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 “기독교와 건국아버지들 정신, 트럼프의 핵심”

최창근
2025년 01월 06일 오후 11:31 업데이트: 2025년 01월 06일 오후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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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정신의 기본은 미국 기독교의 근본주의적 복음주의와 미국 건국 아버지들의 건국 정신! 트럼프 시대 우려할 것이 아니라 한국 내적 역량 키워 기회로 활용해야”

최광(崔洸) 한국외국어대 명예교수는 시장자유주의 경제학자이다. 조세·재정·복지 전문가로서 서울대 경영학과 졸업 후 미국 위스콘신대에서 공공정책학 석사 학위를, 메릴랜드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미국 와이오밍대 경제학과 교수를 거쳐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으로 합류했다. 1985년 한국외국어대 경제학부 교수로 임용된 후 2013년 정년 퇴임했다.

김영삼 정부 출범 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원장을 거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입각했다. 이후 국회예산정책 초대 처장,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성균관대 석좌교수를 거쳐 현재 대구대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정통 우파 학자로서 ‘자유주의 개혁’을 꿈꾸며 부국안민(富國安民)을 설파해 온 그는 지난해 11월 ‘누가 위대한 지도자인가’라는 834쪽 분량의 저서를 출간했다.

동서고금(東西古今) ‘위대한 정치 지도자’ 18명, ‘명참모’ 3명의 삶과 리더십을 추적한 책에서는 ‘건국의 위대한 지도자’로 이승만, 조지 워싱턴, 콘라트 아데나워, 리콴유를 꼽았다. ‘위기 관리의 위대한 지도자’로 에이브러햄 링컨, 윈스턴 처칠, 마거릿 대처, 로널드 레이건, ‘경제 기적의 위대한 지도자’로 박정희, 전두환, 루트비히 에르하르트, 덩샤오핑, ‘독특한 족적을 남긴 위대한 지도자’로 토머스 제퍼슨, 프랭클린 루스벨트, 당 태종 이세민 등을 꼽았다. 이들은 대통령, 총리 혹은 군주로서 각자 역사적 책무를 훌륭히 수행한 인물들이다.

12·3 계엄령,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이어지는 혼란 속에서 최광 교수를 만나 국가 리더십, 민주주의, 한국 정치, 트럼프 2기 행정부 대응책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미국 정치학자 새뮤얼 헌팅턴(Samuel Huntington)은 민주주의 공고(鞏固)화를 측정하는 도구로 ‘두 번의 정권 교체 테스트(two turnover test)’를 제시했다. 선거라는 민주주의 제도에 의하여 정권이 여에서 야로, 다시 야에서 여로 교체되는 것이다. 한국은 1997년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어 첫 여야 수평 정권 교체가 이뤄졌다. 2007년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해 테스트를 통과했다. 비슷한 시기 대만은 2000년 천수이볜 민주진보당 후보가 당선돼 국민당 장기 지배체제를 종식했고, 2008년 마잉주 국민당 후보가 총통에 당선돼 이른바 헌팅턴 테스트를 통과했다.

12·3 계엄령-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태는 ‘민주주의 공고화’ 단계를 지났다고 평가받는 한국 민주주의에 충격을 가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최광 교수는 민주주의 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늘날 전 세계 다수 국가가 민주주의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민주주의 제도보다 나은 대안이 없기 때문이지 민주주의가 ‘절대선(絶對善)’이나 ‘지고지선(至高至善)의 그 무엇’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제국 시대 이전 로마에서 행했던 공화정에 더 가치를 두고 싶습니다. 일정 자격 요건을 가진 시민이 원로원(Senatus)을 구성하고 원로원에서 집정관, 법무관 등 통치자를 추첨으로 선출했습니다. 원로원은 오늘날 미국 상원(United States Senate)의 어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는 선거를 통해서 지도자를 선출하는 방식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거듭 지적했다.

“이른바 민주주의제도하에서는 선거나 투표를 통해서 지도자를 선출하고 국가 중대사를 결정합니다. 다수결 원칙에 따른 것인데 다수결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라고 봅니다. 현행 선거제도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대통령 선거의 경우 결선투표제를 도입하지 않아서 전체 투표 수의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한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는 사례도 빈번한데 당선자를 지지하지 않은 국민의 의사는 어떻게 반영합니까? 소선구제하 국회의원 선거도 마찬가지입니다. 민주주의에서는 다수결로 하자고 하는데, 50.1%의 다수결이 있고 60%, 70% 다수결도 있습니다. 어느 다수결이 적정 다수결인가요?” 문제점을 지적한 최광 교수는 대안으로 대선·총선 등에서 결선투표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주의 제도 자체에 문제가 많다는 의미인가요?

“민주주의(民主主義)는 영어 ‘데모크라시(democracy)’의 번역어입니다. 그리스어 ‘다수(Demos)’와 ‘지배체제(Kratos)’가 합쳐진 어휘입니다. 영미권에서는 ‘다수지배체제’ 정도 의미로 받아들여지는데 일본에서 이를 민주주의라고 번역하면서 원뜻이 왜곡됐습니다. ‘민주’라는 어휘에 ‘주의’까지 더해지니 신성하다는 뜻까지 더해지고요. 서구에서는 ‘데모크라시’라고 하면 다수지배체제 정도로 이해하지 동양권에서 받아들이는 의미와 사뭇 다릅니다.” 용어 번역상 문제를 지적한 최광 교수는 민주주의, 공화주의 역사를 논했다. “민주주의의 시원은 고대 그리스, 공화주의는 고대 로마에서 유래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폴리스(polis)에서 시행됐던 민주주의는 직접 민주주의였습니다. 일정 연령 이상의 재산을 소유한 소수의 남성 ‘자유 시민’에게만 참정권이 주어졌습니다. 로마는 초기 왕정을 거쳐 제국으로 이행하기 전 공화정을 시행했고요. 로마 공화정도 일정 자격 요건을 갖춘 시민이 정치에 참여했습니다. 병역 의무도 수행하고요. 그러다 민주주의와 공화주의는 한동안 인류 역사에서 사라졌습니다. 유럽에서는 군주정이 시행됐습니다.”

영국에서는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 이후 의회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프랑스 대혁명이 발생한 후 유럽대륙에서 민주주의 개념이 부활한 것으로 압니다.

“이른바 프랑스 대혁명이라고 하는데 저는 다른 정의를 내립니다. 혁명이 아닌 ‘난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혁명으로 부르봉(Bourbon)왕조를 타도하고 프랑스에서 벌어진 일은 난동이라 할 수 있죠. 국왕 루이 16세를 처형하고 이후에도 끊임없는 처형, 폭동이 반복됐습니다. ‘기요틴(guillotine)’이라 불리는 단두대가 발명되어 수많은 사람이 형장의 이슬이 됐습니다. 일각에서 프랑스 대혁명을 민주주의와 관련 짓기도 하는데 저는 다르게 봅니다. 프랑스 대혁명은 훗날 사회주의·공산주의의 모태가 됐습니다. 마그나 카르타와 명예혁명의 나라 영국은 입헌 군주제 국가로서 국왕의 권한이 의회에서 제한받는 근대시민사회로 가는 기틀을 마련했을 뿐이었습니다.”

현대 민주주의의 시원에 대해서 설명해 준다면요.

“근대 들어 고대 아테네의 민주주의 개념을 되살린 것은 미국의 독립과 건국 혁명입니다. 영국으로부터 독립전쟁과 건국이 이뤄진 사건이죠.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미국은 신국가를 건설하면서 유럽의 군주제와 다른 정치체제를 고안했는데 고대 그리스의 민주주의와 고대 로마의 공화주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습니다. 군주제를 대신한 대통령제를 채택하고 사법·입법·행정이 분리된 3권 분립제를 시행했습니다. 선거제도로 지도자를 선출하고요. 이에 비춰 볼 때 우리는 민주주의라고 하면 유구한 역사를 지닌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역사는 250여 년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미국 다음으로 민주주의 모범국인 스위스의 경우 여성에게 투표권이 주어진 것은 한국보다 23년이나 뒤인 1971년이었습니다. 민주주의 역사도 길지 않을뿐더러 실질 운용에서도 많은 문제를 일으키고 있죠. 이러한 의미에서 민주주의에 접근하고 분석해야지 일각에서 주장하듯 신성하고 이상적인 제도만은 아닙니다.”

숙의민주주의 등 민주주의 단점을 보완하고자 하는 시도가 있습니다.

“요즈음 정치학자들이 민주주의 맹점을 보완한다고 내놓은 개념이 이른바 ‘숙의(熟議)민주주의’인데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고대인들도 오늘날 우리가 하는 것과 같은 유사한 고민을 했습니다. 인류의 지혜가 대단히 진보한 것도 아니고요. 요즈음 민주주의를 강화한다면서 실상은 개인의 사적 이익만 추구하고 정치권도 다르지 않아 정치적 이익을 두고서 이전투구하는데 저는 시민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성(德性)을 고양하여 공화주의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공화주의의 중요성을 짚은 최광 교수는 민주주의의 또 다른 맹점(盲點)으로 비효율성을 들었다. 특히 국가 지도부 선출에서 두드러진다고 했다.

“저는 공산·전제주의에 절대 반대하지만 중국공산당 엘리트 시스템에 나름 장점도 있다고 봅니다. 중국공산당 핵심 간부는 200명 정도의 중앙위원이라 할 수 있죠. 중앙 부처에서는 부장(장관)을 맡고 지방에서는 각성 성장이나 공산당 서기를 맡는 핵심 집단입니다. 약 1억 명의 공산당원 중에서 200명에 드는 과정은 쉽지 않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을 거쳐 단계별로 승진하는 시스템이죠. 그 과정에서 다면 검증이 이뤄지고요. 한국에서처럼 단번에 정치권에 뛰어들어 국회의원이 되고 대통령이 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능력주의 시스템이 정확하게 작동하는 것이라고 판단합니다. 사견인데 능력치 기준으로 대한민국 상위 1% 집단에서 국가 지도자가 배출되면 문제되지 않습니다.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죠. 선거라는 일종의 인기 투표를 통해 지도자가 선출되니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사람이 국가 지도부에 진입합니다.” 최광 교수는 인재를 키우지 않는 한국 정당 시스템에 근원적인 문제가 있다고도 했다.

한국 정당은 인재를 육성하기보다는 이른바 ‘외부 수혈’ 방식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국 정당은 기본적으로 인재 육성 시스템이 결여돼 있습니다. 매번 선거 때마다 새로운 피를 수혈한다면서 판사·검사·변호사 등의 법조인, 교수, 장애인, 청년 등을 외부에서 충원하죠. ‘00 키즈’식으로 유력 정치인 계파 정치인을 육성하고요. 정당이 젊은이를 체계적으로 육성해서 기초의원-광역의원-국회의원이나 기초·광역지방자치단체장 등으로 성장하게 해야 하는데 전혀 시스템이 갖춰지지 못했습니다.” 최광 교수는 사법부는 논외로 하고서도 행정부·입법부 등에도 법률가와 법학 전공자가 요직을 차지한 풍토에도 문제 제기를 했다. “영국 옥스퍼드대에는 PPE(Philosophy, Politics and Economics·철학 정치학 경제학)라는 특정 과정이 따로 개설돼 있습니다. 미래의 총리·각료를 위한 코스라고 불리는 곳이고 실제 영국 전·현직 총리·각료의 약 3/4을 배출했습니다. 영국의 우수한 청년지도자들이 한곳에 모여 인간 세상의 본질을 설명하는 학문들을 통섭(統攝)적으로 연구하고 리더십을 배양하는 과정입니다. 한국 정치 풍토에 시사하는 점이 많습니다.”

계엄령 사태를 두고 평가가 엇갈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의 무한 정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비상조치였다 주장하고 반대 진영에서는 위헌적인 정변이었다고 합니다.

최광 교수는 “현행 제6공화국 헌법부터 문제가 많다.”고 지적하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계엄령 사태를 두고서 의견이 엇갈립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 관점에서 한국 사회는 계엄령 선포라는 극단적인 수단을 사용하지 않으면 바로잡을 수 없을 정도로 체제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고민 끝에 계엄령 선포라는 대통령 고유 권한을 발동하였다는 것이죠. 이른바 ‘통치행위’라고 주장하는 것이고요. 거대 야당의 폭주가 이어지는데 행정부 수반으로서 행사할 수 있는 유일한 권한이 계엄령 선포라는 것이 윤석열 대통령의 판단입니다. 대통령이 입법부를 견제할 수 있는 수단이 재의권(거부권) 그리고 계엄령 선포라고 판단하고 실행에 옮긴 것이죠.” 최광 교수는 윤석열 대통령에게 ‘내란죄’를 적용한 수사기관이나 내란죄를 기정사실화해서 보도하는 언론의 태도도 지적했다. “언론에서는 내란이라고 하는데 헌법 체제의 본질로 돌아가서 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3권 분립제하에서 행정부와 입법부는 상호견제 관계입니다. 각자 가지고 있는 권한을 행사하는 것이죠. 국회는 탄핵(彈劾)권을 행사하여 행정부를 견제했던 것이고 행정부 수반으로서 대통령은 계엄령 선포로 맞선 것입니다. 이를 두고서 ‘친위 쿠데타’ 혹은 ‘내란’이라 일방적으로 정의하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 않습니다. 각자 고유 권한을 행사하며 충돌한 것뿐인데 국회 절대 다수당인 야당이 이를 ‘내란’이라 선동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발령을 두고서 헌법·법령을 위반한 것이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계엄령 선포 시 대통령이 언급한 심각한 사회 교란 행위도 없었다고도 평가받고요. 야당의 탄핵, 정부 예산안 삭감 등을 계엄령 선포 명분으로 들기도 했는데 미국 연방정부도 의회의 예산안 동의 거부로 ‘셧 다운(shut-down)’ 된 사례로 적지 않습니다.

“미국도 의회가 다음 해 예산안을 동의해 주지 않으면 이른바 ‘셧 다운’이 발생하여 연방정부 운영이 일시 중단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제가 바라보는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현실은 셧 다운보다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좌파세력의 공격으로 대한민국 체제 자체가 근본적으로 위협받고 있다고 봅니다. 부정선거 문제도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합니다.”

근대 국가에서는 ‘절차적 정당성’을 중시하는데 계엄령 선포 전 ‘국무회의 개최’ ‘계엄령 문서 대통령과 관계 국무위원 부서(副署)’ 등 절차를 어긴 위헌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계엄법상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치게 되어 있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한국 국무회의는 심의(審議)기구에 불과합니다. 즉 심사하고 토의합니다. 국무위원의 다수의 찬성을 얻어 결정하는 회의가 아닙니다. 대통령이 국무위원들과 국무를 논하나 선출된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존경되어야 합니다. 국무회의를 거치지 않은 등 절차상 과실과 현 야당이 고위 공직자 탄핵을 남발하고 정부 필수 예산을 삭감하는 등의 행위를 비교해 보자면 야당의 과실이 훨씬 크다는 판단입니다. 물론 계엄령 발령 책임을 물어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소추됐으니 최종 판단은 헌법재판소에서 내리겠죠. 제가 보는 계엄령 사태의 본질은 대통령은 헌법이 보장한 대로 계엄령을 선포한 것입니다. 다시 헌법 절차에 의해서 국회가 계엄령 해제 결의를 했고, 대통령은 이를 수용하여 계엄령을 해제한 것입니다. 언론에서 본질만 보고 보도했으면 하는데 선동적인 측면이 지나칩니다. 아쉬운 대목이고요.”

이야기는 리더십으로 이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4월 총선 패배로 인한 여소야대 정국, 거대 야당의 견제와 독주, 지지율 하락이라는 악재 속에서 통치 위기에 빠졌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방안으로 계엄령 발령을 선택했으나 결과적으로 악수를 뒀다는 평가이다.

동서고금 리더십에 비춰볼 때 현 윤석열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떻다고 보나요?

“1945년 일본으로부터 독립하고 1948년 대한민국이 건국됐습니다.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현 윤석열 대통령까지 13인의 대통령이 존재하죠. 500년 역사를 이은 조선왕조에서 성군(聖君)이라 불릴 만한 군주는 전기 세종(世宗), 후기 영조(英祖)·정조(正祖) 등 세 분 정도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건국 76년 동안 이승만·박정희라는 두 분의 걸출한 대통령을 배출했습니다. 해외 연구자들도 두 대통령은 뛰어난 리더십을 소유한 지도자로 평가합니다. 80년이 되지 않은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전 세계가 인정하는 두 분의 대통령을 가진 것은 우리 민족이 축복받은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을 평가한 최광 교수는 다음을 강조했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은 당대 최고 교육을 받은 엘리트입니다. 두 지도자는 같은 시대 같은 연배의 사람들에 비해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을 받았습니다. 이승만 대통령은 배재학당을 거쳐 미국에 유학하여 미국 조지워싱턴대, 하버드대, 프린스턴대를 졸업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은 만주군관학교를 거쳐 일본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했죠. 당시 일본 사관학교는 군사학은 기본이고 방대한 교양·전문교육을 실시했습니다. 일본제국 식민지 통치를 위한 엘리트 양성이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이후 역대 한국 대통령 중에는 그 정도 수준의 교육을 받은 경험이 없습니다. 윤보선 대통령은 영국 에딘버러대를 졸업하고, 최규하 대통령은 일본 도쿄고등사범학교를 거쳐 만주 대동학원(大同學院)을 졸업했습니만. 이후 대통령들도 육군사관학교, 서울대 등 명문대를 졸업한 사례가 있지만 전반적인 교육 수준은 이승만·박정희 대통령에 못 미친다는 판단입니다.” 그는 이후 대통령의 통치 능력도 전임자에 비해 못 미친다고 했다. “후임 대통령들의 통치 능력이나 리더십은 100점 만점에 평균 40점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낙제점이라 할 수 있죠. 제가 ‘누가 위대한 지도자인가’ 책 집필 과정에서 찾은 중요한 한 가지는 동서고금의 위대한 지도자는 수불석권(手不釋卷), 즉 책을 손에서 책을 놓지 않고 늘 글을 읽었다는 것입니다. 이승만 박정희 두 대통령은 책을 엄청 읽었습니다. 이들 후 우리나라 지도자 중 책을 가까이한 분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최광 교수는 이승만 대통령은 건국과 호국(護國)에 기여하여 대한민국이 공산화되지 않고 오늘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제도하에서 번영을 누릴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고 초석을 놓았다고 평가했다. 박정희 대통령은 혁명가로서 그의 가장 큰 공로로는 ‘한강의 기적’으로 가난을 물리쳤고 오늘날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은 1948년 건국 이후로 시련 속에서도 성장해왔다. 건국-호국-산업화-민주화-선진화로 이어지는 여정을 성공적으로 이행하였다는 평가이다. 1인당 국민소득 기준 3만 5000달러를 달성하여 경제 부문에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다만 전직 대통령의 말로는 불행하여 하야, 암살, 자살, 수감, 탄핵이 이어진다. 이러한 실패 원인에 대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꼽기도 한다. 민주화 이후에도 대통령은 지난날 권위주의 시절 습속(習俗)을 버리지 못하여 권위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3권 분립제를 채택하고 있지만 국가원수이자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집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발전하는데 대통령은 실패하는 원인으로 ‘제왕적 대통령제’를 꼽기도 합니다.

“일단 대한민국 국가원수를 지칭하는 ‘대통령(大統領)’이라는 용어 자체를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가 대통령이라 번역하는 영어 어휘 ‘프레지던트(President)’는 ‘회의나 의식을 주재하는(preside)’ 의장 혹은 주석(主席)의 뜻을 내포합니다. 동양권에서 ‘총통(總統)’ 혹은 대통령으로 번역되면서 원래 의미가 퇴색됐습니다. ‘행정부 수반’ 혹은 ‘행정 주석’ 정도가 적절한 번역 어휘라고 봅니다. 대통령 이름 뒤에 정부를 붙여 ‘00 정부’라고 하는데 이는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입니다. ‘000 행정부’로 해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라고 하지 트럼프 정부라 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제의 원조 국가 미국에서 어느 누구도 ‘제왕적 대통령’이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연방제 국가 미국은 주(州)라고 번역하는 실질적인 국가인 스테이트(state)의 권한이 강력하고 입법부와 사법부 역시 강력한 행정부 견제 기능을 갖습니다. 현행 한국 헌법에 제왕적 대통령제 요소는 적다는 판단입니다. 일단 대통령 임기는 5년이고 연임이 제한됩니다. 임기 연장 관련한 개헌은 위헌으로 간주합니다. 결정적으로 대통령에게는 국회 해산권이 없지만 국회는 대통령을 비롯한 고위공직자 탄핵권이 있습니다. 한국 언론이나 학계에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자주 언급하는데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대통령제에서 대통령은 견제를 받되 절대적 권한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1월 20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2016~2020년 대통령으로 재임했으나 재선에 실패 후 권토중래 끝에 백악관에 재입성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외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긴장이 고조됐다. 보호무역이 강화할 경우 직접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만에 재기에 성공했습니다. 원인은 무엇이라 보나요?

“제 판단으로는 미국 정치도 좌편향이 심화했습니다. 진영 간 극단적인 정치 대결도 심화했고요. 이른바 ‘트럼프 현상’과 트럼프의 당선은 이를 바로잡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각에서 트럼프를 ‘미치광이’ 등으로 폄훼하기도 하는데 저는 트럼프는 유능한 리더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인의 호응도 얻었고요.” ‘미국 우선주의’는 미국이 건국된 이래 일관되게 유지되어 온 정책이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도 미국인의 자긍심을 한껏 고양시켰던 레이건 대통령이 사용했던 문구였다. 최광 교수는 트럼프의 본질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한국인은 두 가지를 이해하면 트럼프의 본질을 정확하게 이해할 것이라 봅니다. 첫 번째, 미국 기독교 근본주의 복음주의입니다. 트럼프의 주 지지 기반 중 하나는 이른바 ‘바이블 벨트(bible belt)’라고 불리는 지역입니다. 근본주의적 혹은 복음주의적 기독교 성향을 지녔습니다. 두 번째, 트럼프는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정신을 중시한다는 것입니다. 미국 우선주의, 고립주의 원칙은 모두 여기서 유래한 것입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한국 조야(朝野)는 긴장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고유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예측 불가능성 문제가 자리한 듯합니다.

최광 교수는 외교 전문가가 아닌데 외교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전제하며 이야기했다. “결국 한국의 실력 유무가 우리 앞길을 결정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하기 나름이지, 트럼프에게 달려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트럼프가 한국을 콕 짚어서 고통을 주는 행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트럼프가 취임 후 관세율을 높이는 등 보호무역을 강화하면 여파는 전 세계나 아시아 전체에 파급되겠죠. 트럼프가 타도 대상으로 지목한 ‘중국’은 예외로 하고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도 지적하는데 트럼프는 대폭 인상을 요구하면서 여차하면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압박하지만 저는 협상의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지할 점은 미국이 대한민국을 필요로 한다는 것입니다. 그 점에서 주한미군 철수 등은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합니다.” 최광 교수는 트럼프의 본질과 진심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트럼프 취임에 대비해서 골프 연습을 했다는데 골프만 쳐서는 안 됩니다. 일본 국가 지도자들처럼 트럼프를 연구하여 정치가 트럼프의 가치와 정책을 파악하여 상호 이익이 되는 제안을 제시하여 한국과 미국이 윈윈하는 관계를 조속히 구축해야 합니다. 신앙적으로 트럼프는 복음주의 기독교이고 원래 사업가였으며 미국 건국의 아버지들 정신을 중시한다는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야겠죠.” 그는 내부적으로 분열되고 갈등하는 한국 사회의 안타까운 현실이 더 근본 문제라고도 했다.

내적 역량강화가 우선이라는 것인가요?

“국제 문제는 차치하고서도 국내 문제를 두고서도 한국은 분열되고 갈등하고 있습니다. 국내 정책에도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우왕좌왕하고 있습니다. 대화하고 타협해서 일치점을 찾아가는 전통도 결여돼 있고요. 지도자들은 애국심이 없고, 관료들은 영혼이 없고 전문성도 부족합니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트럼프가 아닌 다른 누가 미국 대통령이 되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입니다. 국내 현실이 이러한데 세계를 움직이는 최고 엘리트들이 포진한 미국을 어떻게 상대합니까?”

국내 갈등의 원인은 무엇이라 진단하나요?

“좌우파 대결이 본질입니다. 1945년 해방 정국에서부터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죠. 해방 정국에서 좌우 대립이 극심했는데 보기에 따라서 오늘날 상황은 더 심각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우파 세력과 사회주의 좌파 세력의 목숨 건 전쟁입니다. 체제 전쟁이 갈등의 본질입니다. 다만 이전투구(泥田鬪狗)가 행정부와 입법부 간 극한 대립으로 바뀐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입법부 내에서는 여야 간 정쟁이고요. 더 큰 문제는 행정부와 입법부가 대결하면서 상호 견제하는 것이 아니라 입법부 다수당과 행정부 간 경쟁으로 바뀐 양상이라는 것입니다.”

좌우파 대결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인가요?

“제 전공인 경제학을 예로 들어도 ‘자본주의 경제정책이 옳은가, 사회주의 경제정책이 옳은가’를 두고 늘 논쟁해 오고 있습니다. 두 가지 이론 사이에는 타협점을 찾기 힘듭니다. 불교와 기독교 차이라고나 할까요? ‘부처님이 옳으냐, 예수님이 옳으냐’를 두고서 논쟁하면 답이 없잖아요. 국가정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좌파와 우파는 각자의 주장을 하고 결국 대립으로 마무리되는 것입니다.” 최광 교수는 한국 내 좌우 갈등이 극심한 원인으로 한국 내 친북파, 친중파 문제를 들었다. “주체사상파라 불리는 북한을 이념적으로 추종하는 세력이 한국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습니다. 마오이즘(마오쩌둥주의) 등 중국식 사회주의를 추종하는 세력도 존재하고요. 저는 좌파에 나름 강경한 편인데 우려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 좌파 세력이 득세하면 남미 국가처럼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습니다. 제가 1947년생이라 80세를 바라보는데 저는 인생을 살 만큼 살았지만 다음 세대가 걱정인 것이죠.”

최광 교수는 “오늘날 대한민국 상황을 보면 눈물이 난다.”며 이어 말했다.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를 달성하고 선진국 반열에 올랐습니다. 건국 후 현재까지 시련을 겪었지만 극복하고 후기개발도상국 중 유일무이하게 선진국 대열에 합류한 것이죠. 문제는 좌편향 정책이 지속되면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끼치고 포퓰리즘 정책으로 인한 부담은 미래 세대에 전가된다는 것입니다. 남미 아르헨티나 같은 경우 1920~30년대 유럽 여느 나라를 능가하는 ‘부국(富國)’이었습니다. ‘엄마 찾아 삼만리’ 같은 책에도 나오는 이야기인데 당시 이탈리아에서 일 자리를 찾아 아르헨티나로 간 어머니를 찾아 가는 어린 자식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오늘날 남미 국가들 사정은 어떠합니까? 남미 상당수의 국가가 20세기 초반에는 선진국이었는데 오늘날 후진국으로 추락했습니다.” 그는 “지금같이 반시장적 정책이 홍수를 이루면 한국의 1인당 소득 3만5천 달러가 3만 달러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최광 교수는 궁극적으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체제가 승리할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는 역사가 이미 증명한 사실입니다. 역사 속에서 우파 지도자는 때론 실패하기도 했지만 전체적으로 성공해 왔습니다. 좌파 지도자는 ‘혁명’이라는 미명하에 급진적인 정책을 펴지만 성공한 사례가 거의 없습니다. 혁명은 폭동으로 이어지기도 하고요. 우파는 자유를 강조하는데 자유로운 사회는 시간이 지나면 평등도 확보되는 데 반해 평등을 강조하는 사회에서는 결국 자유와 평등 둘 다 잃게 된다는 것이 역사의 교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