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중국산 수입품을 줄이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국 산업 발전을 촉진하고 미국, 캐나다와의 삼각 무역 파트너십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캐나다가 제기한, ‘친중’ 행보를 보인다는 비판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멕시코 대통령이 자국 및 외국 기업에 대한 세금 공제 등 니어쇼어링(Nearshoring)을 위한 인센티브 제공과 자국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소재의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한 산업별 정책을 개발하겠다고 밝혔다.
니어쇼어링은 생산과 서비스 제공을 위해 자국과 비슷하거나 인접한 국가에 업무를 이전하는 것을 가리킨다. 미국은 중국에 대한 견제 차원에서 기업의 생산기지를 멕시코로 옮기는 니어쇼어링을 추진하고 있는데, 멕시코도 이에 동참하고 나선 셈이다.
중국 경제가 침체가 빠져 있기는 하지만,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북미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멕시코 정부는 자국 및 외국 기업에 제공할 인센티브와 관련한 새로운 법령을 오는 17일 공개할 예정이다.
이번 계획은 글로벌 수출시장에서 북미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을 높이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멕시코의 국가사업조정위원회 위원장 프란시스코 세르반테스는 “멕시코의 계획은 명확하다. 이전까지 이곳에서 생산하지 않던 제품도 생산할 수 있다”며 “우리(멕시코)는 미국, 캐나다와 무역 협정을 체결했으며, 협정 조건을 준수하는 한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 등 3국은 2018년 북미자유무역협정(USMCA)을 체결했으며 이 협정에는 미국의 주장에 따라 중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금지한다는 조항이 포함됐다. 3국은 오는 2026년 협정 이행사항 검토를 예정하고 있다.
USMCA에 중국과의 FTA 금지 조항을 포함시킨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집권 1기 때 작품이다. 당시에는 비난 여론이 높았으나,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며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데 따른 폐해를 경험한 현재로서는 이 조항이 중국과의 경쟁을 위한 안전장치로 재평가되고 있다.
셰인바움 대통령은 “USMCA가 중국과 경쟁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고, 로헬리오 라미레스 데 라 오 멕시코 재무장관 역시 “북미가 중국산 수입품의 10%를 대체해 현지에서 생산할 수 있다면 멕시코의 국내총생산(GDP)은 1.2%, 미국은 0.8%, 캐나다는 0.2%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멕시코와 캐나다가 불법 이민을 줄이고 마약 밀수를 억제하는 데 협조하지 않으면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미국 공화당은 중국이 미국의 관세를 피해 값싼 상품을 우회 수출하면서 멕시코를 ‘뒷문’으로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도 멕시코가 중국과 밀착해 대규모 투자를 받으면서 미국과 캐나다에 중국산 제품의 유입을 허용하고 있다고 비판해왔으며 올해부터 시작하는 USMCA 협정 이행 사항 검토와 그에 따른 재협상에서 멕시코 배제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셰인바움 대통령의 이번 조치들은 자국 산업을 강화하는 한편, 그동안 멕시코 경제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한 USMCA 재협정에서 계속 유리한 고지를 이어가기 위한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