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산 자동차 2027년부터 사실상 수입 금지

릴리 저우
2025년 01월 20일 오후 2:37 업데이트: 2025년 01월 20일 오후 2:37
TextSize
Print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14일(현지 시간) 사실상 중국과 러시아산 신차의 수입을 금지하는 규정을 최종 확정했다.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이 발표한 규정에 따르면 중국이나 러시아와 충분한 연관성이 있는 스마트 및 자율주행 차량에 사용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수입을 금지한다. 미국에서 생산되는 신차도 이러한 부품을 포함하고 있으면 판매할 수 없다.

BIS는 “소프트웨어 관련 금지는 2027년형 모델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드웨어 관련 금지는 2030년형 모델부터, 연식이 없는 차량의 경우 2029년 1월 1일부터 적용된다.

BIS는 “중국과 러시아의 커넥티드카 기술이 미국 국가안보에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을 초래한다”고 밝혔다. 커넥티드카는 무선 네트워크로 주변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차량을 가리킨다. 요즘 출시되는 차량은 대부분 이런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지나 레이먼도 상무장관은 성명에서 “오늘날의 자동차는 그저 바퀴 달린 쇳덩어리가 아니라 컴퓨터다. 자동차들은 카메라, 마이크, GPS 추적 장치, 그리고 인터넷에 연결된 여러 기술들을 갖추고 있다. 이번 규정을 통해 상무부는 외국 적대세력이 이러한 기술들을 조작하여 민감한 정보나 개인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것이다. 그럼으로써 미국의 국가안보를 보호하고 미국인들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국가안보보좌관은 해당 조치에 대해 “우리의 핵심 인프라와 자동차 공급망을 보호함으로써 국가안보 위험으로부터 미국인들을 보호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지난해 9월 발표된 규정안에서 BIS는 “적대세력이 커넥티드카의 취약점을 이용해 운전자의 위치, 속도, 음성 패턴, 배터리 충전 상태 또는 기타 차량 진단 및 운영 정보에 접근하거나 멀웨어를 사용해 차량을 제어할 수 있다”고 밝혔다.

BIS에 따르면, BIS의 위험 평가에 동의하거나 이러한 위험을 완화하기 위해 공급망을 규제하는 것을 지지하는 의견이 다량 접수됐다. 다만 상용차에는 해당 규정을 적용하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이를 제외해줄 것을 요청하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BIS는 이런 의견들을 감안, 최종적으로 규제 범위를 1만파운드(4.536kg) 이하 차량으로 제한했다. 이로써 중국의 배터리 제조업체 BYD는 캘리포니아에서 전기 버스 조립을 계속할 수 있게 됐다.

BIS는 조만간 트럭과 버스 같은 상용 커넥티드카에 대한 추가 규정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종 결정은 차기 트럼프 행정부의 몫이 될 것이다.

커넥티드카와 그 부품의 수입업체 및 제조업체는 규정 준수를 인증하기 위해 매년 확인서를 제출해야 한다.

BIS는 이 규정이 연간 1000대 미만을 수입 또는 제조하는 소규모 기업들에는 적용하지 않으며, 캠핑카나 전시, 시험, 연구, 수리 또는 개조 등의 목적으로만 사용되는 차량 등 연간 30일 미만으로 공공도로에서 사용되는 차량의 수입 및 판매는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새로운 규칙이 발효되기 전에 개발된 중국산 소프트웨어는 중국 회사가 유지 관리하지 않는 한 금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이는 GM과 포드가 중국산 자동차를 계속 수입, 판매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최종 규칙은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이 중국의 사이버 프로그램에 대해 “압도적으로 세계 최대 규모”라고 경고한 후 발표됐다.

그는 지난 12일 미국 CBS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 ’60분(60 Minutes)’에서 “중국 정부 요원들이 미국 민간 핵심 인프라의 네트워크에 사전 침투, 필요 시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위치에 있고,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실제 피해를 입힐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영국에서도 전 해외정보국(MI6) 국장 리처드 디어러브 경이 타임지에 “인터넷에 연결된, 중국에서 제조된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중국에 의해 통제될 수 있다”며 비슷한 경고를 날렸다.

지난해 9월,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산 전기자동차에 대해 가파른 관세 인상을 확정했고, 이번 달에는 중국의 주요 배터리 회사 CATL을 ‘중국 군대를 지원한 기업’ 목록에 올렸다.

1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중국산 자동차 수입을 막고자 하지만,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는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