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첫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3.00%로 동결했다. 한은의 이러한 결정은 ‘환율 안정’에 방점을 뒀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1월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열고 이같이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경기 상황만 보면 지금 금리를 내리는 게 당연하다”면서도 “정치적 변화가 환율에 크게 영향을 주고 있다. 현재 환율 수준은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이라든지 미국과의 기준금리 격차로 설명할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기준금리 동결 이유를 설명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해 10월·11월)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도 지켜볼 겸 숨 고르기를 하면서 정세에 따라 (금리 인하 여부를) 판단하는 게 더 신중하고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도 했다.

실제 한은은 지난해 10월과 11월 경기 부진으로 두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낮추며 ‘완화’ 기조를 유지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 배경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과 고환율이 작용한 것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원·달러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와 정국 불안에 1400원 후반대로 상승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으로 높게 유지되는 상태에서 인하 결정을 연속해서 한다면 미국과의 금리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며 “이 경우 원화 가치가 떨어져 환율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한은이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미국과의 금리 격차뿐 아니라 오는 20일 관세 정책을 내세운 트럼프 정부가 출범한다”며 “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하 속도 분위기라든가, 향후 국내 재정 집행 상황 등도 고려해 내린 결정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한편 한은 금통위는 추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했다. 금통위는 같은 날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 “국내 정치 상황, 대내외 경제정책 변화와 이에 따른 물가, 가계부채, 환율 흐름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성장의 하방 리스크가 완화될 수 있도록 기준금리의 추가 인하 시기와 속도 등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