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철강업계, 과잉생산 제동 실패로 잇따른 파산신청

부동산 침체로 철강 수요 급감, 가격 폭락
지방정부, 대규모 인프라 사업 관행 못 버려…“계획경제 예견된 실패”
중국 철강업체들이 철강 가격의 지속적 하락으로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대거 도산 위기를 맞고 있다.
세계 최대 스테인리스 스틸 생산업체 중 하나인 장쑤 델롱 니켈(Jiangsu Delong Nickel)은 지난해 7월 파산을 신청하고 구조 조정 절차를 밟고 있다. 과도한 확장 투자로 인한 법적 분쟁과 재정적 어려움이 직접적인 발단이 됐지만, 중국 계획경제로 인한 구조적인 문제가 근본 원인으로 거론된다.
중국 철강산업의 주된 수요처였던 부동산 부문의 장기적인 경기 침체와 전기차를 제외한 자동차 산업의 전반적인 위축으로 철강 업체들의 기초 체력이 허약해졌기 때문이다.
장쑤 델롱은 중국에서 세 번째로 큰 스테인리스 스틸 생산업체로 중국에서 연간 500만 톤, 인도네시아에서 연간 250만 톤의 스테인리스 스틸 생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 정보 제공업체 치차차에 따르면, 2022년 매출은 1695억 위안(33조 9천억원)이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 회사는 다른 중국 기업과 마찬가지로 동남아 금속·광산 산업의 성장성을 보고 거액을 투자했다. 인도네시아에 합작 투자로 생산시설을 건설하고 지분 48%를 소유했다.
하지만 스테인리스 주원료인 페로니켈 가격이 하락하고 자재 비용은 상승하는 등 어려움이 겹치면서 최근 수년간 약 4천억 원의 연간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경영난에 빠졌다.
여기에 장쑤 델롱과 거래하는 장쑤성 지방정부 소유 기업들이 채권 회수에 나서면서 법적 분쟁이 발생했고, 법원의 자금 동결 결정이 겹치면서 결국 파산에 이르게 된 것이다.
더 넓은 시야에서 본다면, 장쑤 델룽의 파산은 중국 철강산업의 구조적 문제라는 배경이 놓여 있다. 저가형 제품은 공급 과잉으로 넘쳐나는데 고급형은 오히려 대량 수입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1~3분기 중국의 조강 생산량은 7억6800만 톤이었지만, 주요 철강 업체의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56.39% 급감했다. 막대한 생산량을 소화하던 부동산 부문과 자동차 산업이 침체에 빠지면서 업체들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시나닷컴은 지난해 8월 중국 철강산업의 수익성 악화로 32개 업체가 생산을 중단했다며 직접적인 원인은 철강 가격 폭락이라고 보도했다. 스틸빌레트(철강판) 가격은 올해 7월 기준, 톤당 3210위안(64만 3천원)으로 4년 전인 2021년 5월 톤당 5820위안(116만4천원)에서 45% 하락했다.
미국의 경제학자 데이비드 황은 에포크타임스에 “부동산은 지난 20년간 중국 철강산업 수요의 40%를 차지했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중국 철강산업 하락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황은 “중국 철강산업은 주로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와 부동산 개발에 의존해 급속한 발전을 이루었지만, 20년에 걸친 인프라 사업으로 중국의 도로와 주택 건설이 마무리에 접어들면서 철강산업의 과잉 생산 문제가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철강산업은 마오쩌둥 시절부터 정부가 주도하는 산업이었다”며 “중국 공업정보화부(공신부)가 2015년부터 ‘철강산업 생산 업그레이드 교체 실시’ 정책으로 생산 과잉을 줄이려 했으나 기업과 지방정부는 이에 따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신부는 지난해 8월 해당 정책 중단을 통지했다. 이 정책은 철강업체가 설비를 교체(업그레이드)할 경우, 기존 생산량보다 줄이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철강생산의 품질을 높이면서도 생산량을 점진적으로 줄이겠다는 취지다. 정책을 중단했다는 것은 설비 교체 및 신규 설비의 가동을 중단시키겠다는 의미다.
중국증권보에 따르면, 상하이 철강연합회 쉬샹춘 총감은 “기업과 지방정부는 실제로 생산설비 교체 과정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이를 위반하며, 생산 능력만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며 “철강 생산 능력 과잉은 더욱 심각해졌다. 이번 통지는 ‘긴급 제동’이다”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황은 “중국 지방정부들은 부동산과 인프라와 국내총생산(GDP) 목표를 달성하는 계획경제를 장기간 이어왔으며, 이러한 관행에 빠져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정부 부채가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부채로 유지하는 인프라 프로젝트에 복잡한 이권이 얽혀 있어 이를 중단하지 못하면서 지속 불가능한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철강 업체 파산으로 임금체불과 대규모 해고가 발생하고 있으며, 다수 업체가 상장기업이라는 점에서 주식시장과 금융 업계에 적잖은 파장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중국 철강 업계의 연이은 파산 신청은 중국 공산당의 권위주의적 체계와, 경제에 무지한 정책 입안자들의 섣부른 정책이 더해진 결과”라며 “이는 계획경제가 피할 수 없는 전형적인 실패 사례로서 대규모 파산 사태로 끝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