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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국 2% 성장” 발언 경제학자는 어디에 있나

2025년 01월 12일 오후 11:00

‘뉘펑(牛棚)’이란 말이 있다. 직역하면, 소 외양간이다. 또 다른 의미로도 쓰인다. ‘지식인의 탄압’이다. 문화대혁명(1966년~1976년) 당시 중국공산당은 지식인을 적으로 규정했다. 지식인을 인간으로 대우하지 않았다. 가축처럼 헛간에 가뒀다. 뉘펑은 사실상 지식인의 감옥이었다.

최근 ‘뉘펑’을 연상시키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공산당의 지도와 통제에 따르지 않는 기업인, 금융전문가, 경제학자와 경제분석가의 감시를 강화하고 있다. 입도 틀어막고 있다. 당의 지침을 강요하는 것이다. 그것에 부응하지 못하는 인사에게는 규탄과 핍박이 가해지고 있다. 지위고하, 명성 유무를 가리지 않고 있다. 행방불명되거나 뒤늦게 정부가 조사→체포→구금한 사실이 알려진 세계적 기업인도 한둘이 아니다. 알리바바(전자상거래업체) 창업자 마윈, 다우위(斗魚·중국 최대 게임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회사) 설립자 천샤오제, ‘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통하는 자오빙셴 중증만융(中證萬融) 투자공사 전 대표, 차이나 르네상스(중국투자은행) 창업자 바오판 전 회장, 화위안 그룹(부동산 재벌) 런츠창 전 회장, 우샤오후이 안방보험그룹 전 회장……. 중국이 자랑하던 기업인조차 하루아침에 ‘영어’ 신세가 되는 일이 다반사였다.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채 고통에 시달리는 기업인이 얼마나 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중국 정부가 그들을 격리하는 명목은 무엇일까. ‘반부패 협의’ ‘규율 위반’, 혹은 ‘개인적 비리’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실제적 이유는 다른 데 있다. 마윈과 런츠창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마윈은 2020년 10월부터 3개월간 종적을 감췄다. 그가 행방이 묘연해질 무렵 “중국 금융 정책은 ‘전당포 영업’”이라고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정부 규제가 금융 발전을 저해한다는 주장이었다. 런츠창 전 회장도 중국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방식인 제로 코비드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뒤 실종됐다. 공산당과 정부의 전략과 통제에 부응하지 않는 ‘기업인의 축출(재교육)’인 셈이다. 재교육의 강도는 가혹했다. 마윈은 알리바마 주석(명예회장)으로 물러났고 런츠창은 구속됐다. 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이 곧 ‘반국가적 행위’다.

‘중국공산당 통일전선 공작부’에서 발행된 문건에 경제인을 ‘우리 사람(自己人)’으로 규정하고 있다. ‘자기인’이란 당과 국가를 지원할 의무가 있는 사람이다. 당과 국가의 수족으로서 의무를 다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공산당과 기업은 충돌이 생긴다. 공산당은 이념과 국가 정책을 앞세운다. 반면 기업인은 사업의 이익과 지속 가능성에 중점을 둔다. 하지만 기업인은 공산당을 이길 수 없다. 당이 모든 것을 지도하기 때문이다. 공산당은 기업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경제 주체인 셈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취업자를 가진 기업은 공산당 조직을 구성해야 한다. 이 공산당 조직이 사실상 기업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공산당이 기업을 이끄는 시스템이다. 바로 중국식 경제시스템, 즉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공존하는 ‘국가자본주의’다. 독일 싱크 탱크인 메르카도르 중국연구소는 “국가자본주의는 ‘주식회사 중국공산당’에 의해 운용된다”라고 일갈했다.

국가자본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있다. ‘주식회사 중국공산당’의 유능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뛰어난 실력이 곧 국가자본주의 정당성이다. 정당성이 인정될 때 공산당 독재도 용인된다. 공산당의 능력은 곧 경제 성장이다. 그렇다면 중국 인민에게 높은 경제 성장률은 어떤 의미일까. 높은 성장 과실이 공정하게 배분될 것이라는 기대다. 기대가 있을 때 공산당의 기업 지배도 수용된다. 필요악으로 여기는 것이다. 경제 성장률이 중국 정부의 지상목표가 된 이유이다. 경제 성장률은 공산당의 능력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얘기다. 반대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곧 정권의 무능으로 판명 나는 것이다. 인민에게 ‘무능한 혹은 실패한 정권’이란 인식이 굳어지는 순간, 그것은 정치적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사회 불안으로 이어질 것이다. 정권의 유지조차 확신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중국 정부는 경제성적표에 목을 맨다. 목숨을 건 노력의 덕분일까. 중국 정부가 매년 발표하는 경제 성장 실적은 목표치보다 높았다.

그런데 ‘주식회사 중국공산당’의 무능을 노골적으로 지적한 경제학자가 나타났다. 중국 정부에 경제·금융 정책을 조언해온 저명한 거시경제학자(국영 SDIC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 가오산원이다. 그는 트럼프 1기 무역전쟁(2017년, 6.9%)과 코로나19(2022년, 3.0%) 당시 중국 경제 성장률을 정확히 맞춰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가오산원은 “중국의 진짜 경제 성장률은 2% 내외(2024년)”라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 3~4%의 경제 성장이 잠식된다”면서 “그러나 중국 정부는 부동산 버블 효과를 –0.5%로 계상했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보다 2.5~3.5% 높게 평가됐다는 얘기다. 그리고 “실제 실업률도 11%(정부 발표 5.1%)”라고 말했다. “실업자 통계에서 4,700만 명을 제외, 인위적으로 실업률을 낮췄다”라며 근거까지 제시했다. 가오산원은 또 “경제를 활성화하려는 그들(정부)의 노력이 매우 기회주의적일 것”이라며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약속을 지킬 수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경제비판론’을 경계해 온 중국 정부는 가만히 있지 않았다. 비관적 전망이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거나 중국 통계의 민낯을 드러냈기 때문만은 아니다. 곧 중국 경제 성장률이 조작된 통계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 국가자본주의와 ‘주식회사 중국공산당’은 큰 위기를 맞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로서는 국내외 신임받는 경제학자, 가오산원의 말을 예삿일로 넘길 수 없는 것이다. 가오산원에게 ‘뉘펑’이라는 재갈을 물렸다. 징계를 내린 것이다. 그것도 시진핑 주석의 지시로. 시진핑 주석이 가오산원의 발언을 얼마나 엄중하게 보는지를 암시하는 사례다.

사실 “중국의 성장엔진은 통계”라는 말이 있다. 중국 성장률을 ‘블랙 GDP’라고 명명하기도 한다. 중국의 성장률은 누구도 알 수 없다는 의미다. 그게 사실이라면 통계는 조작되고 왜곡됐다는 의미다. 조작과 왜곡된 통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경제 처방이 제대로 작동될 리가 있겠는가. 최근 중국 정부의 경제정책 효과가 미진한 것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중국 경제전문가의 시각이다. 중국 정부는 지급준비율과 금리 인하를 통한 유동성을 확대했다. 하지만 소비는 살아나지 않았다. ‘소비심리 악화→투자 위축→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는 데엔 역부족이었다. 궁여지책으로 정부지원금을 ‘살포’했다. 생활용품 구매 시 ‘소비 쿠폰’을 제공했다. 자동차, 가전제품 등 12개 공산품에는 공제와 지원금을 제공했다. 일명 ‘이구환신(以舊換新·중고품의 신형 교체)’ 정책이다. 정부 예산으로 소비를 진작시킴으로써 과잉 공급된 제품을 소비하고 기업 수익금으로 기업 설비를 확충하겠다는 그럴듯한 정책이다. 그런데 이 정책은 지난 2009년 중국 경제위기 상황에서 시행됐던 대책이었다. 다시 ‘비상약’을 꺼내 든 것이다. 중국 경제가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여전히 지난해 5%의 경제 성장률은 무난히 상회할 것이며 그 추세는 올해도 이어질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디플레이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최선은 무엇일까. ‘뉘펑’을 헐어버리는 것이다. 기업인과 은행가, 경제분석가와 경제학자의 입을 막아서 보여준 숫자나 충성심이 중국을 판단하는 기준이 아니다. 정작 숨기려고 했던 숫자와 진실에 중국의 기업과 국민이 사는 길이 있음을 명심하길 바란다. 정확한 진단이 최선의 치료에 바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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