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중국의 부채 함정에 빠진 몰디브

스리랑카와 파키스탄에 이어, 몰디브도 중국으로부터의 투자가 초래한 그늘을 보기 시작했다. 국가의 경제적 독립을 앗아갈 수 있는 부채 함정이다. 인도양에 위치한 이 작은 국가는 중국에 거대한 부채를 지고 있으며 이를 상환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표된 최신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몰디브의 총 공공 및 공공보증(PPG) 부채는 1분기에 82억 달러, 즉 GDP의 약 115.7%였다. 전년(2023년) 1분기의 72억 달러, GDP의 109.7%와 비교된다.
중국과 몰디브의 관계는 통상적인 방식으로 시작됐다. 중국은 자국 국영은행의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 중국 국영기업들이 설계하고 실행하는 대형 프로젝트들을 통해 이 섬나라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이러한 프로젝트 중 하나가 말레 동쪽 끝과 훌루말레섬을 잇는 2.1km 길이의 중국-몰디브 우호의 다리다. 이 다리는 2015년에 착공해 2억 달러를 들여 2018년 완공됐다. 국립 박물관, 주택, 재생 에너지 사업, 국제공항 업그레이드를 포함한 다른 프로젝트들이 그 뒤를 이었다. 이 과정에서 인도의 기업들은 퇴출당했다.
표면적으로 이러한 투자는 양측 모두에게 좋은 거래다. 몰디브에는 경제 발전과 국민 통합을 위한 필수 조건인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되는 한편,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현지인들에게 일자리와 돈을 제공한다.
중국에는 이러한 투자가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에서 중국 정부의 이익을 확보하려는 야심 찬 계획인 ‘일대일로 구상(BRI)’을 실행하는 데 도움이 된다. 중국이 자금을 지원한 몰디브의 인프라는 결국 군사기지 역할을 할 수 있으며, 중국의 오랜 적수인 인도를 포위하면서 인도양을 ‘중국의 바다’로 만들 수 있다.
작년 3월 4일, 몰디브 국방부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 X에서 몰디브와 중국이 군사 협정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몰디브가 중국과 밀착하고 인도와의 관계는 악화했음을 보여준다.
전직 워싱턴 군사 외교 분석가인 야니스 치나스는 에포크타임스에 “양국 간 긴밀한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몰디브가 중국 무역 항로의 교차점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 항로는 중국이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동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치나스는 두 나라 간의 이러한 긴밀한 관계를 통해 중국이 역내에서 군사적 위상을 강화했다고 분석한다. 그는 “중국은 인도와 일본 간의 해군 협력을 차단할 수 있고, 이 지역에서 인도의 영향력을 봉쇄하는 게 더 용이해졌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중국은 인도의 자유무역지대 회원국인 몰디브를 중국 제품의 인도 수출을 위한 중계 무역 거점으로 활용할 수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이 투자들은 흔히 그렇듯 중국에는 좋지만 몰디브에는 좋지 않은 것들이다. 한 가지 이유는 경쟁 입찰을 통해 선정된 업체가 아니라 중국 업체들이 인프라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시공한다는 점이다. 중국 업체들은 타당성 조사를 수행할 때 몰디브 경제의 필요보다 중국 정부의 요구를 앞세우며 경제적 기준이 아닌 정치적 기준을 사용한다.
결과적으로, 일부 프로젝트들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경제적 타당성을 갖추기에는 사용자가 너무 적다. 민수용으로는 쓸모가 없는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중국 국영은행들의 대출이 몰디브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까다로운 조건하에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대출은 베이징의 숨겨진 목적을 관철시키는 ‘부채 함정’이라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몰디브의 채무 증가는 2020년대 초 100%에 도달한 GDP 대비 부채 비율로 나타났다. 몰디브는 지속적으로 높은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해 온 신용평가 기관들에는 적신호다. 예를 들어, 2024년 8월 피치는 몰디브의 채권 등급을 ‘CC’로 하향 조정했는데, 이는 ‘정크’, 즉 고위험 상태를 의미한다.
피치의 등급 하향 조정으로 인해 몰디브는 이슬람 샤리아법을 준수한다고 주장하는 채권인 5억 달러 규모의 수쿡(sukuk) 상환을 위한 국제 시장에서의 자금 차입이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몰디브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한쪽은 작년에 이 나라의 부채 문제를 지적했던 IMF다. IMF는 어려움에 처한 국가들에 대한 브릿지 파이낸싱 제공 시 엄격한 요구 조건을 부과하는 것으로 악명 높다. 이미 IMF 대출을 받은 파키스탄의 경우처럼, 이러한 요구 조건들은 종종 심각한 정치적 불안을 야기한다.
다른 한쪽은 중국인데, 스리랑카의 경우처럼 더욱 엄격한 조건으로 몰디브에 새로운 대출을 제공하거나 부채를 지분으로 전환해 주요 인프라에 대한 통제권을 중국으로 이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쉬운 해법이 아니다. 중국과 IMF/세계은행이 일대일로 구상의 일환으로 건설된 프로젝트들에 대한 최종 통제권을 두고 협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 롱아일랜드대학교(LIU) 경제학 교수로, 포브스 등 경제전문 잡지에 기고하고 있습니다. ‘세미글로벌 경제에서의 비즈니스 전략’, ‘중국의 도전’ 등 다수의 책을 출간하기도 했습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