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보 전문가 본 한국 상황 “계엄령 거부감 VS 목숨 걸린 싸움”

윤건우
2025년 01월 08일 오후 1:47 업데이트: 2025년 01월 08일 오후 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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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군사·안보 전문가가 한국의 계엄 및 탄핵 정국에 대해 외부 관찰자로서 분석했다. 이 전문가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국은 지금 공산주의자들과 목숨을 건 싸움을 하고 있다”고 요약했다.

전직 미 육군 대령이자 국방부 사이버 보안 정책 책임자, 국제관계 및 전략 책임자를 지낸 존 밀스는 지난 4일(현지시각) 팟캐스트 방송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해당 방송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책사로 백악관 수석 전략가를 지낸 스티브 배넌의 ‘워룸(전쟁상황실)’이다.

현재 워싱턴DC의 보수 싱크탱크 안보정책센터에서 수석연구원으로 재직 중인 밀스 전 대령은 현재 “한국은 (미국에) 여러 측면에서 중요한 국가”라며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조약 파트너이자, 반도체 산업 분야의 주요 국가”라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 상황을 주시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밀스 수석연구원은 미리 준비한 그래프를 통해, 한국의 야당 대표가 좌익이자 친중파이며 주한미군을 ‘점령군’으로 부르는 모습을 보였다며 “불법 행위로 유죄 판결을 받아,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수 없게 됐음에도 대통령직을 원하고 있다”며 “그래서 모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윤 대통령의 계엄령에 대해 “계엄령은 한국에서 아주 나쁜(bad) 역사적 배경을 두고 있어, 모든 한국인의 직감적인 반응은 ‘이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나쁜 일’이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의 선거 개입 증거를 확인하기 위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기 위한 전략적 행동”이라며 “합법적으로 선관위를 압수수색할 유일한 방법은 그것뿐이었다”고 말했다.

밀스 수석연구원은 이후 벌어진 윤 대통령 탄핵, 한덕수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권한대행 대행 등을 소개하며 192석을 장악한 민주당(범야권)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우파가 파퓰리스트로, 한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려는 정당이다. 이들은 보수주의자들로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에서 밀스 수석연구원은 여당 의원들과, 윤 대통령 체포를 막기 위해 거리로 나선 시민들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여당 의원들 40여 명이 대통령 관저에 나타나긴 했지만, 거리 시위 초기에는 소수 의원만 시민들을 지지했고 대부분 소극적인 태도를 나타낸 바 있다.

그가 말한 ‘우파가 포퓰리스트’라는 표현은 일반 대중을 위하는 정치 세력을 가리키는 의미로 풀이된다. 서방의 주류 정치학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운동은 우익 포퓰리즘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밀스 수석연구원은 야당이 윤 대통령을 향해 ‘내란(Insurrection·반란)’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공격했지만, 시민들이 윤 대통령 체포를 막아 나섬으로써 효과적으로 저항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이 대통령을 옹호하고 나서면서 ‘대통령의 내란’이라는 논리가 허물어졌다는 것이다.

그는 감찰기관(공수처)이 윤 대통령 체포에 나서면서, 야당이 탄핵 근거로 삼은 ‘내란’과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사실도 지적했다.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다는 점을 파악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밀스 수석연구원은 지정학적 관점에서도 이번 사태를 분석했다. 그는 한일 양국 간에 해결되지 않은 역사적 문제가 있음에도 중국에 대한 억제력을 위해 한일 관계 회복이 중요하며, 이러한 미국의 전략에 따라 윤 대통령은 일본에 손을 내밀었지만, 야당 대표는 강한 반일 성향을 지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싸움은 중국에 대한 억제력으로 작용하는 우파 진영을 전반적으로 무너뜨릴 가능성이 있다”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대부분의 일은 중국의 악의적인 영향력이 한국을 무너뜨리고 중국의 영역(enclave)으로 만들려는 시도다.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는 역사적 사건들로 인해 ‘계엄=국민에 총구를 겨누는 행위’라는 인식이 고착화됐다. 지난해 말에는 1979년 신군부 세력의 군사 쿠데타를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돼 올해 1월 말까지 1298만 명이 관람하는 대흥행을 기록한 바 있다. 이 영화에서는 신군부의 계엄 선포가 실감나게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