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헌정사 최초 현직 대통령 체포

이진곤 전 국민일보 주필
2025년 01월 16일 오전 11:59 업데이트: 2025년 01월 16일 오후 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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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중심제 권력구조를 가진 나라에서 현직 대통령이 수사기관에 체포 구금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군부 쿠데타나 민중의 반정시위에 몰려서 그런 처지에 떨어진 게 아니다. 대한민국의 현 사태는 대통령이 헌법에 따른 권한을 행사했다가 되치기당한 경우다. 세계의 근현대(近現代) 정치사에서 그 유례를 찾을 수 없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일 밤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데는 그럴 만한 까닭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새해 초에 만년필로 <국민께 드리는 글>을 작성해 뒀다가 15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체포당한 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다. 거기에 계엄을 선포한 까닭이 소개돼 있다.

그는 국내 정치 세력 가운데 외부의 주권 침탈 세력과 손을 잡은 세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정치권력을 획득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거대 야당의 행위 비상사태로 판단”

“이런 세력이 집권 여당으로 있을 때뿐만 아니라, 국회 의석을 대거 점유한 거대 야당이 되는 경우에도 국익에 반하는 반국가행위는 계속됩니다. 막강한 국회 권력과 국회 독재로 입법과 예산 봉쇄를 통해 집권 여당의 국정 운영을 철저히 틀어막고 국정 마비를 시킵니다. 여야 간의 정치적 의견차이나 견제와 균형 차원을 넘어서, 반국가적인 국익 포기 강요와 국정 마비, 헌정질서 붕괴를 밀어붙입니다.”

그는 이것이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대한민국의 현실’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정치 세력이 유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무도한 패악을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선거 조작이 가능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밝혔다.

“(이를 통해) 언제든 국회 의석을 계획한 대로 차지할 수 있다든가 행정권을 접수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면 못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면서 그는 부정선거의 증거가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서 그는 “이를 가능케 하는 선관위의 엉터리 시스템도 다 드러났다”고 덧붙였다. 부정선거의 양상을 열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에게 질문을 던졌다.

“국민 여러분께서 아시는 바와 같이, 이게 우리나라 현실이라면 지금 이 상황이 위기입니까? 정상입니까? 이 상황이 전시, 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입니까? 아닙니까?”

비상계엄령 선포가 불가피했고, 따라서 헌법에 근거해 이 권한을 행사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대통령은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에 있어서 병력으로써 군사상의 필요에 응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헌법  제77조 1항).

이것이 계엄령 선포의 법적 근거다. 윤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의 합법성을 이렇게 설명했다.

“거대 야당의 행위가 전시·사변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라고 판단했고, 대통령은 대한민국 운영체계의 망국적 위기를 지켜낼 책무가 있다.”

그는 이 같은 국정 현실을 국민에게 알리고 호소하기 위해 계엄의 형식을 빌렸고, 그래서 ‘소규모 미니 병력을 동원한 초단시간 계엄’의 형태를 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것을 야당은 내란으로 몰아 탄핵소추를 했고, 군 관계자들은 구속되었다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국가운영체계의 전면적 붕괴 상황

그는 공수처의 집요한 체포 시도로 결국 잡혀가는 처지가 됐다. 행정부 수반, 국가원수의 신분으로 수사기관에 끌려간 것이다. 자진 출석의 형식을 원했으나 공수처는 기어이 체포라고 발표했다.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 76년 5개월의 연륜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물론 과거에도 온갖 우여곡절이 있었다. 그러나 하부기관에서 국가 최고위직, 국정 최고책임자를 ‘내란 우두머리’로 몰아 체포 구금 신문한 예는 없었다. 국가 운영체계가 전면적으로 붕괴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공수처는 내란죄에 대한 수사권이 없다. 수사권 없는 수사기관이 대통령을 체포 구금한 것이다. 공수처 측은 직권남용 수사권의 연장선에서 내란죄도 수사할 수 있다고 우긴다. 그런데 대통령에 대해서는 직권남용 수사를 할 수가 없다. 헌법 제84조가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수처가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관할권을 굳이 주장해서 장악한 까닭은 검찰이나 경찰이 현직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공수처는 대통령으로부터 독립된 기관이다. 공수처장은 대통령의 지휘는 물론 간섭도 받지 않는다. 반면 국회로부터는 독립되었다고 할 수가 없는 관계다. 공수처장, 차장, 수사처 검사는 국회의 탄핵소추 대상이기 때문이다. 지금 국회는 더불어민주당의 거의 완전한 지배하에 있다.    

민주당은 비상계엄이 해제되기 바쁘게 이를 ‘내란행위’로, 윤 대통령을 ‘내란 수괴’로 규정하고 헌재를 통한 탄핵, 공수처를 통한 형사 처벌 쪽으로 분위기를 몰아갔다. 윤 대통령은 계엄의 목표를 추구하기는커녕 즉시 해제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권력이 누구에게 있는지, 명확해지는 계기가 됐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해 두고도 군 병력에 대한 효과적인 지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의 말대로 초미니 계엄령이었다고 해도 상황 장악력은 가졌어야 할 텐데도 대부분의 군 지휘부가 등을 돌렸다.

반면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정부 각 기관, 군, 언론에 대한 영향력은 급속히 확대 강화됐다. 그가 대표로 취임한 이후 민주당은 정부 각료, 고위 공직자 29명(윤 대통령,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소추를 포함)에 대해 탄핵소추를 발의했다. 또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 등 20명에 대한 특검수사 법안도 발의했다. 상식과 관례를 완전히 벗어난 기총소사식 탄핵소추안 및 특검법안 발의는 주요 공직자들과 내각을 공황상태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대통령이 거대야당에 결박당하다

이 같은 권위와 권력의 역전현상은 9차 개헌을 통해 성립한 87헌정체제에서 비롯됐다. 1987년 10월 29일 공포된 9차 개정헌법의 특징은 국민의 기본권 강화와 함께 대통령 권한의 축소, 국회 권한의 확대로 요약할 수가 있다. 이와 관련한 주요 변화는 다음과 같다. ①대통령 직선제를 도입하고 그 임기를 5년으로 단축. ②대통령의 비상조치권을 폐지하는 등 국가긴급권의 발동 요건 강화. ③국회해산권을 폐지함으로써 대통령의 권한 약화. ④국회의 연간회기일수제한 폐지. ⑤국정감사권을 부활시키는 등 국회의 권한 강화.

그때까지 한국 정치의 최대 숙제는 통치권의 자의적 행사를 제어하고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의 권한과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었다. ‘국회에 좋은 것은 다 좋은 것이다’는 인식이 정치권은 물론 국민 사이에도 확산돼 있었다.

9차 개정헌법에 따라 대통령 임기가 5년 단임으로 제한되고 그 권한이 크게 축소됐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정치의 구조적 고민은 ‘제왕적 대통령 등장의 위험’이었다. 실제로 대통령이 제왕적 지위와 권한을 누렸던 것은 아니지만 헌정사의 아픈 기억 때문에 국회나 국민이나 경계를 늦출 수가 없었다. 실제로 ‘제왕적 대통령’ 출현에 대한 경고음은 지속적으로 울렸었다.

다만 이는 여당이 국회의 다수 의석을 차지했을 경우에 해당되는 현상이었다. 지금과 같이 야당이 원내 절대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여당은 개헌 저지선을 아슬아슬하게 유지하는 구도가 되리라고 예상할 수 있었던 사람이 개헌 당시에는 거의 없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는 여당에서 야당으로 처지가 바뀐 당시의 민주당과 야당인 한나라당의 주도로 이뤄졌다. 2016년의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도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등 야3당에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거 합세함으로써 가결됐다(박 전 대통령은 이듬해 3월 10일 헌법재판소에 의해 탄핵됨).

그런데 2020년 제21대 총선에서 집권 민주당이(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 포함) 180석이라는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했다. 이에 비해 야당이 된 미래한국당과 그 비례정당 미래한국당은 103석을 얻는 데 그쳤다. 문재인 당시 대통령에게는 여당의 압승이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그렇지만 22년 5월에 취임한 국민의힘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은 거대 야당에 정치적으로 결박당하는 신세가 됐다.

자유수호 외침 한파 속에서 뜨겁다

특히 대장동 비리의혹 등 다양한 범죄혐의를 받고 있던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낙선 후 바로 6월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에 진입하고 8월 전당대회에서 당권을 장악하게 되자 대통령과 야당은 사생결단의 대결구도를 형성했다. 민주당은 당 대표 방탄부대로 전락, 입법부를 이재명 보호용 벙커로 만들었다.

이후 민주당의 입법 전횡, 탄핵 및 특검 공세는 멈출 줄을 몰랐고, 윤 대통령은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간신히 버티는 신세가 됐다. 24년 4월의 22대 총선에서 다시 민주당(+더불어민주연합)이 175석, 국민의힘(+국민의미래)이 108석으로 소수 여당 대 거대 야당의 구도가 이어졌다. 민주당의 정치 공세가 더 거칠어지면서 윤 대통령은 지쳐갔다. 그 상황에서 집권당 내에 심각한 내홍(內訌: 조직 내의 분쟁)이 빚어졌다.

이 일련의 정치 과정을 통해 확인된 것은 의회의 독재가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민주당은 필요한 모든 법을 만들거나 입맛에 맞게 고치겠다는 기세로 국회 운영을 주도했다. ‘대통령의 거부권행사→재의결 실패’에 따라 폐기된 법을 자구 몇 개 고쳐 다시 입법하고 폐기되면 또 입법하는 행태를 되풀이했다. 탄핵과 특검 공세도 멈추지 않았다. 예산심의권 역시 정략적으로 이용했다. 정부가 필요로 하거나 정부를 성공시킬 수 있는 예산안들은 모조리 칼질을 했다.

권력의 중심이 바뀌자 정부를 비롯한 공직 사회, 수사기관, 사법부의 일각, 군(軍)에다 언론까지 태도를 바꾸고 있다. 특히 언론들이 강자의 나팔수, 권력자의 앵무새 역할을 재연하고 있는 모습은 너무나 낯익어서 비참한 기분이 든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오직 자신의 믿음으로 행동하는 시민들만이 겨울의 차가운 아스팔트 바닥에서 ‘탄핵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 분위기로 보건대 민주당 이 대표가 대통령 될 일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시민들이 ‘정의로운 정신’을 일깨워주고 있기 때문이다.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지키겠다는 이들의 열기가 한파 속에서 오히려 뜨겁다. 민주당이 이제는 국민 개개인의 SNS까지 들여다보며내란 선전, 가짜뉴스 전파를 색출해서 고발하겠다고 협박을 하고 있지만 그것에 주눅 들 국민은 아니다. 윤 대통령을 좌절시킬 수 있을지는 모르나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체제를 무너뜨릴 수는 없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