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뤼도, 총리직 사퇴 의사 표명…“후임 정해질 때까지만 재임”

강우찬
2025년 01월 07일 오후 12:12 업데이트: 2025년 01월 07일 오후 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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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하락에 야당 불신임 압박, 같은 당 퇴임 요구 겹쳐 사면초가
“페미니스트 공언했지만, 女장관과 결별 후 실각” 로이터 통신 촌평

캐나다 총리 쥐스탱 트뤼도(53)가 후임자가 선출되면 총리 겸 자유당 대표직에서 사임하겠다고 6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불신임 압박을 받고 있는 트뤼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어젯밤 당에 차기 당 대표 선출 절차 시작을 요청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트뤼도 총리는 높은 물가에 따른 국민들의 생활고, 주택난, 이민자 급증에 따른 각종 부작용이 겹치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야당으로부터 이달 27일 다시 시작되는 회기에 정부 불신임안을 발의하겠다는 선전 포고까지 당한 상태다.

여기에 자유당 내부에서조차 사임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자유당 의원들은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이대로 가다가는 10월 총선에서 참패를 면하기 어렵다며 트뤼도에게 공개적으로 사임을 요구했다.

트뤼도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총리로 재직한 지난 9년간을 되돌아보며 미국과의 경제 및 무역, 팬데믹 상황에서 국가를 통치한 것, 원주민 화해를 위한 노력, 우크라이나 지원, 기후 변화 정책 등을 언급했다.

그는 “2015년부터 이 나라와 여러분을 위해, 중산층을 강화하고 성장시키기 위해 싸웠다”며 “팬데믹을 겪으며 서로를 지원하고, 화해를 진전시키고, 이 대륙에서 자유 무역을 수호하고, 우크라이나와 민주주의를 위해 굳건히 서고, 기후 변화에 맞서 싸우고, 경제를 미래에 대비시키기 위해 뭉쳤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 후회하는 점은 캐나다의 선거 제도를 바꾸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캐나다는 비례대표 없이 전원 지역구 선거로 의원을 선출하며, 득표율에 상관없이 1등이 승리하는 단순다수제 방식이다. 자유당은 2015년부터 비례대표제 도입 등 선거 제도 개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개혁 과정에서 기존 방식을 지지하는 보수당의 반대, 다른 야당과의 합의 불발 등으로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트뤼도 총리는 사임 후에도 캐나다의 진보 의제를 위해 계속 헌신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더 나은 미래와 캐나다 국민을 위해 노력하는 진보적 운동의 일부로 남을 것”이라며 “당이 선출하는 다음 지도자는 차기 선거에서 진보적 자유주의 기준을 지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뤼도는 페미니스트 총리를 자처하며 ‘정치적 올바름(PC주의)’ 확산에 힘을 기울여 왔다. 그는 2015년 총리직에 오르자 ‘성평등’을 내세워 30명의 장관 중 15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또한 장애인, LGBT, 원주민, 이슬람 시크교도, 난민 출신 등도 장관에 포함했다. 대마초도 합법화했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와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당시 부총리 겸 재무장관. 2023. 3. 28 | Justin Tang/The Canadian Press

캐나다의 차기 총리로는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전 부총리를 비롯해 재무장관 도미닉 르블랑, 외무장관 멜라니 졸리, 교통부 장관 아니타 아난드, 산업부 장관 프랑수아-필립 샹파뉴, 캐나다 중앙은행과 영국 중앙은행의 전 총재 마크 카니,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 총리 크리스티 클라크 등이 거론된다.

이 가운데 가장 유력한 인물은 프리랜드 전 부총리다. 그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예고한 대(對)캐나다 25% 관세 대응을 두고 트뤼도 총리와 충돌한 후 사임해 트뤼도 내각에 충격을 안겼다.

로이터통신은 “트뤼도는 자신의 내각에서 성평등을 위해 헌신하는 공인된 페미니스트지만, 그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강력한 여성이었던 전 재무부 장관 크리스티아 프리랜드와 추한 이별(ugly braekup)을 겪으면서 결국 실각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