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계 동영상 공유 앱 틱톡이 중국 기업 바이트댄스의 미국법인(자회사) 틱톡의 매각을 강제한 ‘틱톡 매각법’의 시행중지를 요청하는 가처분신청을 냈지만, 미국 연방대법원은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대법원은 10일(현지 시간) 틱톡과 사용자들이 제기한 “매각법 위헌” 주장을 심리했다. 이날은 틱톡매각법 발효를 9일 앞둔 시점이다. 법정에선 틱톡 및 그 사용자들을 대리한 변호사들과 법무부 사이에 구두 변론이 진행됐다.
앞서 지난해 4월 미 의회에서 가결된 ‘틱톡 매각법’에 따르면, 틱톡은 9개월 이내에 미국 사업권을 매각하지 않을 경우 구글·애플 등 미국 기업들은 앱스토어에서 틱톡을 완전히 퇴출해야 한다. 이에 틱톡은 미국 수정헌법 제1조에서 보장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이 법이 위헌이라고 주장해 왔다.
1월 20일 취임 예정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백악관 복귀 후 정치적 해결책을 마련할 테니 법 집행을 중지해 달라는 의견서를 대법관들에게 제출한 바 있다. 소셜 미디어 사업가이기도 한 트럼프는 이번 심리에 변호사를 보내지 않았으며, 이 사건에 대한 그의 입장은 자세히 논의되지 않았다.
틱톡이 제출한 긴급 신청에 따르면, 2023년에 약 1억 7천만 명의 미국 월간 사용자들이 이 플랫폼에 55억 개 이상의 동영상을 업로드했다. 이는 13조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했고, 그중 절반은 미국 외 지역에서 발생했다. 같은 해 사용자들은 해외에서 제작된 콘텐츠를 2.7조 회 이상 시청했다.
며칠 후 퇴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과 상원에서 초당적 다수의 지지로 통과된 ‘외국의 적이 통제하는 앱으로부터 미국인을 보호하는 법(Protecting Americans from Foreign Adversary Controlled Applications Act)’에 2024년 4월 24일 서명했다.
미국에서 틱톡은 틱톡 주식회사(TikTok Inc.)가 운영한다. 이 기업은 케이먼군도에 기반을 둔 바이트댄스 주식회사(ByteDance Ltd.)가 간접 소유하고 있다. 틱톡은 바이트댄스가 중국과 여타 국가들에 자회사들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자사(自社) 운영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부인하고 있다.
이 법은 여야 의원들이 표명한, 틱톡에 대한 국가안보상의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중국 정권이 미국 틱톡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에 접근하여 악용할 수 있고 이를 미국에 대한 전략적 우위를 추구하고 선전을 퍼뜨리는 데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법에 따르면 틱톡은 트럼프 취임 하루 전인 1월 19일까지 바이트댄스로부터 분리되거나 미국 내 운영을 중단해야 한다.
구두 변론에서 틱톡의 변호사 노엘 프란시스코는 이 법이 틱톡을 폐쇄하도록 강요한다며 “특정 매체만을 유독 가혹한 처우의 대상으로 지목하는 이 법은 바이트댄스가 매각하지 않는 한 틱톡 운영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이걸 금지라고 부르든 매각이라고 부르든,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는 틱톡의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며, 수정헌법 제1조가 적용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정부는 외국의 선전을 막는 데 대한 타당한 이익이 없다. 정부의 실제 표적은 표현의 자유 그 자체다. 정부는 미국인들이 중국의 허위정보에 넘어갈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그건 수정헌법 제1조에 따라 국민이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법원이 더 많은 시간을 갖고 “이 중대한 사안을 고려할 수 있도록” 최소한 이 법의 시행을 금지하는 가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틱톡은 바이트댄스와 연관되지 않는 한 계속 운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은 바이트댄스가 중국과 협력해서 콘텐츠를 조작하고 있으며 이러한 협력은 중국의 법률에 의해 강제적이라는 점을 의회가 구체적으로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로버츠 대법원장은 “모회사인 바이트댄스가 사실상 중국 정부를 위해 정보 활동을 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는 사실을 우리가 무시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이 법은 틱톡을 없애야 한다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 중국이 틱톡을 통제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닐 고서치 대법관은 “바이트댄스가 미국 외 지역에서 콘텐츠를 검열해 달라는 중국의 요청에 응했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라고 설명했다.
브렛 캐버노 대법관은 “데이터 수집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매우 강경한데, 그것보다 중국이 콘텐츠를 통제하는 것이 훨씬 더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엘레나 케이건 대법관은 틱톡 주식회사가 미국 기업이기 때문에 수정헌법 제1조의 권리를 가진다는 것은 인정했지만, 이 법으로 인해 그 권리가 침해당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프리로거 미국 법무부 법무차관은 “틱톡은 미국의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우리는 중국이 미국인들에 대해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손에 넣으려는 강렬한 욕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틱톡은 여기서 강력한 무기가 된다”면서 “중국이 언제든 바이트댄스에 명령해서 미국 자회사인 틱톡이 보유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대법원이 이 사건에 대해 언제 판결을 내릴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