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문한답] 한국선 너무 쉬운 탄핵…제도·절차 문제 없나

에포크미디어코리아&한반도선진화재단 프리미엄 리포트

이윤정
2025년 01월 05일 오전 11:29 업데이트: 2025년 01월 05일 오후 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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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상 대통령 탄핵 심판 제도의 문제점과 절차적 쟁점은?

답변_ 지성우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독일 만하임대에서 헌법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언론중재위원회 위원,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고 한반도선진화재단 AI·미디어 연구회 회장,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와 통일부, 국방부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탄핵 정국으로 나라가 어수선합니다.

“22대 국회에서는 소위 ‘제왕적 야당’이라 불릴 정도의 200석에 가까운 거대한 야당이 입법권을 남용하고, 29회(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까지)의 비정상적인 탄핵소추권을 남발해서 국정을 마비시켰습니다. 또 행정부·사법부의 조직·운영 방해 및 예산삭감권을 남용하는 전례 없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으며 급기야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 국무위원들에 대한 탄핵이 정부를 마비시키는 결과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법 제도적으로는 현행 헌법하에서는 여소야대일 경우 야당이 입법권, 탄핵소추권, 정부조직권·예산권 등을 남용하는 경우 대통령은 오직 소극적 법률안 거부권밖에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만일 야당이 2/3(200석)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그나마 거부권을 행사해도 재의결하면 효과가 없어지는 것이죠. 상황이 이러하기에 현재 야당은 실질적으로는 의원내각제의 여당인 것처럼 다양한 방법으로 입법권을 남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나라에서도 대통령이 탄핵당한 사례가 있나요?

“미국 앤드루 존슨 대통령(1968년, 1표 차), 빌 클린턴 대통령(1998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2021) 등 다수의 탄핵 사건이 있었으나 미국 역사상 탄핵으로 면직된 대통령은 없습니다. 워터게이트 사건 때 닉슨 대통령은 상원 탄핵 직전 자진 사임함으로써 탄핵을 피했죠.”

“미국에서는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하원에서 소추하고, 상원에서 결정합니다. 미국의 탄핵제도는 정치적 성격이 매우 강한 반면 사법적 성격은 거의 없습니다. 상원에서 진행되는 심판은 법정 절차와 유사하며, 상원 의원들이 판사 역할을 하게 됩니다. 미국 대법원장의 감독하에 진행되지만, 대법원장은 대통령의 탄핵 심판에서는 심판을 담당하지 않죠. 탄핵에 대한 심판은 상원에서 2/3 이상의 찬성을 받아야만 공직에서 면직됩니다.”

-유럽은 어떤가요?

“프랑스는 대통령 탄핵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매우 엄격해서 임기 동안 ‘불가침성’이 보장되도록 설계됐습니다. 프랑스 대통령은 매우 심각한 불법이 있는 경우에만 특별 재판절차에 의해 면직되지만, 헌법과 법률 위반 사유를 매우 엄격하고 제한적으로 해석·적용하기 때문에 역사상 탄핵된 대통령은 없습니다. 이처럼 프랑스의 정치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강력한 권한을 가진 대통령에 의해 정치적 안정성을 유지하는데 그 주안점을 두고 이원집정부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독일은 의원내각제 국가로, 행정부 수반은 수상이고 의회의 다수파, 또는 다수 연합에 의해 선임됩니다. 반면 대통령은 5년마다 연방 총회를 구성해 간접 선거를 하며 형식적 국가 원수의 지위만 가집니다. 독일 기본법(헌법·Grundgesetz) 제61조에 의하면 헌법과 법률에 중대한 위반 사유가 있는 경우 연방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여부를 심리합니다. 독일 대통령은 의례적 국가원수이고 실권이 없기 때문에 여야 상호 간에 정치적 탄핵을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합니다. 이와 같이 독일 대통령은 프랑스와는 정반대로 정치적 실권이 없기 때문에 야당이 굳이 아주 특별한 헌법·법률 위반행위가 없는 한 탄핵하지 않기 때문에 탄핵당한 사례가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탄핵 제도는 어떻습니까?

“선진국 사례 중 한국의 대통령 탄핵제도는 독일과 유사합니다. 1988년 헌법 개정 때 헌법재판소 제도를 도입하면서 함께 도입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현행 헌법상 대통령 탄핵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우리와는 다른 정치제도를 가진 독일 제도를 도입하면서 한국의 권력구조 내에서 독일과는 달리 대통령의 권한이 크다는 사실을 고려하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즉 독일은 의원내각제 국가라서 의례적·형식적 권한을 갖는 대통령을 굳이 탄핵할 필요가 없으나, 한국은 막강한 권력을 가졌기 때문에 기회가 생기면(또는 기회를 만들어서) 계속 탄핵하려고 시도할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습니다.”

“헌법상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국회에서 소추하고(재적 2/3), 심판은 헌법재판소에서 하는 이중적 성격(정치적 성격과 사법적 성격)을 모두 가집니다. 국회 절차에서의 대통령 탄핵제도의 문제점은 현행 헌법이 1988년 개정 당시에는 제21대(2020년)와 22대(2024년) 국회처럼 압도적인 숫자(150석~180석 이상, 또는 200석에 육박)의 의석을 가진 야당의 출현을 예정하고 있지 않았던 것에서 기인합니다. 즉 2/3 이상의 의석을 가질 경우 모든 입법권, 헌법상 기관 구성권, 예산권 등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있음에도 행정부 수반(대통령)의 권력은 여전히 소수 여당이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죠. 따라서 만일 현재와 같이 국회의원 선거에서 야당이 과반 이상의 의석수를 차지하는 경우에는 보수 정당에서 대통령이 당선되더라도 끊임없이(특히 집권 후반기에는) 탄핵의 위험에 직면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개헌을 통해 의원내각제 또는 이원집정부제로 개헌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런데 여론조사에 의하면 국민들은 여전히 4년 중임의 대통령제를 선호한다고 합니다. 소선거구 다수대표제를 중선거구 정도로 개편해서 보수당이 수도권, 호남권 등에서도 의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선거구제를 개편하는 방안도 있습니다.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이 어렵다면, 대통령이 쉽게 탄핵당하지 않기 위해선 총선에서 여당이 과반으로 승리하는 방법뿐입니다. 결론적으로 현행 헌법 체제의 권력구조와 소선거구제를 유지하게 되면, 구조적으로 인구의 변화, 도시 집중화 현상이 강화되는 미래에는 대통령(특히 보수 성향의)은 정권 출범 시부터 어려움에 직면하고, 특히 임기 중반 이후의 총선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할 경우 집권 후반기에는 계속 탄핵의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습니다.”

-절차상 문제점은 없습니까?

“현행 헌법을 유지하는 한 압도적인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야당의 발목잡기가 재연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탄핵 심판기관인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기준이 지나치게 불명확하고 낮으며, 매우 추상적이어서 탄핵을 당하는 경우 법리 논쟁보다 ‘광장의 여론’에 밀리는 경우 자칫 탄핵을 당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와 같이 한국에서는 제도적으로 여소야대가 되면 최우선으로 대통령 탄핵을 시도할 위험성이 매우 높습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헌법재판소의 심리·결정 단계에서 심판 기준이 지나치게 낮다(느슨하다)는 것입니다. 현재 헌재는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서 ‘직무상’, ‘위법·위헌성의 존재’, ‘위헌·위법의 중대성’이라는 3가지 요건을 제대로 심리하지 않고 있습니다.”

“아울러 절차상 피청구인(대통령)의 방어권도 형사사법 절차보다 매우 약화하는 것처럼 제대로 보장하고 있지 않으며,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최고로 신중하고 엄격한 기준에 의해 심리돼야 하지만, 심리 기간이 2~3개월로 지나치게 단기간이라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에는 박 전 대통령 측에서 거의 사법절차에 대응하지 않고 탄핵심판절차를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나 국민들이 이를 기준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일반 형사범도 1심을 마치는 데 최소 수개월~2년도 소요되는데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은 더욱 신중하고 엄격하게 형사절차를 준수하면서 진행해야 합니다.”

-프랑스처럼 탄핵 심판의 기준을 높게 설정해야 할까요?

“맞습니다. 지금처럼 신속하게만 진행하려 하면 졸속 재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일반 징계 절차와는 달리 탄핵 심판은 최종심으로서 분명히 헌법과 법률에 중대한 위반이 있을 때 선고되는 ‘징계적 제재’ 및 ‘형사벌’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을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을 결정할 경우에는 매우 엄격하고 심도 있는 형사법적 측면에서의 ‘위헌·위법성’과 ‘중대성’에 대한 사유가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해석해야 합니다.”

“헌재가 탄핵 기준을 지나치게 낮게 설정하면 실질적으로는 ‘정부 불신임’이 가능해져서 결국 대통령은 국회해산권이 없는 반면, 국회는 정부 불신임권을 가지는 것이 되어 3권분립 원칙에 배치됩니다. 만일 헌재가 또다시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건을 형사법적 측면에서 신중하고 밀도 있게 검토하지 않거나 그런 경향성이 발견되는 경우에는 탄핵 찬성 측이나 반대 측 모두 차분히 헌재의 법리 판단을 기다리지 않고 거리로 나와 헌재를 압박하는 방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합니다.

“헌법재판소는 향후 심리 과정에서 ▲형사절차에 따라 ▲엄격하고 심도 있게 ▲위헌·위법과 중대성 요건을 면밀하게 심사해야 합니다. 아울러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 기준을 강화해야 합니다.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을 헌법재판소가 파면할 때는 최고로 강화된 기준으로 국민들이 사건을 잘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시일을 두고 심리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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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선진화재단 한선브리프 통권 340호