당하는 직원은 약 5500명이며, 신규 인력 충원에는 모집과 교육, 배치에 12개월 이상이 소요될 전망이다.
추방 대상자들을 체포하더라도 본국으로 송환할 때까지 구금할 장소도 필요하다. 현재 관련 시설의 수용 능력은 하루 4만 명이다. 민간 시설을 활용하면 하루 6만 명으로 확대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송환 대상국가과의 협상, 항공편 조율 등에 걸리는 기간은 수 주일 이상이다. 연간 추방 가능 인원이 수십만 명 선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호먼은 군사기지나 임시 수용소 등을 활용해 하루 구금시설 수용 능력을 10만 명으로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럴 경우 관련법의 안전 및 구금 기준에 미달할 위험성이 있다. 이 밖에 항공편 수용인원도 제한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모든 제약을 극복하더라도 어쩔 수 없는 한계도 거론된다. 송환 대상국에서 얼마나 많은 추방자를 받아들일 수 있느냐의 문제다.
워싱턴포스트는 “아마도 가장 큰 제약은 상대국의 수용 능력일 것”이라며 미국의 정책에 협조적인 국가일지라도 갑자기 수용 능력을 2~3배 키울 수는 없다며 정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