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善)의 치유력] ① 분노와 우울증 치료의 대안, ‘감사의 힘’

안전하고 효과적이며 비용도 들지 않는, 단지 약간의 관점 전환만이 필요한 약이 있다면? ‘선(善)의 치유력’ 시리즈에서는 선량한 행동과 건강 사이의 잊혀진 연결고리를 살펴본다. 본문에 등장하는 세레나와 코슨 박사의 이야기는 실제 사례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이며, 감사함을 실천한 효과와 연구 결과는 현대 연구에 기반한 사실임을 밝힌다. <편집자주>
조용한 진료실에서 세레나는 초조하게 앉아 있었다. 그날 오전 중요한 프로젝트 회의에서 있었던 일이 계속 떠올랐다. 신입 인턴 사라가 조심스럽게 제안한 아이디어가 관리자의 마음에 들어 채택되면서, 세레나의 원안은 제외됐다.
그 순간 세레나는 폭발했다. 단순한 반대가 아닌, 분노가 폭발한 것이다. 그녀의 무자비한 비난에 사라는 눈물을 흘렸고, 회의실은 침묵에 빠졌다.
세레나는 이전에도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그날처럼 심각한 적은 없었다. 진료실에 앉아 있는 동안 죄책감과 좌절감이 밀려왔다.
그녀는 분노를 억제할 약물이나 빠른 해결책을 기대했다. 하지만 코슨 박사가 건넨 것은 예상과 달리 소박하고 빈 일기장이었다.
“예상과는 다르겠지만” 의사는 그녀의 의구심을 눈치채고 말했다. “매일 감사한 일 세 가지를 적어보세요. 이것이 새로운 치료법입니다.“
세레나는 일기장을 내려다보았다. 감정의 혼란 속에서 일기 쓰기는 하찮게 느껴졌다. 하지만 변화하고 싶은 강한 욕구에 이끌려, 마지못해 시도해 보기로 했다.
분노 해독제
감사 일기를 시작할 때는 의심이 들었지만, 매일 저녁 성실히 기록했다. 점차 변화가 찾아왔다. 좌절과 분노만 가득했던 자리에 감사의 순간들이 스며들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동료들에게 짜증을 내고 출퇴근길을 불평했지만, 일주일 후부터는 동료의 도움, 평화로운 아침, 심지어 자신의 낡은 차에 대한 신뢰성에도 감사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세레나의 경험은 매우 개인적이지만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감사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이러한 성격 변화를 뒷받침한다.
2012년 ‘사회심리 및 성격과학(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 저널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감사를 실천한 사람들은 모욕 당했을 때도 공격성이 현저히 낮았다. 반면 감사를 실천하지 않은 대조군은 모욕을 당했을 때 공격성이 증가했다.

감사함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보복할 가능성이 훨씬 낮았다. 이는 마치 격렬한 운동 중에 웃음이 나와 운동을 계속할 수 없는 것처럼, 감사하는 마음이 공격성과 분노가 자리 잡을 틈을 주지 않는 것과 같다.
행복을 확장하는 감사의 힘
집으로 돌아온 세레나는 책상에 앉아 그날 감사할 일들을 생각했다. 자유롭게 일기를 쓰다 보니 무의식적으로 인턴 사라에 대해 쓰고 있었다. 자기 때문에 그녀가 흘린 눈물을 떠올리자 마음이 아팠다.
세레나는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느꼈다. 그녀는 사라에게 사과와 감사의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썼다. 다음 날, 사무실에서 사라를 만나 이전의 폭발적인 행동을 사과하고 편지를 전달하면서 그녀의 가치 있는 공헌을 인정했다. 그날 밤 세레나는 몇 주, 아니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2005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감사 편지 쓰기는 참가자들의 행복감을 10% 증가시키고 우울 증상을 35% 감소시켰으며, 이러한 효과는 편지를 쓴 후 6개월까지 지속됐다.

세레나의 삶에서도 이런 변화가 뚜렷했다. 일상을 지배하던 분노의 폭발이 거의 사라졌고, 대신 진정한 행복의 순간들이 찾아왔다. 자신의 성취뿐만 아니라 일상의 작은 기쁨에도 미소 짓는 자신을 발견하고 놀랐다.
4주 후, 코슨 박사의 진료실을 다시 찾았을 때 분위기는 전혀 달랐다. 처방전 대신 일기장을 건네받았을 때 망설이던 그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의 내면에서 일어난 변화는 뚜렷했고, 새로운 평화와 긍정적 사고, 이해심이 묻어났다.
감사하는 마음이 주는 많은 혜택
변화를 알아본 코슨 박사는 따뜻한 미소로 세레나를 맞이했다. “보니 좋군요. 색다른 처방이 도움이 됐나요?”
세레나는 잠시 망설였다. 자신의 변화에 겸손함과 놀라움이 교차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직접 경험하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거예요. 하지만 왜일까요? 과학적으로 이렇게 단순한 실천이 어떻게 이런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나요?”
코슨 박사는 즉시 대답했다. “감사는 단순한 습관이 아닙니다. 이는 마음가짐의 변화입니다. 감사와 같은 덕성을 기르면 마음이 건강해지고, 신체도 따라오게 됩니다.”
코슨 박사는 감사의 효과를 설명하는 포스터를 세레나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런 연구 결과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입니다. 과학은 여전히 감사가 미치는 영향의 범위를 발견하고 있죠.”

현대 사회는 많은 증상과 질병, 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그중 가장 큰 문제는 수면의 양과 질 부족이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취침 전 감사한 일을 되새기면 수면의 질과 시간이 크게 개선되었다.
또한 감사 일기를 쓰는 사람들은 통증이 8% 감소했고 운동하려는 의욕도 높아졌다. 감사는 스트레스 수준을 크게 낮추어 정신과 신체 건강에 도움을 주고 면역 체계를 강화한다. 면역 기능을 지원하는 행동을 장려함으로써 만성 염증의 주범인 인터루킨-6 수치를 낮춘다.
비교 심리의 함정
“감사는 우리가 세상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을 변화시킵니다.” 코슨 박사가 말했다. “우리의 초점을 부족한 것에서 가진 것으로 옮기죠. 이를 비유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한 남자가 낡은 자전거를 타고 도시를 달리며 불만을 느꼈습니다. 반짝이는 새 차를 보며 생각했죠. ‘저런 차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차 안의 운전자는 차 대출금 상환 걱정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습니다. 자전거 타는 사람을 보며 생각했죠. ‘저 사람처럼 재정적 부담 없이 자유로웠으면.’”
“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은 지나가는 차와 자전거를 보며 생각했습니다. ‘자전거나 차가 있다면 버스를 기다리지 않아도 될 텐데.'”
“길가의 휠체어를 탄 사람은 자전거 타는 사람, 운전자, 버스 정류장의 사람을 보며 생각했습니다. ‘버스를 기다리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차를 운전할 수 있도록 걸을 수만 있다면.'”
“마지막으로, 거리가 내려다보이는 병실의 말기 환자는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휠체어를 타더라도 좋으니 밖에 나가 햇볕을 느끼고 신선한 공기를 마실 수만 있다면.’”
코슨 박사는 덧붙였다. “이처럼 모든 사람이 다른 이가 가진 것을 갈망하며, 한 사람에게는 가장 단순한 축복이 다른 이에게는 가장 깊은 소망이 됩니다. 우리는 부족한 것을 보는 대신 이미 가진 것에 집중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감사하는 마음이 신체에 주는 긍정적 영향
세레나가 감사하는 마음이 어떻게 신체에서 자극되는지 이해하고 싶어 하자 코슨 박사는 설명을 이어갔다.
“감사는 미상핵과 전두엽 등 감정 조절과 즐거움을 담당하는 뇌 영역을 활성화합니다. 감사를 실천할 때 긍정적 감정을 담당하는 뇌 영역은 자극되고, 부정적 감정을 담당하는 영역은 억제됩니다.”
“이러한 뇌 활동은 문자메시지처럼 전기 신호를 통해 빠르고 직접적으로 전달됩니다. 감사는 또한 편지처럼 더 느리지만 강력한 호르몬을 통해서도 작용합니다.”
“감사를 느낄 때 우리의 뇌는 도파민과 세로토닌이라는 두 가지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합니다. 도파민은 무언가를 성취했을 때의 즉각적인 행복감을 주고, 세로토닌은 더 오랫동안 기분을 좋게 하고 안정시켜 줍니다.”
“감사는 자연스러운 긍정적 강화의 순환을 만듭니다. 감사를 더 많이 실천할수록 더 좋은 감정을 느끼게 되고, 이는 즉각적으로도 장기적으로도 효과가 있습니다. 우리의 뇌는 기분 좋은 호르몬의 분비를 즐기게 되어 계속해서 감사함을 느끼도록 촉진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실천은 우리 삶의 일부가 됩니다.”
진료실을 나서는 세레나는 더 현명해지고 자신감이 생겼다. 그녀는 회의적인 사람에서 믿는 사람으로, 불평하는 동료에서 감사할 줄 아는 동료로 변화했다. 과학적 통찰과 실용적인 지침을 얻은 그녀는 앞으로도 감사 실천을 이어가고 싶은 열망이 넘쳐 났다.
*한교진 기자가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