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년간 중국의 실제 경제성장률은 평균 2%라고 밝힌 중국의 유명 경제학자가 징계에 처할 위기에 처했다. 시진핑이 직접 처벌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각)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진핑이 국영 중국개발투자집단유한공사(SDIC 증권) 수석 경제학자 가오쌴원(高善文·52)에 대한 조사와 징계를 관할 당국에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가오쌴원은 중국의 거시경제 전문가로 리커창 전 총리가 주최한 심포지엄에 초빙되는 등 정부에 각종 정책을 제안할 정도로 매우 잘 알려져 있다. 특히 공산당 정권의 서슬 퍼런 입단속에 다들 침묵하는 가운데, “중국 경제 통계가 부풀려져 있다”는 속 시원한 발언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그는 지난해 12월 중순 미국과 중국의 싱크탱크가 공동으로 개최한 포럼에 참석해 “(나는) 중국의 실질 성장률과 다른 경제 지표들의 진짜 수치를 알지 못한다”며 “지난 2~3년간 (경제성장률) 공식 수치는 연평균 5%에 가깝지만 실제로는 2% 정도일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이런 발언이 처음인 것도 아니었다. 그는 같은 달 초 선전에서 열린 투자 컨퍼런스에서도 “지난 2~2년간 실제 연평균 성장률은 (정부가 발표한) 5%가 아닌 2~3%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중국 당국이 경제 통계를 조작하고 있다고 폭로한 셈이다.
또한 그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정부 집계에 포함되는 일자리를 얻지 못한 사람은 4700만 명”이라며 중국의 실업률이 엄청나게 부풀려졌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중국 정부는 2023년 6월 청년 실업률이 21.3%를 기록하자, 발표를 중단했고 6개월 후 집계방식을 바꿔 실업률 발표를 재개했다.
특히 이날 컨퍼런스에서 가오샨원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중국 경제 상황에 대해 “사회는 이제 ‘활기찬 노인, 무기력한 청년, 절망적인 중년’으로 가득 차 있다”고 한 말이 온라인 생중계로 중국 전역에 퍼지며 엄청난 화제가 됐다. 그의 발언 전문이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옮겨지며 큰 호응을 얻었다.
이 발언과 그에 따른 중국 내 파장은 블룸버그 통신, VOA 등 외신에 인용되며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중국 청년들은 심각한 실업으로 소비가 위축되고 삶의 활력마저 잃어버리는 가운데, 노년층은 연금을 바탕으로 이전과 같은 지출 수준을 유지하면서 중국 경제의 미래가 암울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오샨원의 폭로는 이에 그치지 않았다. 그는 “경제 성장과 소비, 투자, 노동력 등의 분야에서 확장세라는 (정부) 데이터들 사이에 앞뒤가 맞지 않는 점들을 분석한 결과, 지난 3년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 포인트 과대평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그의 ‘추측’은 이미 세계 각국의 많은 경제학자가 중국의 2022~2023년 경제 성장률 통계의 정확성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사실상 ‘내부 고발’로 받아들여졌다. 현재 가오샨원의 발언들은 다수가 삭제됐다.
WSJ은 시진핑이 가오샨원의 발언에 격분했으며, 공개 발언을 금지시켰다고 전했다. 본지 확인 결과 가오샨원의 위챗 개정은 지난달 6일 ‘규정 위반으로 차단됐다’는 공지문과 함께 접근이 되지 않았다. 오는 11일 예정된 가오샨원의 강연도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 에이킨 경영대 프랭크 셰 교수는 “현재 중국 경제는 매우 심각한 불황에 빠져 있다”며 “최소한 2025~2026년에는 침체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셰 교수는 “중국 발표대로 경제성장률이 4~5%라면 실업률이 20% 이상으로 치솟을 수 없다. 일각에서는 최고 47%라는 분석까지 나오는데, 경제가 성장한다면 고용이 이처럼 악화될 수 없다”며 “결국 공식 수치의 진실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지난해 12월 실업률은 도시 지역 5%, 16~24세 청년(학생 제외)실업률 16.1%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