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플루엔자·각종 바이러스 창궐…대학병원 환자 장사진

“상하이에 독감이 창궐했다, 병원이 꽉 찼다”, “(장쑤성) 난퉁에 A형 인플루엔자가 기승이다”, “밤 10시에 찍은 병원 사진, 덜 붐비는 곳을 찾아라”, “주사를 맞아도 열이 안 떨어진다.”
최근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하거나 혼잡한 병원을 담은 게시물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샤오홍슈, 더우인(틱톡) 등 영상 플랫폼에는 중국 전역의 호흡기 감염병 소식이 가득하다. 특히 한밤중에 병원에 환자 대기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찍은 영상들을 다수 볼 수 있다.
열이 펄펄 끓는 아이들 데리고 밤늦게 병원에 갔다가 긴 대기줄에 놀라 다른 이들에게 “다른 병원을 찾으라”며 정보를 제공하는 이들도 많다.
RFA는 중국 중부의 한 3차 병원(대학병원 격) 호흡기 내과 책임자를 인용해 이달 초 외래 환자가 12월 초에 비해 5배 늘었다고 보도했다.
중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역시 지난해 마지막 주간 집계에서 급성 호흡기 감염병이 지속적으로 빠른 상승세를 보인다며 A형 인플루엔자, 인간메타뉴모바이러스(HMPV), 마이코플라스마 폐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고 발표했다.
52주 차 인플루엔자 양성률은 6주 전(3.7%)과 비교해 30.2%로 급증했고, 중증 급성 호흡기 감염 환자 중 입원한 사례는 17.7%에 달했다. 현재 인플루엔자 감염으로 진단을 받은 환자 중 99% 이상이 A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H1N1 아형으로 압도적이었으며, HMPV 감염자 중 입원한 사람은 5.4 %였다.
중국 매체들도 호흡기 감염병 확산을 심각하게 보도하고 있다. 공산당 관영 CCTV는 의사 인터뷰를 통해 “현재 중국에서 각종 바이러스가 유행하고 있다”, “교차 감염으로 한 사람이 여러 호흡기 질환에 동시에 걸릴 가능성도 있다”라며 감염 예방에 주의할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중국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변종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하고 있다.
상하이 시민 펑(彭) 모씨는 RFA에 “딸과 또래 친구들이 코로나19나 인플루엔자 감염 증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병원에 여러 차례 다녀왔지만 호전되지 않고 있다”라며 “의사는 정확한 병명을 진단해 내지 못했다. 어떤 바이러스 때문인지 알아낼 수 없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산둥성 주민 류(劉) 모씨 역시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라며 “(병원에서는) A형 인플루엔자나 그 유사 바이러스라고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종이 아닌지 의심된다”라고 밝혔다.
코로나19 진원지였던 후베이성의 대도시 우한 시민 구(古) 모씨도 “병원들이 사람으로 터져나갈 지경”이라며 “(대학)병원에는 주사를 맞으려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지역 의료기관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지난 팬데믹을 거치면서, 중국 당국의 투명하지 못한 질병 및 사망 통계는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자국 소식에 어두운 중국인들 사이에서도 큰 논란이 됐다. 당국은 매우 심각한 상황에서도 크게 걱정할 일이 아니라는 발표를 이어왔다.
이번에도 중국 당국은 느긋한 태도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3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겨울은 호흡기 감염병이 많이 발생하는 계절”이라며 “관련 질병의 규모와 강도는 작년보다 낮다”고 말했다.
또한 “중국 정부는 중국 국민과 중국 내 외국인의 건강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중국 여행은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은 주변국에 무비자를 확대하며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침체한 내수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다. 이런 상황에서 감염병이 창궐하면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중국 당국의 전염병 관련 발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이유다.
주변국에서도 이러한 상황을 인지하고, 자국민의 중국 여행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 미국 ‘뉴스위크’는 인도, 인도네시아,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의 언론보도에서 중국 내 호흡기 감염병 확산세가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유사하다며 중국 여행을 신중하게 검토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특히 2001년 처음 발견된 인간메타뉴모바이러스(HMPV)는 아직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 바이러스는 독감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며 어린이와 취약 계층에게 심각한 호흡기 문제를 일으킨다.
미 육군연구소 감염병의학연구소에서 복무한 셀 린 박사는 “HMPV는 흔한 감염병으로 병원성이 높지 않으며 지금까지 돌연변이가 나타났다는 보고 사례가 없다”면서도 “하지만 중국 관리들이 올해 이 바이러스를 특별하게 강조한 점이 미심쩍다”고 RFA에 말했다.
린 박사는 “한 가지 가능한 시나리오를 추측해 본다면, 중국에 더 심각한 호흡기 감염 바이러스가 존재하지만, 정부가 의료기관이나 대중에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은 채 대중에 낯선 HMPV에 시선을 돌리게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더 심각한 것은 질병의 감염률과 사망률 등 중요한 정보를 정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 병의원이나 의사 등 민간에서 단편적으로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중국 당국이 국제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감염병 정도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린 박사는 또한 “공식적인 데이터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정확하게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민간의 목소리를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중국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사립병원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의료 시스템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때 과도한 지출로 건강보험 기금이 고갈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또다시 팬데믹이 발생하면 공립 의료기관의 부담이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