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공 여간첩과의 염문설’이 늘 따라다니는 에릭 스왈웰(민주당·캘리포니아) 하원의원이 지난 2024년 11월 5일 치러진 연방 하원의원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로 나선 빈 크루티벤티를 상대로 압도적인 승리를 거머쥐었다. 무려 67.8%의 지지를 얻었다. 이로써 그는 7선의 중진 의원이 됐다. 제119대 연방의회는 지난 1월 3일 개회했다.
약 4년 전인 2020년 12월 8일, 미국의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Axios)는 스왈웰 하원의원이 더블린시 시의원 시절이던 2011년부터 연방 하원으로 일하던 2015년까지 크리스틴 팡 또는 팡팡(方芳)이라 불리는 중국 스파이 용의자와 접촉했다고 보도했다. 악시오스의 보도가 나왔을 당시 스왈웰은 이미 4선의 연방 하원의원이었다. 더구나 11월에 있었던 선거에서도 승리, 5선 의원으로서 2021년 1월 제117대 연방의회 등원이 확정된 상태였다.
악시오스의 기사에 따르면 팡은 스왈웰의 2014년 선거를 위한 모금 활동에 참여했고, 그의 의회 사무실에 인턴을 배치하는 것을 도왔다. 2011년 캘리포니아주립대학 이스트베이에 학생으로 등록한 팡은 스왈웰뿐만 아니라 여러 정치인들에게 접근했다. 이 기사는 익명의 소식통들을 인용해 팡이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중서부의 시장 두 명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스왈웰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팡은 또한 로 카나 전 의원의 2014년 선거운동에서 자원봉사를 했고, 툴시 가바드(민주당·하와이) 의원의 모금 행사를 도왔다. 그녀는 카나, 스왈웰, 주디 추(민주당·캘리포니아) 의원, 그리고 당시 마이크 혼다(민주당·캘리포니아) 의원과 함께 찍은 사진에도 등장했다.
스왈웰은 2014년 선거에서 승리, 재선 의원으로서 2015년부터 하원 정보위원회에 배정됐으며, CIA 소위원회 간사가 됐다. 기사에 따르면, FBI가 스왈웰과 다른 하원의원들에게 팡의 활동에 문제가 있다고 알린 후, 스왈웰은 즉시 그녀와의 관계를 단절했다. 팡은 FBI 수사가 진행 중이던 2015년에 갑자기 미국을 떠나 중국으로 돌아갔다. 악시오스는 팡이 기밀 정보를 입수하거나 전달했다는 증거는 없다고 전했다.
2021년 3월, 케빈 매카시(공화당·캘리포니아) 하원 소수당 원내대표는 스왈웰을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축출하자고 제안했으나, 민주당의 반대로 부결되었다.
그해 4월, 하원 윤리위원회는 “크리스틴 팡 씨와의 관계와 관련해 귀하(스왈웰)가 하원 규칙, 법률 또는 기타 행동 기준을 위반했을 수 있다는 혐의에 대해 조사하기로 결정했다. 동 위원회는 2023년 5월 22일, 스왈웰 의원과 중국인 스파이 혐의자와의 관계에 대한 2년간의 조사가 종결되었다”고 전하며 스왈웰 의원에 대해 추가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은 결론에도 불구하고, 윤리위원회 마이클 게스트(공화당·미시시피) 위원장과 수전 와일드(민주당·펜실베이니아) 간사는 스왈웰에게 ‘선물이나 상호작용(후원금 기부, 선거 지원 등) 등을 통해 부적절한 영향력을 확보하려는, 외국 정부나 그 대리인의 부적절한 영향력 확대 활동을 경계하고 주의할 것’을 촉구했다.
윤리위원회의 결정 이전에, 2023년 1월 제118대 연방의회가 개원했다.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은 진행 중인 조사와 보안 문제를 이유로 스왈웰을 하원 정보위원회에서 배제했다. 이후 그는 국토안보위원회에서 일했다. 스왈웰은 그의 첫 하원의원 임기인 제113대 연방의회(2013~2014) 때 국토안보위원회 소속이었던 걸 제외하면, 제114대부터 제117대까지 8년간 내리 정보위원회 소속이었다. 당시 스왈웰은 매카시의 결정을 “정치적 보복”이라고 비판했다.
‘중공 여간첩과의 염문설’과 공화당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스왈웰이 가뿐하게 7선 의원이 된 이유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그는 유능한 인물이다. 그는 1980년 아이오와주 태생이다. 10대에 캘리포니아 앨러미다 카운티의 더블린시로 이주, 거기서 중고등학교를 나왔다. 축구를 잘해 장학생으로 노스캐롤라이나 캠벨대학에 진학했으나, 부상을 당하고 2001년 메릴랜드대학으로 전학했다. 재학 중 그는 학생회 부회장으로 활약하며 911테러로 부모를 잃은 학생들을 위한 장학제도를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엘렌 토셔 하원의원 사무실에서 무급 인턴으로도 일했다. 2006년 그 대학에서 법학박사 학위를 받고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이후 캘리포니아로 돌아와 앨러미다 카운티 부지방검사로 일하면서 더블린시의 문화유산∙예술위원회, 도시계획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2010년, 30세에 더블린시 시의원으로 당선되어 2년간 재임했다. 2012년에는 캘리포니아 연방하원 제15선거구에 출마, 무려 40년에 걸쳐 재임하던 20선 하원의원 피트 스타크를 꺾고 당선됐다. 그의 나이 겨우 32세 때였다.
스왈웰은 민주당 소속으로 캘리포니아 출신답게 낙태와 동성애를 지지하는 의정활동을 했다. 이와 동시에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하고 초당적인 초선의원 모임을 조직하는 등의 활동으로 주목받았다. 2016년 2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는 스왈웰을 민주당 운영∙정책위원회 부의장으로 임명했다. 정책 의제를 정하고 의원들의 상임위 배정에 관여하는 중책이었다. 그해 12월에는 대통령 취임을 앞둔 트럼프의 당선에 외국이 개입했는지를 조사하자는 법안을 제출하는 등 지속적으로 트럼프를 공격하는 데 앞장섰다. 2019년 4월에는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고 바이든과의 경선에 나서기도 했으나, 7월 사퇴했다. 그의 현재 나이가 겨우 45세에 불과하다. 그는 민주당의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성장할 것이다.
스왈웰이 승승장구하는 또 하나의 비밀은 그의 지역구 주민들의 구성이다. 그의 선거구는 2013년부터 2023년까지는 캘리포니아 연방하원 제15선거구, 이후에는 제14선거구다. 샌스란시스코만을 사이에 두고 마주보고 있는 두 지역구는 주민들의 구성이 비슷하다. 아시아계가 약 45%, 그중 중국계가 약 15~20%, 백인이 약 30%, 라틴계가 약 15%다. 중국인들의 표심이 출마자의 당락을 결정짓는 지역인 셈이다.
중국공산당이 미국을 상대로 그야말로 전방위적으로 공격을 퍼붓는 가운데, 통일전선공작의 기지 역할을 하는 것이 미국에 사는 중국인들이다. 그들은 캘리포니아와 뉴욕에 집중적으로 모여 살면서 선거 때마다 민주당을 지지함으로써 이 두 지역을 민주당의 아성으로 만들었다. 민주당이 친중 정책을 추진하는 게 당연하다. 스왈웰도 2019년 5월 PBS 방송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미국에 해롭다”는 취지로 발언한 바 있다.
인구는 중국공산당이 휘두르는 강력한 무기다. 선진국일수록 선거가 박빙의 승부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중국계 주민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지 않더라도 이들의 표가 당락을 결정한다. 우리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22년 6.1 지방선거에서 김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82만 7593표, 김은혜 국민의힘 후보가 281만 8680표, 강용석 무소속 후보가 5만 4758표를 얻어 김 후보가 당선됐다. 김동연, 김은혜 후보 간의 득표수 차이는 겨우 8913표에 불과했다. 이 결과를 두고 많은 사람이 김은혜, 강용석 후보의 단일화 실패가 원인이라며 개탄했다. 그런데 거기서 그치면 정작 소름 끼치는 사실을 놓치게 된다. 지방선거 선거권을 가진 외국인으로서 경기도 거주자가 3만 8500명이 넘는다. 그 대부분이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이다.
우리나라는 중국공산당 간첩을 눈앞에 두고 보면서도 잡을 수 있는 법이 없다. 우리 형법은 ‘적국을 위하여 간첩한 자’를 간첩이라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법률적으로 교전하지 않는 이상 중국은 적국이 아니다. 그래서 형법상 ‘적국’이란 단어를 ‘외국’으로 바꾸자는 형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지만, 정쟁에 묻혀서 언제 개정될지 모르는 형편이다. 조선족을 포함한 중국인들이 100만여 명, 중국인 유학생이 6만 7000여 명이 들어와 있다. 중국에 있는 한국인도 210만여 명이다. 간첩법 개정이 시급하다. 중국공산당은 ‘한국의 에릭 스왈웰’을 키우려 할 것이다. 아니, 키우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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