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산당의 비밀 무기, ‘통일전선공작부’

안토니오 그레이스포(Antonio Graceffo)
2025년 01월 10일 오전 11:19 업데이트: 2025년 01월 10일 오후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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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하에서 통일전선공작부(UFWD)는 그 관할 범위와 규모, 공작 수단을 확대해 왔다. 이는 미국과 다른 서방 국가들의 민주적 절차, 언론의 자유, 그리고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영국 특별이민항소위원회 재판부는 최근 간첩 활동 혐의와 중국공산당과의 연계를 이유로 크리스 양(양텅보로도 알려짐)의 영국 입국을 금지한 2023년 내무부의 결정을 지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양은 해외 공작을 통해 중국의 이익을 증진하는 조직인 통일전선공작부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앤드루 왕자 같은 유명 인사들과 관계를 구축하고, 영국 기업들과 중국 관리들 간의 접촉을 주선한 것 등을 이유로 간첩 혐의를 받았다.

시진핑과 마오쩌둥이 “마법의 무기”라고 표현한 통일전선공작부는 중국에 대한 우호적 여론을 조성하고, 반(反)체제 인사들을 억압하며, 중국의 정치적 의제를 관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산하에서 활동하는 이 조직은 중국계 이민자들에 대한 영향력 행사와 외국 정치인 포섭에서부터 문화예술 단체와 언론 매체 자금 지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이들은 중국화평통일촉진회와 중국학생·학자연합회 같은 산하 단체들을 활용함으로써 문화외교와 첩보활동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든다.

시진핑 체제하에서 통일전선공작부의 영향력은 크게 확대됐다. 해외 활동으로는 공자학원 자금 지원, 반체제 인사 위협, 그리고 해외 중국인들에게 중국공산당 정책에 동조하도록 압박하는 것 등이 있다. 이 부서는 또한 티베트인, 위구르인과 같은 소수민족을 표적으로 삼고 초국가적 탄압을 수행하며, 중국의 주장을 글로벌하게 퍼뜨리기 위해 외국의 연구기관들을 조종한다. 이러한 노력은 중화민족 부흥과 대만과의 통일이라는 시진핑의 야망과 직결된다.

미국, 호주, 캐나다 같은 국가들은 통일전선공작부의 정치 자금 기부, 미디어 투자, 대학에서의 간첩 포섭 등의 활동을 꾸준히 폭로해 왔다. 통일전선공작부는 첩보 활동을 수행하고 민주주의 제도를 훼손하면서도 종종 문화 교류를 하는 것처럼 위장한다.

중국이 2017년 제정한 국가정보법은 통일전선공작부의 활동을 크게 강화했다. 이 법은 모든 조직과 시민은 국가의 정보 활동을 지원, 협조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로써 첩보요원과 시민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모든 중국인은 잠재적 스파이가 됐다. 예를 들어, 스웨덴에서 통일전선공작부는 문화, 비즈니스, 정치, 교육, 미디어를 아우르는 최소 103개의 조직으로 구성된 은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 단체들은 중국공산당의 전략적 목표를 교묘하게 관철하면서 중화인민공화국과의 유대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미국에서 통일전선공작부는 연방 정부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중국 대사관, 영사관, 중국인민대외우호협회 같은 단체들을 이용해 주(州)정부 이하의 지방정부, 기업, 학술단체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차이나 데일리 같은 국영 미디어는 주요 미국 언론에 전략적 콘텐츠를 제공해 친중국 메시지를 확산하고 있다. 또 중국총상회 같은 조직들은 중국 국영기업들을 이용해 중국의 경제적 목표 달성을 추진하고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제∙문화적 교류로 포장된 통일전선공작부의 공작, 예컨대 자매도시 결연, 경제 포럼, 연구 프로젝트 등은 미국의 주정부 이하 지방정부들이 중국공산당의 전략적 목표에 부응하도록 하고 그들의 지정학적 야망을 지지하는 서사를 구축한다.

중국공산당은 미국, 영국, 호주를 포함한 서방 국가들의 자유주의적 법률과 정책을 자신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데 이용하고 있다. 이에 맞서 여러 국가는 통일전선공작부의 활동에 대항하기 위해 외국인 개입 방지법과 같은 조치를 도입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중국계 커뮤니티에 대한 인종 프로파일링을 조장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일각에서는 지나치게 공격적인 대응이 이민자들을 소외시키고 중국의 선전에 이용될 수 있어 정당한 안보 우려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복잡하게 만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서방 국가들의 과제는 ‘차별적’이라고 인식될 수 있는 조치를 채택하지 않으면서도 이러한 위협에 대응하는 것이다.

영국은 2025년에 외국 영향력 등록제를 시행할 계획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외국 세력을 대신해 활동하는 개인들은 활동 내역을 공개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을 ‘1등급’에 포함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1등급은 등록 대상 활동의 범위가 넓어진다.

영국에서 중국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지만, 정부는 무역 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HSBC 같은 금융기관들도 더 엄격한 조처를 하면 사업상 손해를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에서는 정보기관들이 중국을 가장 큰 국가 안보 위협으로 지목하고 있다. 국토안보부는 중국공산당이 경제와 사이버 분야에서의 위협에 관여하고 있으며, 멕시코 마약 조직들에 전구체 화학물질을 공급함으로써 펜타닐 위기에도 연루된 점을 강조했다.

서방 각국, 특히 미국은 중국공산당을 중대한 국가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계 이민자들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인종 프로파일링이라는 비난, 또는 무역과 투자 관계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개인의 자유와 법치주의를 존중하는 자유주의적 정책들이 서방의 발목을 잡는다. 중국공산당은 이러한 제약을 잘 알고 있으며 이를 자신들의 비밀 작전을 지속하는 데 이용한다. 동시에 미디어와 소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해 “중국의 간첩 활동 의혹은 근거가 없으며 인종차별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서사를 밀어붙이고 있다.

*한강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