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고] ④ ‘불교 교류’라는 가면을 쓰고 침투한 차하얼학회

달라이 라마 방한(訪韓)을 막기 위한 전략적 포석

한민호 공자학원실체알리기운동본부 대표 /전 문체부 미디어정책관
2025년 01월 07일 오후 11:30 업데이트: 2025년 01월 08일 오전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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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공산당은 70년 넘게 일당독재를 하면서 인민을 착취·억압했고, 그 결과 당연하게도 인류 역사상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부패했다. 그 부패를 덮기 위해 독재를 강화하고, 강화된 독재가 부패를 심화시키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따라서 중국공산당은 인민의 봉기를 가장 두려워한다. 국방보다 치안유지에 더 많은 돈을 쓴다는 얘기도 있다.

중국공산당은 피해망상이라 할 정도로 인민을 두려워한다. 6억 대가 넘는 CCTV 카메라를 AI와 결합하여 운용, 말 그대로 국민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사람들이 모이는 것 자체를 두려워해서, 노동운동이나 무슨 토론회, 혹은 아이돌 팬클럽마저도 금지한다.

중국공산당이 국내적으로 가장 경계하는 것은 종교다. 종교는 공산주의의 유물론을 초월하는 영향력과 조직을 갖추고 있다. 1999년 4월 25일, 중국공산당 고위층 집단 거주지인 베이징 중난하이(中南海)에 파룬궁 수련자 1만여 명이 갑자기 모였다. 그들이 모이는 걸 중국공산당이 몰랐다. 무슨 과격한 요구를 하거나 시위를 한 것도 아니다. 평화롭게 모여 정부에 청원을 하려 했다. 그리고 조용히 해산했다. 중국공산당은 대경실색(大驚失色)했다. 이후 파룬궁에 대한 가혹한 탄압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 등 뿌리가 깊은 종교들은 파룬궁처럼 전면적으로 탄압할 수가 없다. 체제의 불안정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중국공산당은 그래서 어용 교단을 만들어서 이들을 통제하고 있다. 중국불교협회, 삼자교회, 중국천주교애국회 등이 대표적이다. 그 일을 하고 있는 게 중앙통일전선공작부다.

원래 종교는 국무원(우리나라 행정부에 해당) 소속 국가종교사무국이 관리했다. 당-국가체제인 중국에서 국무원은 공산당의 지휘·통제를 받기 때문에 굳이 당이 나서서 실무를 맡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시진핑 총서기가 2018년 ‘당의 영도’를 강조하면서 조직부·선전부와 함께 당의 핵심 조직인 중앙통일전선공작부의 조직과 역할을 크게 강화, 소수민족·종교·해외화교 등을 직접 관리하겠다고 나섰다. 중국공산당이 종교를 얼마나 심각한 잠재적 위협으로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것이자, 시진핑의 편집증을 엿볼 수 있는 조치였다. 한편, 국가종교사무국 국장은 통전부의 부부장을 겸임한다. 종교가 통일전선공작의 핵심 대상임을 보여주는 징표이다.

차하얼학회와 한팡밍 주석은 우리 정치인들과 지방자치단체에 접근하기에 앞서 먼저 불교계와의 교류로 물꼬를 텄다. 이들이 불교계에 접근한 가장 큰 목적은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 달라이 라마의 방한을 막기 위한 것이다. 중국공산당은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망명정부를 고립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여 왔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 | AP/연합뉴스

2011년 11월 15일, 중국 광저우 장륭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중국 정협 외사위가 주최하고 차하얼학회가 주관한 ‘2011 차하얼 공공외교 연례회의’가 열렸다. 이 회의에 한중불교문화교류협회장 영담스님(조계종 총무원 총무부장)이 초청을 받아 발제자로 참석했다.

영담스님은 “한국 불교도들은 역사적으로 양국의 주류 불교가 대승불교와 선종 불교였다는 점에서 중국불교에 대해 동근(同根)의식을 갖고 있다”며 “더불어 대승불교와 선종 불교의 가르침을 처음 한국에 전수한 스승들이 중국의 고승대덕이었기 때문에 동조(同祖)의식을 갖고 있다”고 발언했다. 중국공산당이 이 점을 노려 불교계를 대한(對韓) 통일전선공작의 디딤돌로 삼은 것이다. 이 회의에서 영담스님은 복각대장경 공동 봉안과 2012년 한중수교 20주년 기념 ‘뮤지컬 원효’ 공연을 제안했고, 한팡밍의 열렬한 호응이 있었다.

2012년 8월 17일부터 중국 장자커우(張家口)시에서 열린 ‘2012 차하얼 공공외교 포럼’이 열렸다. 불교방송 이사장으로 자리를 옮긴 영담스님이 한중수교 20주년을 맞아 “한국과 중국 불교의 끈끈한 유대로 불교의 국제화를 실현하자”고 중국 정부에 다시 제안했다.

2013년 6월 27일부터 7월 7일까지 사단법인 하얀코끼리(이사장 영담스님) 해외불교순례단은 중국인민외교학회와 차하얼학회 초청으로 중국 베이징(北京), 간쑤성(甘肅省), 청더(承德)지역을 방문했다. 순례단을 이끈 영담스님은 “티베트불교 전통을 지켜가고 있는 장족자치주를 방문함으로써 다소 생소했던 티베트불교에 대한 이해가 넓어졌다”며 “조금씩 서로의 불교를 이해해 간다면 한중 민간교류를 더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해 12월 18일, 한팡밍이 김희옥 동국대 총장으로부터 명예 정치학박사 학위를 수여받았다. 그에 앞서 9월에 차하얼학회가 소장 중인 중화대장경 티베트판 전권을 동국대에 기증하는 등 한중관계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그날 한팡밍은 동국대에 공자학원을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으나, 실현되지는 않았다. “티베트 대장경 연구를 위한 후원을 시작하고 한국 대학생들의 중국 유학 및 학술교류에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고도 덧붙였다. 한팡밍은 이날 동국대에서 자신이 쓴 ‘공공외교개론’의 한글판 출판(2013년 12월 17일/ 동국대학교 출판부) 기념식도 열었다.

한팡밍은 이날 대단히 중요한 발언을 했다. “한국에서 열린 지난 세계불교도우의회(WFB) 대회 당시 티베트 대표의 참여 문제로 중국 불교계와, 대회를 주최한 한국 불교계 사이에 미묘한 갈등이 발생했다”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불교를 주제로 사진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 준비의 일환으로 조계종 스님들을 초청해 모시고 함께 티베트를 답사했다”고 말한 것이다.

그 배경은 이렇다. 2012년 6월 12일부터 15일까지 전남 여수에서 열린 세계불교도우의회(WFB/ World Fellowship of Buddhists) 한국대회에서 중국 측 항의로 티베트 대표들이 회의장에서 쫓겨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중국 측의 거센 항의를 받은 팔롭 타이라리 WFB 세계본부 사무총장이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퇴장해 달라”고 요청해 티베트 대표들이 회의장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앞서 중국 불교계는 이 행사 이전부터 대규모 대표단 파견을 내세워 WFB 한국대회에 달라이 라마와 티베트 망명정부의 참석을 반대했다. 달라이 라마는 측근들을 통해 WFB 한국대회에 참석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중국 측의 반발로 초청 자체가 무산되었다고 한다.

우리 불교계 인사들인 대회 집행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참석한 티베트 대표단을 강제로 퇴장시킨 것은 적절치 못하다고 WFB 세계본부와 중국 대표단을 설득해 봤지만 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회 집행위원장 진옥 스님은 “세계 불교도들의 순수한 종교 행사가 정치 논리로 오염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한국 불교는 중국 측의 횡포를 막지 못했다. 이후 한중 불교의 ‘교류’가 순조롭게 이어졌다.

같은 해인 2013년 12월 5일부터 7일까지 심천, 12월 11일부터 12일까지 해남도, 12월 16일부터 18일까지 광저우, 2014년 1월 3일부터 4일까지 북경에서 우리의 뮤지컬 ‘쌍화별곡’이 중국불교협회의 공식 초청을 받아 성황리에 공연되었다. 선전과 하이난다오, 광저우 공연 등 모든 공연이 만석을 기록했고, 특히 베이징 공연에는 장관급 인사 10여 명이 참석하는 등 한국 불교문화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뮤지컬 ‘쌍화별곡’은 1200년 전 신라시대를 배경으로 당나라에 유학 온 의상대사와 해골물 일화로 유명한 원효대사의 우정과 인생을 다룬 작품이다. 국가종교사무국의 공연 승인을 받았다.

중국 불교협회의 초청으로 중국 베이징에서 공연한 뮤지컬 ‘쌍화별곡’ | 연합뉴스

베이징 공연이 펼쳐진 전국정협예당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의 회의장으로 사용되는 곳으로, 뮤지컬 공연이 열리기는 지난 1954년 설립 이후 처음이었다고 한다. 1월 4일 마지막 공연에는 뮤지컬 총괄 프로듀서인 영담 스님(부천 석왕사 주지)을 비롯해 민주당 홍영표 의원, 새누리당 김장실 의원 등이 참석했으며, 중국 측에서는 한팡밍 정협 외사위원회 부주임과 장젠융 중국국가종교사무국 부국장 등이 참석했다.

2014년 3월 2일, 한팡밍은 태고종 총무원장 도산 스님을 방문, 중국 허베이성 옛 사찰인 숭덕원 복원 불사에 대해 “한국은 조계종에서 설계하고 불사 자금은 차하얼학회에서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태고종의 동참을 요청했다. 이어 태고종과의 지속적인 교류와 더불어 중국에서 매년 열리는 종교교류회에 태고종도 참여해 줄 것을 희망했다. 또한 태고종 총무원장 스님을 비롯한 종단 관계자들이 5월 중 한중 불교 교류의 협의를 위해 중국 정부의 공식 초청으로 차하얼학회도 방문해 주기를 요청했다.

그해 5월 11일, 도산 총무원장 등 태고종 종단 지도부 스님들이 한팡밍의 초청으로 5월 14일까지 허베이성 숭덕사 복원 현장과 차하얼 목장, 장가구시, 북경 서황사, 융허궁 라마사찰, 중국불교협회, 영광사·용천사 등을 방문했다. 차하얼 목장 연회장에서 열린 호국숭덕사 주최 환영 만찬에서 태고종은 호국숭덕사와 자매결연을 맺고 양국 간 불교를 통한 우호 협력 증진에 상호 노력하기로 했다. 한팡밍은 2016년 10월 7일에도 태고종 총무원을 방문했다.

한편, 5월 1일에는 한팡밍이 진각종 통리원장 회정 정사를 방문, ‘진각종과 중국불교 숭덕사 합작 MOU’를 체결했다. 숭덕사 복원과 관련, 우리나라 3대 불교 종단과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그해 10월 20일, 태고종이 전남 순천의 선암사에서 개최한 ‘합동득도 수계산림 회향법회’에서 총무원장 도산 큰스님은 한팡밍에게 태고종 고문직과 동방(東邦) 불교대학 석좌교수직을 수여했다. 태고종은 “한 부주임은 한중불교 교류의 추동자이며 산증인으로, 불교에 대한 이해가 깊어 세계 불교 사업 발전과 국제 교류 증진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했다.

2017년 7월 22일, 태고종 총무원장 도산 스님 등은 한팡밍의 초청으로 내몽골의 호국 숭덕사와 차하얼학회 베이징 본부를 방문했다. 도산 스님은 한국의 국보인 미륵반가사유상을 특별히 복제하여 숭덕사에 기증했고, 숭덕사 창건에 기부금을 시주하였다.

2018년 10월 5일과 6일, 조계종 소속인 수원 봉녕사(주지 자연스님)는 ‘제10차 사찰음식 대향연’을 개최하고, 우수자에게 경기도지사상, 수원시장상, 그리고 차하얼학회 특별상 등을 수여했다.

2019년 8월 26일부터 9월 1일까지 중국 외교부 초청으로 불교신문사, BTN 불교TV, 법보신문, 현대불교신문 등 5개 불교언론사 대표단(단장 불교신문사 사장 진우 스님)이 베이징과 칭하이성 일대를 방문했다. 중국 베이징 광제사에 있는 중국불교협회를 방문한 뒤 중국 중앙통일전선공작부 11국(종교 담당) 예방, 중국 외교부 섭외안전국 예방, 차하얼학회 관계자 회견 및 오찬, 칭하이성 외사판공실 회견 및 만찬, 칭하이성 불교협회 지도자 환담 및 타얼사 참관 등으로 한국불교와 중국불교 간의 다양한 교류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8월 27일 대표단을 맞이한 쉬에수치 통전부 11국 부국장은 중국의 종교정책에 대해 설명하면서 “중국은 종교의 자유가 있는 곳”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중국 집권당은 공산당이며, 공산당은 무종교를 원칙으로 한다. 정치적 단결과 신앙적 단결을 조화시키는 것이 종교사무국의 역할이다. 1951년부터 당 지도자들은 종교 지도자들을 만나 의견을 청취해 오고 있으며, 종교가 사회주의에 어울릴 수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도 펼치고 있다”고 부연했다. 한국불교 종단의 중국 진출과 포교에 대해서는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쉬에수치 부국장은 “외국 종교계와의 교류와 우호는 존중하지만, 자국에 외국 종교단체가 직접 포교하는 것은 지지하지 않는다”고 단호히 말했다.

8월 28일에는 중국 외교부 섭외안전국을 방문해 티베트 불교계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듣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중국 측을 대표한 섭외안전국 왕리신(王立新) 부국장은 “티베트 문제는 중국 국내 문제임에도 외국에서 티베트 종교와 문화를 홍보한다고 하면서 분열 공작을 하고 있어 외교부 섭외안전국에서 담당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티베트에 대한 빈곤 퇴치 운동을 전개하며 티베트 인민들의 경제민생 안정과 생태환경 보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한국 측 대표단장 진우스님은 “중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으며 티베트 문제가 평화롭고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란다”고 답했다.

대표단은 이어 베이징 시내에 위치한 서장문화박물관을 돌아보았다. 그곳에서도 중국의 티베트에 대한 입장을 다시 확인했다. 티베트는 당나라 이후 중국의 일부였으며, 1950년 중공군이 티베트를 침공한 것은 ‘농노 해방’을 위한 것이었고, 이후 중국정부의 지원으로 티베트가 눈부시게 발전했다는 내용의 전시가 그 공간을 메우고 있었다.

그날 저녁에는 베이징에 위치한 차하얼학회 본부의 초청을 받아 양국의 불교와 문화교류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치하얼학회를 대표해 루이 펑띵(呂鳳鼎) 전 스웨덴 대사(중국공공외교협회부회장)와 마웬셍(馬文生) 사무차장 등 관계자 5명이 나와 대표단을 환대했다.

같은 해 2019년 10월 29, 30일 양일간 중국 광저우 주하이에서 제22차 한중일불교우호교류대회가 열렸다. 한국과 중국, 일본 불교도 약 500명이 모여 유대를 확인하고 인류애를 바탕으로 세계 평화를 기원했다. 한중일불교우호교류회의는 1995년 북경대회를 시작으로 1996년 서울대회를 여는 등 매해 삼국을 돌아가면서 열리고 있다.

한국 대표단은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이자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스님을 비롯해 천태종 총무원장 문덕스님, 진각종 총리원장 회성정사, 관음종 총무원장 홍파스님 등 한국불교의 각 종단 대표 스님들이 거의 모두 참석했다.

29일 만찬에는 왕쭤안(王作安) 중앙통일전선공작부 국가종교사무국장을 비롯해 한송(韓松) 통전부 11국 국장 등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중국공산당이 이 행사를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한국과 일본의 불교계를 포섭하여 티베트 불교를 고립시키고, 나아가 달라이 라마가 상징하는 티베트 독립운동을 고사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2022년 6월 28일, 도심 포교와 교육 전문도량 안심정사 회주 법안 스님이 한팡밍의 예방을 받고 한중 불교 교류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논의했다.

그해 10월 7일, 한팡밍은 주광주 중국 총영사관 장청강(張承剛) 총영사, 차하얼학회 한국대표부 장중이(張忠義) 대표 등과 함께 원불교 총부를 예방하고 이어 원광대학교(총장 박맹수) 한중관계연구원(원장 김정현)을 방문, ‘차하얼(察哈爾)학회 중국 도서 기증식’을 개최했다.

2023년 6월 17일 중국 티베트 라싸에서 열린 제5회 티베트 관광문화국제박람회에서 허리 숙여 인사하는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 연합뉴스

2023년 6월 15일부터 18일까지 민주당 도종환·박정·김철민·유동수·민병덕·김병주·신현영 의원 등 7명이 중국 정부 초청에 따른 ‘문화 교류’ 명목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이들은 중국 정부가 주최한 티베트 관광문화 국제박람회에 참석해 “순수하고 아름다운 신비의 땅, 티베트에 초대해 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도종환)고 축사를 했고, 귀국해서는 “티베트 인권 탄압 문제는 70년 전 일”(민병덕)이라는 취지로 발언해서 논란이 되었다. 당시 도 의원 등은 방중 시에 한팡밍을 만났다.

대한불교조계종 중앙종회(의장 주경 스님)는 그달 21일 ‘티베트 방문 국회의원들의 공인으로서의 답변 발언에 유감을 표한다’는 제목의 공식 입장문에서 “티베트인들에게 사과하고 한국 불자들에게도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조계종은 입장문에서 “티베트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는 우리나라 불자와 국민은 물론이고 세계인의 보편적 상식”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른다거나 옛날 일로 치부하는 발언에 놀라움과 유감을 표한다”고 분노했다. 조계종은 중국이 1951년 티베트를 강제 병합하고 1959년 대규모 봉기를 진압하며 사상자 수만 명이 발생한 사실을 적시하며 “티베트의 인권 탄압 문제는 1959년 이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과거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민주당 방중단은 6월 22일 ‘티베트 문제에 가슴 아파하는 불자들께 죄송하다’는 제목의 사과문에서 조계종이 문제 삼은 발언에 대해 “공인으로서 적절치 못했다”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국회의원은 국익을 먼저 고려하며 일해야 한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고 변명했다. 방중단은 조계종이 요구한 ‘티베트인들에 대한 사과’는 하지 않았다. 불교계와 정치권에선 다음 해 있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불교계와 계속 대립해서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을 했을 거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한국 불교계가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공작에 완전히 넘어간 것은 아니라는 게 분명해졌다.

그해 11월 6일부터 8일까지 서울 봉은사에서 제23차 한중일불교우호교류대회가 열렸다. 코로나로 3년간 순연되었던 대회가 다시 열린 것이다. 한중일 3국에서 모인 300여 명의 불교도들이 세계평화기원법회를 봉행하고 세계평화, 불국정토 구현을 염원했다.

제24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 |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제공

2024년 10월 29, 30일 양일간 일본 야마나시(山梨)현에 있는 니치렌슈(日蓮宗) 총본산인 미노부산쿠온지(身延山久遠寺)에서 제24차 한중일 불교우호교류회의가 열려, 한중일 3국 불교계 지도자들이 세계 평화와 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더 노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상으로 차하얼학회와 그 배후의 중국공산당이 한국 불교계를 상대로 얼마나 집요하게 공작을 했는지 살펴보았다. 앞서 우리 정치인들과 지방자치단체를 표적으로 한 공작까지 총 3부에 걸쳐 차하얼학회의 행적을 검토한 결과, 그것이 ‘민간’ 또는 ‘비정부’ 싱크탱크가 아니라 통일전선공작을 위한 기구임이 분명해졌다. 그러나 드러난 것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차하얼학회와 한팡밍은 우리 재계, 학계, 심지어 법조계까지 광범위하게 촉수를 뻗쳤다. 2019년에 연세대 신촌 캠퍼스에 문을 연 ‘연세-차하얼 연구소’와 그 소장 장중이(張忠義)의 행적에 대해서도 자세한 검토가 필요하나, 다음 기회로 미루기로 한다. 그는 1992년 신화사 초대 서울 특파원으로 근무하며 한국인 아내를 만났고, 아들은 한국에서 군 복무를 마쳤으며, 딸과 아들 모두 한국 국적을 선택했다고 한다. 신화사는 중국 정부 소속 뉴스통신사인데, 사실상 첩보기관이라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다. 중국은 2500년 전에 <손자병법>을 탄생시킨 나라다. 미국을 비롯해 러시아 등 세계 모든 나라가 중국공산당의 첩보 공작을 두려워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