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이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을 보름여 앞둔 가운데, 2020년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재조명하고 있다.
대선에서 승리하면 법무부에 2020년 대선 부정선거 조사팀을 구성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의 계획과 맞물려 관심을 끈다.
라스무센은 새해 들어 소셜미디어 엑스(X)에 올린 게시물에서”우리는 2020년 11월부터 2020년 부정선거에 대해 보도해왔으며, 주정부와 법원이 제시한 공식적인 자료에 초점을 맞췄다”고 밝혔다.
황당한 주장이나 허위에 근거한 보도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라스무센은 이어 “해당 자료를 처음 접하는 사람도 있을 테니, 2025년을 맞이해 2020년 (부정선거) 증거들을 각 주(state)별로 요약해보겠다”며 그 첫 번째로 애리조나 편을 올렸다.
애리조나 편은 먼저 각각 빨간색과 파란색으로 그어진 이미지로 시작했다.
이 이미지는 별다른 설명은 없었으나 2020년 대선 당시 공화당 트럼프(빨간색)와 민주당 조 바이든(파란색)의 개표 시간대별 득표수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간략히 그린 것으로 추정됐다.
We’ve reported on 2020 election fraud from Nov 2020 and focused on official state governmental and court adduced evidence. Some of you are new here so – lets start an occasional 2025 recap of state by state 2020 evidence
And Let’s Begin With – ARIZONA- From Our Files …
1/8 pic.twitter.com/KSYemd81MT— Rasmussen Reports (@Rasmussen_Poll) January 2, 2025
2020년 대선 개표 당시, 애리조나를 비롯해 미시간, 위스콘신 등 핵심 경합주에서는 새벽 시간대 우편투표함에서 바이든 몰표가 나오면서 바이든의 득표수가 수직 상승해 트럼프를 따라잡은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난 적이 있다.
라스무센은 게시물에서 2020년 대선 때 유일하게 모든 “유권자들에 의해 투표 전수 재검표”가 이뤄진 마리코파 카운티(애리조나 대선 결과를 결정짓는 최대 인구 거주지역)에서, 재검표에 참가한 유권자가 목격한 ‘부정선거’ 사례들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한 여성 재검표 참가자는 “투표용지가 지나가는 것을 지켜봤는데, 이상한 패턴이 있었다”며 “7장은 바이든을 찍었고 1장은 트럼프를 찍었는데 다시 7장 바이든 1장 트럼프, 7장 바이든 1장(반복됐다)…분명히, 통계적으로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다”고 말했다.
라스무센은 그녀의 증언 뒤에 괄호와 함께 “가짜 투표가 발견됨”이라는 설명을 달았다.
이 여성은 또한 “우리는 자연스럽지 않은 것들을 발견했다. 동그라미가 완벽하게 채워져 있었다. 마치 프린팅된 것처럼. 사람의 손으로 한 게 아닌 게 분명했다. 사람은 그렇게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미국의 투표지는 마치 한국의 수능시험 답안지처럼 컴퓨터용 수성 사인펜 등으로 동그랗게 칠해야(마킹) 하는 개인정보 입력란이 존재한다.
그런데 2020년 미국 대선 때는 마치 인쇄된 것처럼 동그라미에 균일하게 잉크가 칠해진 투표지가 발견됐다. 이 여성은 이런 투표지를 직접 목격했다는 것이다.
라스무센은 “이런 일은 애리조나의 선거 소프트웨어에 접근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고 부연했다.
또한 이 여성은 함께 재검표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너무 얇은 투표지를 여러 장 발견했는데, 10가지의 서로 다른 종류의 투표지가 존재했다며 공식적으로는 단 1종의 투표지만 사용된다고 밝혔다. 공식 규격에 맞지 않는 투표지가 다수 발견됐다는 것이다.
라스무센에 따르면, 이처럼 애리조나 선관위가 지정한 규격에 맞지 않는 투표지는 재검표 대상이었던 210만 장 투표지의 10%인 20만 장 이상에 달했다.
해당 증언 영상은 지난 2022년 6월 공개됐으며, 2021년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에 걸쳐 210만 표 재검표에 자원적으로 참가한 1500명의 유권자 검표원 중 ‘부정선거 증거를 목격했다’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고 있다.
그러나 지역 선관위는 이에 대해 “상상에 따른 허구”라는 답변을 내놨다고 라스무센은 덧붙였다.
2003년 설립된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은 미국 주요 매체와 협력관계에 있는 여론조사기관과는 달리 구독료와 광고를 통해 독립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라스무센이 자체 개발한 여론조사 방법과 ‘적극 지지층 조사(LV, Likely Voters’)가 민주당에 불리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적극 지지층 조사는 유권자 중에서도 적극적인 투표 의사를 밝힌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사다.
미국의 대선 여론조사는 조사 대상에 따라 모든 성인, 모든 등록 유권자(RV, Registered Voters), 모든 적극 지지층(LV) 등 세 가지로 나뉜다. 주요 언론과 협력 관계의 여론조사기관들은 주로 RV 조사를 실시하지만, 라스무센과 서베이USA는 LV 조사를 사용한다.
라스무센이 2020년 대선 부정선거 의혹을 이 시점에 갑자기 제기하고 나선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워싱턴포스트의 지난해 11월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은 취임 후 법무부에 2020년 대선 부정선거 조사팀 구성을 지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대선 유세 기간과 대선 승리 후에도 자신이 2020년 대선에서 승리했다고 여러 차례 말한 바 있으며, 이번 대선에서 여론조사 결과를 허위·왜곡 보도한 언론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소송전을 예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