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기후 위기를 ‘녹색 신종 사기(Green New Scam)’로 규정하고 집권 즉시 파리기후협약 재탈퇴를 선언했다. 지난 트럼프 1기에서도 2017년 취임 즉시 “지구온난화는 아주 비싼, 완전 사기다(Global warming is a total, and very expensive, hoax)”라며 직전 오바마 대통령이 가입했던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했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취임 첫날 파리기후협약에 재가입했고 이후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전기차 보급을 확대하는 정책을 추진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2년 8월에 시작된 연방 정부 지원금 4300억 달러 규모의 녹색 에너지 기술을 위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이다.
지난 대선 유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정부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바로잡고 제조업 부활을 위해 모든 값싼 에너지원을 사용하겠다고 했다. 특히 선거 구호로 “석유를 채굴하자(Drill, Baby, Drill)”를 외치면서 강력한 화석연료 확대 정책 의지를 보였다. 아울러 원자력은 매우 안전하고 양질의 전력을 생산하기 때문에 원자력 발전소도 추가 건설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즉시 자신의 기후에너지 공약을 추진하기 위해 석유 기업 최고 경영자 ‘크리스 라이트(Chris Wright)’를 에너지부 장관으로 내정했다. 라이트는 “기후 위기는 없다”라며 미국 국토에 매장된 석유와 천연가스 자원을 채굴하여 사용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은 에너지 규제 완화 정책을 강력하게 지지해온 뉴욕주 연방하원의원 출신 ‘리 젤딘(Lee Zeldin)’을 환경보호청(EPA) 책임자로 내정했다. 바이든 정부에서 에너지 채굴과 활용에 강력한 규제 기관이었던 환경보호청은 트럼프 2기에서는 친절한 지원 기관으로 변모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또 한 명의 주요 인사는 내무부 장관 내정자 ‘덕 버굼(Doug Burgum)’이다. 성공적인 사업가 출신인 그는 2016년부터 노스다코다주 주지사로 재임하면서 석유와 가스 탐사를 열정적으로 추진해 왔다. 미국에서 내무부 장관이 에너지 정책에 중요한 이유는 국토의 3분의 1이 연방 정부 소유이고 그 아래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가 매장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압을 이용한 프래킹(Fracking) 기술이 실용화되면서 연방 소유 토지는 에너지 개발에 더욱 중요해졌다.
이 고위직 삼총사를 통해 트럼프 2기의 기후에너지 정책을 예상할 수 있다. 트럼프 2기에서 추진할 기후에너지 정책을 통해 달성하려는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예상된다. 첫째는 값싼 에너지를 통해 제조업 강국으로 재부상하려는 것이고, 둘째는 바이든 정부에서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한때 8%대까지 상승한 인플레이션을 다시 2%대로 떨어뜨리려는 것이다. 셋째는 이미 GDP의 약 7%(1조 5000억 달러)에 이르는 연방 정부 재정 적자를 최소화하기 위해 바이든 정부가 추진해온 IRA 예산을 전면 삭감하려는 의도다.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Mar-a-Lago)에서 새로운 기후에너지 정책을 추진할 삼총사를 내정할 때, 지구 반대쪽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는 유엔기후협약 제29차 당사국총회(COP29: 2024년 11월 11~22일)가 개최되고 있었다. 아제르바이잔 일함 알리에프(Ilham Aliyev) 대통령이 개회사에서 총회 취지와는 어울리지 않게 “석유와 천연가스는 신의 선물”이라며 화석연료 축하로 시작한 COP29은 진통 끝에 선진국이 지원할 기후 재원을 매년 3000억 달러로 합의했다. 우리 돈 440조가 넘는 엄청난 액수다.
하지만 COP29에는 재원 지원에 책임 있는 미국, 캐나다,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은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최근 이산화탄소 배출이 급증하고 있는 중국과 인도 정부 대표단도 불참했다. 더구나 당사국총회가 주장하는 ‘공정 분담(Fair Share)’에 따르면 미국은 이 중 절반(매년 1500억 불, 약 220조 원) 이상을 내야 할 처지다. 2021년 바이든 대통령이 스스로 재가입한 파리기후협약으로부터 받은 거액의 청구서다. 트럼프 2기의 파리기후협약 재탈퇴는 불 보듯 뻔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새로운 기후에너지 정책과 파리기후협약 재탈퇴는 세계적인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 효과는 이미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있었던 COP29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기후협약의 재원 마련에 책임이 있는 주요 국가들은 정부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고 남미의 트럼프라 불리는 밀레이 대통령은 아르헨티나 대표단을 총회 도중 철수시켰다. 여기에 러시아 푸틴 대통령까지 기후 위기 부정론자임이 밝혀졌다. 이제 우리 정부도 ‘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기에 이어 2기에도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지’ 과학적 이론과 관측 사실을 근거로 분석하여 새로운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관련 내용은 저서 “트럼프는 왜 기후협약을 탈퇴했나? -미국의 새로운 기후에너지 정책- (박석순 저, 2025년, 세상바로보기, 240쪽)”을 참고하길 바란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