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중국공산당을 위해 스파이 활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사람의 수가 최근 3년 동안 4배로 폭증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만 국가보안국(NSB)은 중국공산당의 표적과 전술을 분석한 1월 12일 자 보고서에서 “2024년에 총 64명이 중국공산당 스파이 사건으로 기소됐다”며 “지난 3년 동안에는 각각 16명, 10명, 48명의 스파이 혐의자가 기소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스파이 사건은 15건으로, 2021년의 3건과 비교된다. 2022년과 2023년에는 중국공산당을 위한 스파이 혐의와 관련해 각각 5건, 14건의 사건이 발생했다. 이 데이터에는 반침투법에 따른 기소는 포함되지 않았다.
2019년 12월 31일 제정된 반침투법은 ▲‘외부 적대 세력’의 자금 지원이나 지시, 기부금 등을 받은 자가 선거에 개입하고자 집회 등을 하는 행위 ▲공무원이나 의원에게 로비하는 행위 ▲공공질서를 유린하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 이를 위반하면 5년 이하 징역형이나 최대 1천만 대만달러(약 3억9천만 원)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작년에 기소된 피고인 중 현역 군인 28명, 전직 군인 15명 등 현역 및 전직 군인이 3분의 2에 육박했다. NSB는 이 수치가 현역 군인이 중국공산당의 주요 표적이라는 증거라고 말한다. 다른 표적으로는 공무원들과 친중 조직 구성원들이 있다.
보고서는 범죄 조직과 공모해 빚이 많은 전직 군인을 포섭하기, 다양한 방법을 통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등 중국공산당이 이들 사건에서 사용한 전형적인 전술을 나열했다.
NSB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대만에서 범죄 조직을 모집해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역 군인을 표적으로 삼고 민감한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무이자 대출을 제공했다. 중국공산당은 범죄 조직에 중국공산당이 대만을 침공할 때 중국공산당의 오성홍기를 내걸도록 시키기도 했다.
범죄 조직은 또한 중국공산당 자금을 사용해 저격 팀을 구성하고 전직 군 장교에게 대만 군 고위 관리의 명단을 작성하도록 지시하고, 대만 내 외국 기관과 군 레이더 기지 및 훈련 기지의 좌표와 사진을 수집하려고 시도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 다른 방법은 전직 군인들이 유령 회사와 지하 은행 및 카지노를 설립해 현역 군인들을 끌어들인 후, 정보를 넘기거나 중국공산당에 대한 충성 서약서에 서명하거나 대만군 헬기를 몰고 중국 본토로 망명하도록 회유 또는 강요하는 것이다. 페이스북, 라인, 링크드인 등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에서 군인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수법이 사용됐다. 조사를 회피하기 위해 암호화폐를 사용하기도 했다.
중국공산당은 종교 행사에서 현역 군인들과 접촉하기 위해 사찰에 뇌물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 다음 군인들에게 군사 정보를 제공하도록 하고, 중국 본토로 망명한다고 말하면서 중국공산당의 오성홍기를 들고 있는 동영상을 촬영하면 인센티브를 제공한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허위 정보 게시하고 ▲선호하는 후보 지원 ▲대만 시민단체에 중국공산당 통일전선공작부의 지령을 이행하도록 지시 ▲중국 본토로지역 공무원, 마을 주민 초청 등의 수법으로 대만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고 노력했다.
이 보고서는 대만 군사시설의 사진과 GPS 좌표를 중국 본토에 있는 접촉선들에게 판매한 혐의로 7명의 전직 군 장교가 기소된 지 며칠 후에 발표됐다.
피고 중 한 명인 추훙이는 소규모 정당인 부강연맹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이 당은 2023년에 창당됐지만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추 대표는 중국 접촉선에게 당의 선거에 쓸 돈을 요구하고 위챗을 통해 200만 대만달러(약 6만 400달러), 지하 송금을 통해 15만 위안(약 2만 500달러)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대만 내정부는 가능한 한 빨리 헌법재판소에 이 당의 해산을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대만 고등검찰청은 범죄 조직과 연계된 사찰의 회장인 리씨 성을 가진 여성과 다른 9명을 기소했다. 리는 전직 군인들로 구성된 스파이 조직을 모집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군복을 입은 채 중국공산당의 오성홍기를 들고 중국의 대만 침공 시 탈영을 다짐하는 동영상에 출연했다. 앞서 작년 8월에는 중국공산당에 기밀 정보나 선전 자료를 제공한 혐의로 스파이 조직에 속한 전직 군인 및 군무원 8명이 수감됐다.
판결문에 따르면 중령이었던 셰멍슈는 전직 군 장교 셰핑청에게 설득 당해 CH-47 치누크 헬기를 몰고 중국으로 망명할 음모를 꾸미고 있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