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 보고서에 이어 올해 1월 연구서도 같은 결과
미국 보건당국이 불소가 과도하게 포함된 수돗물을 마신 아이의 지능지수(IQ)가 떨어진다는 정부 보고서 내용을 재차 확인했다.
국립보건원은 지난 6일(현지시각) 미 의학학회(JAMA) 소아과학(Pediatrics) 학술지를 통해, 국립독성물질관리프로그램(NTP)이 9년 동안 수행한 메타분석에서 이러한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연구 논문 링크).
메타분석은 특정한 주제에 관해 지금까지 발표된 모든 연구를 검토해 종합하는 분석 방법이다.
이번 메타분석은 불소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중 가장 장기간 대규모로 수행된 사례이자, 지난해 8월 NTP 공식 보고서와 일치하는 결과다.
NTP는 8월 보고서에서 1.5ppm(1리터당 1.5mg) 이상 불소가 함유된 음용수(수돗물)을 지속적으로 마신 아이의 IQ가 내려갈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번 메타분석에서는 전 세계 74개 연구 중 64개에서 높은 수준의 불소에 노출되는 것과 아이의 낮은 IQ 사이의 연관성을 발견했다. 연관성의 강도는 ‘보통~강함’ 정도로 간주됐다.
또한 31개 연구에서는 음용수에 포함된 불소 수치가 증가할수록 어린이의 IQ가 더욱 감소하는 반비례 관계가 나타났다. 다만, 이 관계는 불소 수치가 현재 음용수의 불소 농도 기준인 0.7ppm보다 높은 1.5ppm 이상일 때만 유의미하게 지속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수돗물에 포함되는 불소의 농도 기준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시민단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비영리 환경단체 ‘음식과 물 감시단(Food & Water Watch)’은 미 환경보호청(EPA)을 상대로 “음용수에 불소를 첨가하는 것은 해롭다”며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NTP의 8월 보고서 등을 근거로 현재 음용수 불소 농도 기준인 0.7ppm에 관해 “아이의 IQ 감소라는 ‘비합리적 위험(unreasonable risk)’을 초래한다”라며 환경단체 승소를 판결했다. 환경보호청에는 관련 규정 개정을 명령했다(법원 판결문).
미국 법원에서 말하는 ‘비합리적인 위험’이란 용어는 해당 제품이나 사물로 발생하는 위험을 평가해, 위험성이 합리적인지 판단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사실상 기준치 강화를 결정한 것이다.
불소는 혈액-뇌 장벽을 통과하여 인지와 기억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축적될 수 있으나, 뇌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불확실하다.
연구진은 이번 메타분석 결과가 불소 노출과 관련된 위험성과 혜택(편익)을 판단하기 위한 정보를 제공한다면서 수돗물뿐만 아니라 청량음료, 과일주스, 맥주, 일부 생수 등을 통해 아이들이 불소를 섭취하게 된다고 명시했다.
미국에서는 인체에 유입되는 불소의 약 40~70%가 불소화된 음용수(수돗물)로 인한 것으로 추정된다. 수돗물을 직접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수돗물을 이용한 차, 커피, 쌀(밥), 요리 등 음식물을 통한 섭취도 포함된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수돗물의 불소 농도를 1.5ppm 이하로 권장하고 있으며, 일본은 0.8ppm 이하이다. 한국도 0.8ppm이지만 ±0.2ppm을 적용해 허용 범위는 0.6~1.0ppm이다.
이번 연구와 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결과 해석에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케이스 웨스턴 대학교 치과대학의 수파르나 마할라하 교수는 해당 연구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연구에 한계가 있었다”고 에포크타임스에 말했다. 불소는 반감기가 110분으로 짧아 소변을 통해 불소를 검출하는 방법에 오차가 크다는 것이다.
아이오와대 치과의사 스티븐 M 리베 박사는 마할라하 교수와 같은 의견을 나타내며 “지역 사회의 수돗물 불소화 사업에 따른 낮은 농도의 불소에서는 부작용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이번 연구 결과를 반박했다.
이 밖에도 여러 전문가가 수십 년간 불소가 함유된 수돗물을 통해 충치를 예방함으로써 전반적인 구강 건강 증진에 기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만, ‘그러나 불소 노출의 증가는 임산부와 어린이를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국립보건원의 커뮤니케이션 국장 크리스틴 브러스크 플라워스는 “불소가 함유된 물, 치약, 구강 세정제로 만든 음식과 음료를 통해 불소를 섭취하면 어린이와 임산부의 총 불소 노출이 증가할 수 있다”며 “태아, 유아 및 아동의 신경 발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마할라하 교수도 아이의 불소 섭취가 우려된다면 수돗물 섭취보다 치약이나 구강 청정제 등을 삼키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아이의 칫솔에 치약을 바를 때는 완두콩 크기보다 적은 양이 충분하고 안전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중 보건적 관점에서 본다면, 고용량의 불소 섭취뿐만 아니라 설탕, 가공식품, 소셜 미디어, 화면을 들여다본 시간 등 여러 요소가 모두 아이의 발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