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죄 철회’ 둘러싼 공방전…어떤 결정 나와도 ‘불공정 시비’ 일듯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 의견서에서 내란죄를 철회하는 것을 두고 윤 대통령 측과 국회 탄핵소추위원단 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3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 대통령 탄핵 관련 2차 변론준비기일에서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은 탄핵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형법 제87조, 제91조)’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탄핵 심판을 형사 재판과 분리해 헌법 위반 여부만 다퉈 신속하게 탄핵심판 절차를 끝내 국정 혼란을 줄이겠다는 의도였다.
국회 측의 입장이 알려진 뒤 정치권은 곧바로 ‘내란죄 철회’ 논란으로 번졌다.
윤 대통령 측은 “탄핵 소추 사유의 중대한 변경이므로 탄핵 소추가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7일 입장문을 통해 “26쪽 분량의 의결서 중 실체·절차적 요건에 관한 부분을 제외하면 21쪽이 내란을 언급하고 있다”며 “무려 80%에 해당하는 소추서 내용이 철회되는 것으로, 기존 소추 사유와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소추 사유 변경’에 해당해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각하는 소송이 일정한 법적 요건이나 조건을 충족하지 않아 본격적인 심리나 재판을 진행하지 않기로 하는 결정이다.
국회 대리인단은 윤 대통령 측의 입장문 발표 후 “소추 사유는 한 글자도 바뀐 것이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또 헌법재판소에 ‘형법상 유죄’ 판단까지는 구하지 않겠다는 의미일 뿐, 윤 대통령이 ‘헌법상 내란 행위’를 주도했다는 사실관계는 달라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내란죄 철회 공방은 헌재의 탄핵 심판 속도와 직결돼 있다. 내란죄 유무죄까지 따지게 되면 증인 신문을 거치면서 자연히 탄핵 심판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피선거권이 제한될 수 있는 공직선거법 재판 2심 선고 전에 대선을 치르려고 탄핵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뺐다고 의심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탄핵안 정당성 문제를 지적하며 차기 대선 준비를 위한 시간을 벌려고 한다고 보고 있다. 결국 여야 모두 ‘시간 싸움’에 전력 투구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 재의결 관련해서 국민의힘은 핵심 내용이 변경되었으므로 대통령 측 변호인 동의나 국회의 새로운 탄핵소추 의결이 필요하다고 하는 반면 국회 측은 내란죄가 탄핵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등장한 부차적 표현에 불과해 국회 재의결 절차가 불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헌법학자 및 전문가들은 탄핵 심판에서 내란죄 제외는 재판부의 직권 판단 사항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내란죄를 제외하고 정상적인 탄핵심판이 가능한지와 내란죄를 제외할 경우 재의결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대립한다.
헌법학자인 황도수 건국대 교수는 “탄핵소추의결서 내용이 크게 계엄법 위반과 내란으로 나뉘기 때문에 내란을 빼려면 국회 의결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대 법과대학장인 이호선 교수도 “내란죄라는 죄명이 있을 때와 없을 때, 탄핵 찬반에서 의사결정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며 “탄핵 사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유일한 방법은 내란죄를 뺀 탄핵소추안을 다시 만들어 국회에서 탄핵소추 절차를 다시 밟는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소추위원 대리인단의 주장은 탄핵소추 사유 자체를 철회한다는 것이 아니고 탄핵소추 사유 중에 적용되는 법률 조항을 철회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렇기에 국회에서 재의결할 필요는 없고, 소추 위원 대리인단에서 법률 적용 여부는 헌법재판소의 직권 판단 사항“이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소추 사유에서 형법상 내란죄 제외 논란을 놓고 장외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헌재가 형법상 내란죄 철회를 수용할 경우 심판 공정성에 대한 신뢰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한편, 그동안 탄핵 심판 절차에는 응하겠다고 입장을 밝혀온 윤 대통령이 내란죄 제외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재판에 출석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헌법재판소 김정원 사무처장은 “최종 결론은 재판부가 하니 지켜봐 달라”며 말을 아꼈다.
내란죄 철회 문제를 놓고 여야 정치권, 법조계, 학계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어서 차후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불공정 시비가 일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